늘 차분하기만 하던, 때론 침울하기도 하던 회의  분위기가 그날은 갑자기 달라졌다고 기억합니다.  한 분의 이사가 당신의 은사에 따라서 학교가 지고 있는 재정적 부담을 해결하는 일에 앞장 서겠다며 다른 이사들께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학교가 갖는 재정적 부담이란 신관개발부담금이란 이름으로 고양시에 내어야 하는 돈 3억5천만을 의미합니다. 짧게 설명하면, 설립자 되신 명예이사장님께서  남편이름으로 되어 있는 땅에, 교직원용 숙소를 지었기에, 그 땅이 대지로 지목이 변경됨으로 얻은 이익을 개발부담금으로 시청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입니다. 만약 땅을 학교에 먼저 기증하고 건물을 지었으면 3억5천이나 되는 부담금을 물지 않아도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건물을 짓기 전에 법률적 검토를 먼저했더라면 좋았을뻔 한 아쉬운 일로 기억됩니다.

(신관으로 불리는 교직원 숙소동)

하지만 고양시로서는 규정에 따라서 개발부담금을 고지했고, 대한민국 여느 대학원대학교처럼 재정이 넉넉지 않은 학교로서는, 산더미 같은 부담이 된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총장으로서 당연직 이사가 되어 참석한, 지난 1년의 이사회 분위기는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는 기억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깃발을 흔들었으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감동적인 것은 바로 다음날 올라온 문자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이사회떄 저에게 신관부담금 모금 관련 귀한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관부담금 모금을 위해서 기도하며 세운 계획을 공유합니다. 먼저 2월 한달간은 이사님들과 함께 기도로 준비하길 원합니다. 매일 한분씩 

시작하려고합니다. 동문, 교수님+교직원, 이사, 후원자 등에게 모금 계획과 취지를 알리고 적극 모금을 시작하려고합니다.(하략)” 회의로 끝나지 않고 위임된 사항을 바로 행동으로 옮겨주셨기 때문입니다.

(본관을 배경으로 구름이 예쁜 날)

이런 회의 분위기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울산에 사는 분이 사흘 째 되는날 갑자기 제 아내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사모님 건강하게 잘 계십니까? 학교가 어렵다는데 저도 좀 후원을 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계좌번호 부탁합니다”  “아이고 권사님 건강하십니까? 권사님도 넉넉지 않으신데 웬 후원을 하시다니요. . .” “내가 여기 시골 와서 사는 것 아시지요.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라, 교회 건축헌금도 해야 되는데 걱정을 했더니 하나님께서 할 일(새로운 직장)을 주셨습니다.”  권사님은 젊은 날에 예수믿는다고 남편에게 심한 핍박을 받으셨지요. 구타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 남편 전도해서 예수믿고 집사직분까지 받으신 후에 아마 교통사고로 천국을 가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오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혼자되셨지만 늘 기쁘고 감사하시며 시장에서 두부공장을 하시다가 지금은 그만두시고 시골에 가서 기거하시는데 그래도 교회 예배에는 빠지지 않으시고 구역장으로 약한 성도들도 돌보시고 열심히 전도하고 계십니다. 

(신관에서 내려다 본 본관의 전경)

이제는 나이가 70살이 되었는데 소개로 요양보호사를 하라는 권면을 받아, 사시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경주까지, 학원에 한 달 반동안 다니시면서, 열심히 배워 시험에 합격을 하시고,  89세된 할머니를 돌보고 계십니다. “아이고 권사님 대단하십니다. 70이 넘었는데 그 시험을 어찌 보시고 합격을 하셨으며 젊지도 않은 나이에 요양보호사 일을 하십니까?”라고 했더니 “목사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총장 일도 하시는데 제가 왜 (요양보호사 일을) 못해요.” 

“사모님이 예전에 나더러 그러셨잖아요.  ‘권사님은 두부공장하시면서 늘 감사하며 즐겁게 일하시니 정말 보기가 참 좋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이면 뭐든지 다 귀한 직업이지요.”라고요. 아내는 그런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 .  “지금 이 요양보호사 직업도 하나님 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건축헌금도 할 수 있고 그래도 좀 여유가 있어서, 목사님 사모님 생각나서 조금 후원하려고요.” 그 힘든 일을 하시면서 우리 학교를 위해 뭔가 후원을 하시겠다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같은 날, 이미 퇴직하신 다른 장로님도 귀한 후원금을 보내주셨으니 하나님의 역사는  시작된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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