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목사의 세상을 이기는 건강한 교회 세우기 <19>

포항중앙침례교회가 2017년 12월 경북 힐튼경주호텔에서 목자 모임을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교회는 매년 ‘목자의 밤’ 행사를 개최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목자들을 격려한다.
포항중앙침례교회가 2017년 12월 경북 힐튼경주호텔에서 목자 모임을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교회는 매년 ‘목자의 밤’ 행사를 개최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목자들을 격려한다.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크게 4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는 것이고 둘째, 모든 성도가 분량의 차이를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세워진 지도자(목사와 목자)가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고 넷째, 모든 성도가 하나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네 번째인 모든 성도가 하나로 연결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관계성이다. 문제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관계 맺는 것을 싫어하는 교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성도가 연결돼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서는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없다.

‘관계’는 신비한 단어다. 한 시간을 만나도 한 달을 만나도 평생을 살아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각각의 관계에는 깊이의 차이가 있다. 한 시간 만난 관계에서 그 상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이 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10년을 만난 관계에서는 상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평생 살아온 관계에서는 더 높아진다.

그래서 관계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공동체는 견고해진다. 관계의 깊이를 더해가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같은 신자여야 한다. 물론 신자가 아니어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수 안에서 한 몸으로 연결되는 깊은 관계는 신자일 때만 가능할 수 있다.

둘째, 깊은 관계를 맺으려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35년 전 포항중앙침례교회 전도사 시절부터 부목사까지 15년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청소년과 청년들이 있다. 이들과는 거의 매일 저녁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 그들 대부분은 목자가 됐다.

셋째,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깊은 관계는 그냥 모여서 교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깊은 관계를 맺으려면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 긴 시간을 함께했던 청년 및 청소년과 가장 많이 한 것이 성경공부였다. 말씀 안에서 교제가 이뤄질 때 관계가 깊어진다.

넷째,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면 관계가 깊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깨진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열지 않고 건성으로 대하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도 관계의 깊이가 생기지 않는다. 정서가 건강한 사람은 마음을 잘 열기에 관계의 깊이가 생긴다. 하지만 상처가 깊거나 치유되지 못한 사람은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하기 때문에 관계의 깊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

관계성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관계성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공동체가 하나 될 수도 있고 분열할 수도 있다. 관계성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8월 교회에서 열린 유년부 캠프 때 교사가 어린이들을 위해 중보기도하는 장면.
지난해 8월 교회에서 열린 유년부 캠프 때 교사가 어린이들을 위해 중보기도하는 장면.

일반적으로 교회 안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는 위와 옆, 아래가 있다. 어느 관계가 최우선순위가 될까. 이해하기 쉽도록 목자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목자가 맺어야 하는 관계는 자기 위인 담임목사의 영적 권위와 관계, 같은 목자인 동역자와 관계, 마지막으로 자신이 돌보는 양들과 관계가 있다. 모두 중요한 관계다.

언뜻 생각하면 영혼을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에 최우선 관계가 양들과의 관계, 즉 아래와 관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목자가 자신의 양에게 우선순위를 두다 보면 공동체의 하나 됨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최우선 관계는 위의 관계다. 그래서 목자에게 우선되는 관계는 자신의 목자와 관계다. 모든 목자가 이 우선순위를 잘 지킬 때 공동체의 하나 됨이 유지될 수 있다. 관계성에서 최우선 순위는 위의 관계라는 말이다.

목자에게 두 번째 우선순위는 동역자다. 이 관계가 양들과 관계보다 우선이다. 사역보다 중요한 것은 동역자와 관계다. 그래서 목자는 동역자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역자와 하나 되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언제나 큰 그림 속에서 관계를 바라봐야 공동체의 하나 됨이 유지될 수 있다.

목자에게 세 번째 우선순위는 양들과 관계다. 양들이 관계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이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목자는 언제나 내 목장보다 공동체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런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양을 돌보는 사역이 소홀해지진 않는다.

공동체의 하나 됨을 유지하려면 관계의 우선순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가끔 열정이 넘치는 목자 가운데 이 순서를 거꾸로 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양들과 관계를 1순위, 동역자와 관계를 2순위, 자신의 목자와 관계를 3순위에 놓는다.

이렇게 하면 일순간 목장 사역이 잘 될지 모른다. 하지만 동역자와 관계, 자기 위의 권위와 관계가 소홀해져 결국에는 공동체에 균열이 생긴다.

관계를 깊이 하는 것과 아울러 관계의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은 관계성을 만들어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두 가지는 공동체의 건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체들의 관계가 계속 깊어지고 관계의 우선순위를 잘 지켜나간다면 서로 연결되고 하나 돼 공동체가 견고하게 설 것이다.

김중식 목사
김중식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2953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