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S뉴스 송은주 기자

좁은 골목 안. 유흥 간판이 가득한 이곳에 긴 교회 간판은 마치 등대를 연상케 한다.

이웃에 희망을 비추는 등대가 되고자 세워진 교회 안에서 찬양이 흘러나온다. 쪽방촌주민과 노숙인들이 모여 찬양을 부르는 모습이 여느 교회와 다르지 않다.

주 예수 내 죄를 속했네 할렐루야 소리를 합하여 함께 찬송하세 그 피로 속죄함 얻었네

서울 창신동 쪽방촌에 위치한 등대교회는 지역 특성상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교인이 됐다.

1년 6개월 동안 노숙을 하던 장상준씨는 노숙생활이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 우연히 등대교회 노숙 사역 영상을 유튜브로 보게 됐고 도움을 요청해 교회에서 생활하게 됐다. 형편이 조금 나아진 지금은 교회를 나와 생활하며 노숙인 섬김 사역을 돕고 있다.

장상준 집사 / 등대교회

교회에 전화를 했는데 목사님 그때 따뜻하게 전화를 받으시면서 얼른 오세요 그 한 마디가 저를 살리신 거 같아요 하나님의 음성 같았습니다 목사님이 아니었으면 내가 지금 여기 있을까요 다시 한번 살아난 목숨 아닙니까 남을 위해 한 번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등대교회 김양옥 목사가 개척하기 전까지 이곳은 윤락과 유흥 그리고 깡패들의 집결지로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했던 동네였다고 회상한다.

김양옥 목사 / 등대교회

초창기에는 전도하러 다니면 멱살 잡히기도 하고 실랑이를 많이 했어요 이제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하다 보니까 여기 있는 동네 사람들이 저희 교인이다 보니까 동네가 싸움이라든지 험한 분위기가 이렇게 변화됐죠

쪽방에도 갈 수 없는 노숙인들이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고 교회는 예배당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남자 노숙인들과 여자 노숙인들이 각각 지낼 수 있는 생활 교육관을 만들었다.

교회는 사역을 확대해 교회를 다니지 않는 노숙인들을 초대해 무료급식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단 나눔을 위한 급식이 아닌 예배 후 복음을 듣고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백종환 성도 / 등대교회

제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방탕생활도 하고 매번 내 자신만을 생각했는데 교회에 나와서 남을 섬기고 쪽방 주민들 섬기고 노숙자분들 섬기면서 그런 게 많이 바뀌었죠 기도 제목이라면 평생 예수님만 믿고 살고 싶습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도 교회는 사역을 멈추지 않았다. 정부 방역 지침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 예배 시간을 다양하게 늘리는가 하면 정부가 원하는 수준보다 개인방역을 지켰다. 교회 안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성도들은 또다시 노숙생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다고 고백하는 김 목사. 이런 과정들을 통해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면 기적의 이유는 목회자인 자신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에게 있었다고 말한다.

김양옥 목사 / 등대교회

노숙자로 왔던 사람이 서리집사가 돼서 교회 일꾼이 되고 교회 헌신자가 되고 직장을 찾고 받은 것에 감사해서 십일조 성도가 되고 이것이 목사의 큰 보람이 되고 교회의 기쁨이 되고 열매죠 제 얼굴이 환해 보이잖아요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율법과 복음의 정신이라고 고백하는 등대교회. 오늘도 구제와 섬김으로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에게 희망의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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