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후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
  • 기계생명체로 질문하는 현대의 모습
최우람, <작은 방주> 2022, 폐종이 박스,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차 장치
최우람, <작은 방주> 2022, 폐종이 박스,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차 장치

인류를 태운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등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전시 ‘MMCA 현대차시리즈 2022’ 로 기계에 예술로 생명을 불어넣은 최우람 작가의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중 주요 작품인 <작은 방주>는 여러 설치 작품이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한편의 연극같은 서사를 보여줍니다.

인류를 태운 방주는 반짝이는 금속의 세련미 넘치는 모습이 아닙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십개의 다리를 가진 벌레 같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방주의 노를 감싼 것은 종이판이입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수십개의 노를 가지고 배는 과연 전진할 수 있을까요? 이외에도 “이건 좀 이상한데?”하는 요소가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의아함에서 질문을 일으키는 작품의 형상이 바로 최우람 작가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배의 노와 선장의 모습
종이로 만들어진 배의 노와 선장의 모습

바닷길을 비추며 배의 길을 알려줘야할 등대가 배 안에 있습니다. 배에 탄 두 선장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도 반대입니다. 어느 쪽이 방주의 앞부분일까요? 배의 앞 부분을 장식하는 금으로 만들어진 천사는 죽은 자처럼 허공에 매달려 있으니 알 길이 없습니다. 방주가 있던 전시장의 한쪽 벽에서 상영되고 있던 영상. 커다란 문이 열리고 또 열리지만 방주는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여러 설치작품이 모여 최우람 작가는 ‘한편의 연극’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배의 앞부분을 장식하는 천사 모형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배의 앞부분을 장식하는 천사 모형

인류를 태운 방주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첨단 기술로 덮고 또 덮은, 힘차게 노를 젓는 인류의 방주. 안전하다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외쳐보지만 어느 방향이 배의 앞인지, 배는 잠시라도 정박하여 쉴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류를 태운 방주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전시장에 가득 펼쳐집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의 키워드만 보여줄 뿐 연극의 서사는 보는 이에게 맡깁니다. 최우람 작가의 한편의 연극같은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월 26일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또 열리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표현한 영상 설치
문이 열리고 또 열리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표현한 영상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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