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점으로 그려낸 예수 그리스도의 상흔
  • 500년 전, 안데르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
  • 살덩이가 떨어져나간 못자국으로 상상하는 십자가
안드레아 만테냐, <죽은 그리스도>, 1480-1500
안드레아 만테냐, <죽은 그리스도>, 1480-1500

500년 전, 안드레아 만테냐는 놀라운 시점으로 그리스도를 그려냅니다. 그리스도의 발끝에 앉아서 바라보는 듯한 작품 <죽은 그리스도>. 날카로운 못에 살덩어리가 뜯겨나간 못자국.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아 몸서리쳐집니다. 화려한 영상에 익숙한 현대의 눈으로 봐도 놀라운데 르네상스 시대의 관람객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요.

작품 앞에 선 이들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의 발끝에 앉게 됩니다. 발바닥의 살가죽이 벌어진  뚫린 못 자국에 한번 놀라고.  그의 다리를 따라 올라간 시선은 손등에서 멈춥니다. 힘없이 꺾여있는 손가락과 손등의 못 자국.  갈비뼈가 드러난 상체 옆으로 보이는 세 사람의 모습이 잘려나간 듯 그려져 있습니다.  요한의 기도하는 손과 늙은 마리아의 깊은 주름. 보일 듯 말 듯 그려진 울음을 토해내는 막달라 마리아의 벌어진 입. 이들의 슬픔이 향하는 곳에 예수님의 얼굴이 있습니다. 고통과 죽음을 경험한 인간의 얼굴. 그의 두 눈 사이에 남은 미간의 주름은  십자가의 형벌이 조금 전에 끝난 듯 아직도 선명합니다. 

묘사에 능한 만테냐는 예수님의 몸에 남은 다른 상흔은 생략해 버렸습니다. 오직 못자국만을 남겨두었지요. 못자국은 십자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살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못자국을 본 이들은 십자가의 잔인함을 상상하게 됩니다.  십자가에서 벌어진 인간의 폭력과 악함에 몸서리치게 됩니다.  그는 화면 구성에 있어서도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합니다. 마치 작품을 다 그리고 나서 작품을 잘라낸 것처럼 세 인물의 몸은 화면 밖으로 벗어나 있습니다. 

"만테냐는 못자국으로 십자가를 상상하게 합니다.

십자가를 보는 이의 마음에 그려넣었습니다."

간절함은 이전에 없던 길을 만들어내고는 합니다. 500여년 전 그리스도의 죽음을 표현하며, 어떻게 이렇게 새로운 시점을 떠올렸을까요? 만테냐의 간절함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만테냐의 그림에서 발견한 낯선 시선은 익숙한 마음을 깨는 도끼가 되어 새로운 묵상이 들어갈 틈을 내어줍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그의 못자국을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스도를 생각했을까요? 만테냐의 사유의 시간에 고난주간의 묵상을 겹쳐봅니다.

인간의 잔인함과 악함으로 살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그의 못자국.

온 몸으로 인간의 악함을 끌어안은 그의 십자가.

가장 잔인한 시간에 드러난 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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