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으로 날마다 묵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브솔 시냇가란 지명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겁니다. 우린 거기를 통과한지 얼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왕으로 다듬어져 가는 다윗과 관련된 지명이 숱하게 많을테지만 제게는 <브솔 시내>가 기억에 남습니다.  ‘다윗의 전리품 분배’와 관계된 기록입니다. 다윗은 군사 400명과 함께 아말렉을 물리치고 그 전리품을 가지고 시글락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때, 다윗과 함께 갔던 400명 가운데 몇 몇 사람들이 “이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을 나누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의 아내와 자식들만 돌려 줘야 합니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다윗이 대답합니다. “내 형제들이여, 그렇게 하면 안 되오. 여호와께서 우리를 도우셔서 원수들을 물리쳐 이길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되겠소? . . . 남아서 우리의 물건을 지킨 사람이나 나가서 싸운 사람이나 누구나 똑같이 나누어 가져야 하오.” 다윗은 이렇게 말한 후 그 날부터 이 일을 이스라엘의 규례와 율례로 삼았다고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거기에 어울리는 행동원리가 나옵니다. 만약 그들이 얻은 승리와 그 전리품이 자기들의 수고와 힘으로만 된 것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워서 얻은 것을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자들에게 나눠주냐고 말하는 것도 일 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께서 은혜 베푸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고, 아니 생명도 건질 수 없다고 확실히 믿고 고백합니다. 다윗은 자기들이 얻은 승리도 전리품도  하나님의 은혜임을 분명히 합니다. 그러므로 중간에 낙오했던 병사들에게도 똑같이 전리품을 분배합니다. 심지어 전리품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남유다의 동족들에게도 분배합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거저 주신 것이니 나눈다고 말합니다. 일부 병사들 가운데에서 불평이 있었지만  다윗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은혜의 법은 모든 계명의 근본이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포기한다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삶과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판이합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하나님을, 하나님의 은혜를 믿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법의 근간이 은혜임을 믿습니다. 은혜의 법을 믿는 자는, 은혜로 구원 받았음을 믿는 자는, 마땅히 은혜의 법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 10:8)는 말씀을 따라 살아갑니다. 세상에는 ‘너희들이 나무그늘 아래서 쉴 때에 나는 땀흘려 노력해서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는 자업자득이라고 믿습니다. 정말 자본주의, 자유주의, 능력주의, 성과주의는 약육강식,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정당화시키는 논리일뿐입니다. 그것은 마치 다윗과 함께 했던 악한 자와 불량배들의 주장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믿는 성도는 오히려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 지극히 작은 자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은혜를 맡은 청지기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