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기 위해서 나의 계획을 내려놓게 하셨고,
‘이선영’이라는 사람의 속도와 방법에 맞게 제 삶의 방식을 하나하나 바꾸셨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께서 이렇게 사용하고 계신다.”

두려워 피할 법한 교도소 사역, 더구나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는 독방 수감자들을 품고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함께 이어가는 엘림아동가족상담연구소 이선영 소장을 만났다.
| 삶의 시선
“5대 믿음의 가정, 신앙생활은 내게 숨 쉬듯 당연한 것”
“교회의 어려움으로 100일 새벽 기도 작정하며 새로운 하나님 만나”
Q. 하나님을 경험한 순간은?
아버지 어머니 모두 5대 믿음의 가정이었다. 둘째 딸로 태어나 신앙생활은 내게 숨 쉬듯 당연한 것이었다. 영적으로도 부요했고 부모님의 사이도 좋으셨다. 큰 고비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며 늘 지지해 주는 부모님 아래 성악을 전공하며 성가대 활동과 교회를 섬기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다. 24살이 되던 해 하나님은 내게 겁도 없이 100일 새벽 기도회를 작정할 마음을 주셨다. 알 수 없는 어려움 앞에 기도하기 시작하며 하나님은 이제껏 해왔던 신앙생활과는 다른 영적인 체험들을 허락하셨다. 하나님은 방언으로 기도할 수 있도록 선물을 주셨고, 나 스스로만 돌보던 삶을 탈피해 중 고등부 교사로 헌신할 것을 권유하셨다. 기도 중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여주시며 긍휼한 마음을 부어주셨다. 그때 태어나 처음으로 영혼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울었던 것 같다.
“내게 보내주신 귀신들린 한 여고생, 치유자로서의 첫 부르심”
Q. 당신의 삶에 개입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은?
다른 영혼들을 향한 부르심에 순종키로 하고 하나님은 나에게 특별한 한 영혼을 보내주셨다. 당시 섬기던 교회 중고등부에 소속된 여고생이었는데, 그때 내 나이도 25살밖에 안됐었다. 교사로 헌신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중에 매주 토요일 기도회를 가지게 됐다. 소위 말해 노는 언니 같아 보이던 그 학생은 희한하게 기도회를 사모하며 매주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도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회 중에 그 자매가 소리를 지르며 예수님 보혈과 찬양을 두려워하며 따라 하지 못하고 교회의 어려움을 알지도 못하던 자매가 교회의 속 사정을 다 폭로하는 모습을 보고 ‘귀신이 씌였다’는 것이 저런 거구나 알게 됐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자라온 자매였기에 그 자매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기도와 육의 풍성한 양식으로 자매의 아픈 마음을 돌봐주셨고, 나는 찬양과 말씀으로 자매를 돕기 시작했다. 모두 말할 수 없지만 이 자매를 통해 성령의 일과 마귀의 일을 보고 듣고 체험하게 됐다. 지금 돌아보면 이 사건이 치유자로서의 첫 부르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영과 육의 채움으로 보살핌을 받은 귀한 자매는 지금 나에게 더없이 귀한 동역자가 되어있다. 그 후로도 성악을 전공하고 유학을 꿈꾸던 내게 길을 막으신 것도,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시각장애, 발달장애, 청각장애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하신 것도, 결혼을 통해 사모의 길을 가게 하시고 광야의 축복을 누리게 하신 것, 상담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교도소 사역, 가정 사역 등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게 하신 것도 모두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했다.
Q. 가족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부모님은 모든 삶과 사역에 롤 모델이 되어주셨고, 내가 나가는 모든 길의 마중물이셨다. 그리고 남편과 두 딸은 나를 연단시키고 성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부족하고 연약한 나의 모습을 깨닫게 해준 축복의 통로라고 여겨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두 딸을 포근히 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목회자인 남편과 전도사님이셨던 시어머니 또한 든든한 기도와 사역의 후원자이시다. 가정에서 나는 따뜻한 밥을 해주는 엄마, 신앙의 본을 보이려는 엄마,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평범한 주부이다.

| 사역의 시선
“상담연구소가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는 응답”
Q. 하고 있는 사역을 소개한다면?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에 우울감이 찾아왔다. ‘도저히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엘림아동가족상담연구소’를 개원하고 교도소 사역, 부모 교육, 가정 사역, 성경적 성교육 강의 등을 시작했다. 연구소를 개원하며 이름을 두고 하나님께 기도를 했는데, ‘엘림’이라는 이름을 주시며 마라의 쓴 물과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샘물 열둘과 종려나무 칠십 그루가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거라는 응답을 주셨다. 그 응답을 통해 날마다 기도하고 기대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나는 들키지 않은 죄인이고 저들은 들킨 죄인일 뿐”
“수감자들은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선생님 같아”
Q.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교도소 사역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무섭지 않냐, 어떻게 그 앞에서 강의를 하냐 등등 그런데 수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다 보면 내게 선생을 보내주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들키지 않은 죄인이고, 저들은 들킨 죄인일 뿐이라는 겸허한 마음을 허락하신다. 독방을 사용하는 수감자도 만나고 여성 수감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미워하며 복수할 생각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분이 계셨는데, 상담을 통해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고 용서하겠노라며 편지를 써서 나에게 읽어주었다. 이럴 때면 사역의 보람뿐만 아니라 모든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발견한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되었지만 교육 중 예수님을 영접하고 오히려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수감자도 있다. 첫 교육을 마쳤을 때 보안과 과장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 입술에 성령님께서 함께 하셨네요”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하나님이 하셨음을 인정하게 하는 감사의 고백이 된다.

| 생각의 시선
Q. 스스로의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책과 영상, 사건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무엇보다 한 사람의 삶은 타인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외할머니의 삶이 그러했다. 내가 잠들면 늘 내 머리 위에서 기도하시던 외할머니, 외할머니께서 방언으로 기도하시던 그 소리가 내게는 자장가요 천사의 노랫 소리 같았다. 엄청난 기도의 은사가 있으신데도 언제나 겸손히 묵묵히 교회를 섬기셨다. 두 번째는 친정엄마, 지금도 여전히 나의 든든한 기도 후원자이시다. 친정엄마는 어릴 적부터 우리 가족의 식탁을 언제나 풍성하게 채워주셨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가족 모두에게 진정한 힐링을 줬다. 교회 친구들도, 중 고등부 학생들도 늘 우리 집에 와서 그 따뜻한 식탁을 누리곤 했다.
우리 엄마의 김치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_^)
나를 언제나 믿어주셨고, 자식 모두에게 엄마는 늘 최선을 다하셨다. 마지막으로 결혼 전 대구 반야월교회 이승희 목사님 집회를 함께 다니며 찬양사역으로 섬겼다. 그 당시 반야월교회 전도사로 계시던 김미숙 전도사님은 나의 영적 훈련을 책임져주셨다. 산 기도에 데리고 다니며 기도 훈련을 시키셨고 모든 순간에 오직 예수로 회복되며 살 것을 훈련시켜 주셨다.

Q.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크고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돼~ 작은 일에 충성하면 된단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돼~ 천하보다 귀한 그 한 영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단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주어 참 고맙다!
| 세상의 시선
누구도 제한하지 않고 품어주시고 새롭게 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모두가 “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말씀을 뛰어넘어 우리가 가진 기본적 양심 안에서 학생은 학생답게, 학교는 학교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공동체는 공동체답게, 교회는 교회답게,

Q.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상담 책을 쭉 짜면 ‘사랑’이라는 단어만 남고, 성경 책을 쭉 짜도 ‘사랑’이라는 단어만 남는다. 다만 상담은 인본주의로 향하고, 성경 책은 신본주의이죠. 상담에서 말하는 사랑과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사실 비교불가다. 그렇지만 두 가지가 함께 만날 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치유의 역사는 어마어마하다. 나는 교도소에서 세상의 상담을 하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셔서 영적인 상담을 하는 사람이다. 수감자 중에는 목회자 가정의 자녀도 있고, 30대인데 전과 13범인 사람도 있다. 목회자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고 있지만 하나님은 내 마음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어”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좋은 가정을 만났고, 하나님을 믿게 되었지만 내가 수감자의 가정환경과 그 상황에 있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또 함께 기도해주는 기도의 동역자들, 오늘도 쉬지 않고 우리를 위해 중보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우리는 든든히 서있음을 잊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누구나 새로운 피조물이 될 수 있으며, 누구도 제한하지 않고 품어주시고 새롭게 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님,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그런 이야길 했어요
‘하나님 제 삶이 참 부족하지만 저도 하나님을 간증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기자님의 연락이 왔는데,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이런 작은 소리도 듣고 계시는 하나님이 정말 멋진 분인 거 같아요”
라고 고백하는 이선영 소장의 모습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