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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 시대, 온라인 성만찬은 가능한가?

이정순 교수(목원대 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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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전혀 예측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과학기술을 사용한 온라인 시대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학교 수업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예배나 미사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된 과학기술의 혜택을 너도 나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비상사태를 이제 과학기술을 이용해 극복하고 있다. 이는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지만, 아직 과학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 세대나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난처함을 겪기도 한다.

전파력이 강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되었다. 직접 얼굴을 맞대거나 가까이서 사람을 대하는 생활방식은 유보되었고, 그 대신 물리적인 거리두기나 과학 기술을 매개로 한 거리두기가 곳곳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이른바 ‘언컨택트’(uncontact)라고 부르는 비대면 접촉 문화가 새롭게 사회 곳곳에서 자리 잡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집에서 업무를 보는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자가 격리, 음식과 생필품을 배달로 사는 것, 각종 화상 모임 등이 유행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서로와 소통한다는 낯선 문화가 우리 주위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지난 두 달여 간 많은 교회들이 예배당에 모여 드리는 예배가 불가능하므로 온라인이나 유투브 동영상 예배 또는 차를 주차하고 드리는 드라이브 인 예배로 예배를 대체해 왔다. 온라인 예배나 동영상 예배든, 또는 드라이브 인 예배든 모두 과학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미 한국 교회는 크건 작건 간에 예배당 안에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하고 각종 전자 악기를 사용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또 대형 교회들은 예배 실황을 녹화하여 자체 웹사이트에 업로드하거나 각종 기독교 방송 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온라인 예배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시대적인 현상이다. 과학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의 예배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 예배라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인류는 다음 단계의 문명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예배당 중심의 전통 예배에 우리 모두 익숙해 있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과 예기치 않았던 바이러스 사태의 출현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온라인 예배라는 새로운 개념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논의하는 작업은 현 단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새로운 세계를 향한 준비요 탐구이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온라인 예배가 현장 예배보다 생동감이 떨어지고 공동체성이 약화된다고 지적한다. 또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밖에 온라인 예배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다른 교우들을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게 돼서 아쉽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각자 있는 삶의 자리에서 드리는 온라인 예배가 더 은혜스럽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어떤 교회는 녹화된 동영상 예배에 예상치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접속해서 오히려 선교가 확장되었다고 주장한다. 각자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겠지만, 이제 온라인 예배가 예배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4월 고난주간 성금요일에 광림교회가 사용하였던 개인별 성찬 키트.
지난 4월 고난주간 성금요일에 광림교회가 사용하였던 개인별 성찬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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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교회들과 마찬 가지로 필자 역시 지난 몇 주간 온라인 예배라는 새로운 예배 방식을 체험했다. 이미 녹화된 형태의 예배를 다시 시청하면서 온라인 예배를 몇 번이나 다시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과학 기술을 매개로 하여 실시간으로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순간이 무척 새로웠다. 심지어 구글 행아웃(Google Hangouts)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해외에 살고 있는 자녀들과 같은 시간에 예배를 드리는 사상 초유의 신비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필자에게 온라인 예배는 시공을 초월한 하나님의 임재를 다시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온라인 예배야말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시작된 미지의 세계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신앙도구이자 선교수단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발전 진화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출현하게 된 온라인 예배에서 성만찬은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이미 온라인으로 예배가 가능하게 됐는데 성만찬이라고 불가능할까 라고 대뜸 반문할지 모른다. 성만찬 예식을 일 년에 한두 번만 거행하는 교파들에서 이 문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 사태가 끝난 다음 교회로 돌아가서 성만찬 예식을 거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만찬을 중시하는 전통이나 교단에의 경우 이 문제는 분명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가령 성만찬이 미사나 예배의 일부분으로 포함되어 있는 가톨릭교회나 성공회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우리는 정부의 효과적인 대처로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어 가고 있고, 초기부터 외부활동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성만찬 문제는 크게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 가톨릭교회나 성공회에서는 자체 제작한 미사나 예배 동영상을 전국의 신자들이 시청하며 미사나 예배를 드렸다. 당연히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했어도 성만찬에 대한 문제가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바이러스 환자가 폭증함으로 외부활동을 철저히 금지한 서구 각 나라들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한 달 이상 일터에 못가고 집에만 갇혀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앙인들 역시 주일이 되어도 교회에 갈 수 없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고립감과 우울증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보다는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매주 성만찬을 예배의 일부로 거행하는 교파의 경우 온라인 예배에서도 성만찬을 거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가 당장 심각하게 취급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 상태가 더 악화되는 상황은 언제든 도래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온라인 성만찬의 문제는 신학적으로 검토해 볼 중요한 주제이다. 우리의 경우 문제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으므로 필자는 미국의 예를 참고해서 관점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미국의 복음주의 잡지 『크리스채니티 투데이』 3월 27일자 온라인판에는 “온라인 성만찬은 여전히 성례전적인가 - 줌을 통해 당신 앞에 놓인 빵과 포도주”(Online Communion Can Still Be Sacramental? - The bread and the cup Zoomed for you)라는 매우 흥미 있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글은 신앙과 기술을 주제로 글을 쓰고, 또 파드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는 릿지웨이(Chris Ridgeway)라는 사람이 쓴 글이다. 『크리스채니티 투데이』는 상당히 보수적인 잡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주제를 시의적절하게 다루고 있다는 데 매우 놀랐다. 릿지웨이는 바이러스 사태라는 새로운 상황으로 인해 하나님의 ‘임재’(presence)라는 개념을 새롭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배당에 모여 드리는 예배에서는 당연히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물리적인 접촉을 통해서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신앙공동체의 의미를 몸소 체험한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이런 물리적인 만남은 불가능하다. 격리된 비상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간의 소통은 이제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문자나 이모티콘으로 이루어진다. 이미 이런 문화가 사회 곳곳에서 유행한 지 오래지만 가뜩이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이런 방식의 소통은 사회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핸드폰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사람간의 대면 접촉이나 목소리를 통한 전화통화보다는 각종 문자나 이모티콘을 통한 통화 방식을 더 선호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모티콘 하나로도 사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현존하거나 임재한다는 것은 인격으로 직접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각종 디지털 매체로도 어떤 존재의 현존이나 임재를 의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뉴 노멀’(new normal)이 일상화된 시대에 하나님의 임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하나님의 은혜의 수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뉴 노멀’ 시대 새로운 신학적 질문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릿지웨이는 하나님의 변하지 않는 진리의 말씀을 계속 변하는 세계에 적용하면서 교회는 늘 문화적 전환(cultural shift)를 고려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디지털 문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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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온라인 성만찬에 관한 입장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전통적인 견해를 따르는 입장이다. 예배당에서 직접 예배나 미사를 드리며 성만찬을 거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 방식의 예배와 성만찬에 하나님이 임재하신다는 것이다. 직접 목사나 신부가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그곳에 예수님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빵과 포도주로 예수님의 살과 피가 체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전통 방식의 성만찬은 그 어떤 디지털 매개로 중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온라인 성만찬은 불가능하지만 그 대안으로 ‘애찬’(love feast, 또는 agape meal)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미연합감리교회(UMC)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 왔다. 지난 2015년 캔 카터(Ken Carter)감독의 인도 하에 에모리대학교 캔들러신학대학원에서 온라인 성만찬 문제에 대해 토의한 적이 있다. 15명의 학자들이 신학적으로, 성서적으로, 교회론적으로 이 문제가 타당한지에 관해 활발히 논의를 벌였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단지 다양한 견해를 종합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감리교 창시자 웨슬리는 성만찬이야말로 구원의 성례라고 강조하곤 했다. 미연합감리교회에서는 일찍이 성만찬을 강조하는 이런 전통적인 견해에 입각하면서 온랑니 성만찬을 거부한다. 아지만 동시에 성만찬은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방법으로 거행해야 한다는 웨슬리의 조언에 따라 온라인 성만찬의 대안으로 애찬을 제시하게 되었다. 애찬은 초대교회에서부터 성행했던 방식으로,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성만찬으로 발전되기 전 공동체 식사의 형태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애찬은 초기 감리교도들이나 모라비안 교도들이 목회자가 없는 장소에서 성만찬을 대신해서 드리던 의식이었다고 한다. 물론 애찬이 성만찬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직접 기념하는 성만찬과 달리 애찬은 성도들의 교제 정도로만 그칠 염려가 들기 때문이다. 성만찬의 신비가 애찬으로 다 표현될 수 없는 점도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성만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변화하는 시대는 디지털 환경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그동안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과학기술을 적극 사용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온라인 실시간 중개 예배 및 동영상 예배는 물론 현장 예배가 재개되면서 전자 바코드를 삽입한 신분증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누구든 바이러스 감염 시 그 사람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또 많은 교회에서 이미 온라인 뱅킹으로 헌금을 이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온라인이라는 도구는 하나님이 새 시대를 위해 주신 선물이다. 당연히 현장 예배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극 이 도구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간 중개로 드리는 예배에서 목사나 신부의 집례에 따라 각자가 준비한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거나, 아니면 미리 교회에서 준비한 빵과 포도주를 축복한 다음 신도들 각 가정으로 주일 전에 미리 배달하여 주일 온라인 성만찬 때 사용하는 방식도 있다.

‘언컨택트’ 문화가 만연한 ‘뉴 노멀’이 일상화된 새로운 세계에서 온라인 예배와 성만찬은 새로운 신학적 주제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각 교파나 전통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성만찬을 거행하면 될 것이다. 현재 미연합감리교회에서는 온라인 성만찬을 거부하고 ‘애찬’을 대안으로 내세운 과거의 결론을 재검토하는 분위기이다. 그만큼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예측치 못했던 인류의 새로운 위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연합감리교회 웹사이트 메인 홈페이지 ‘우리가 믿는 것’(what we believe)에는 “연합감리교회는 온라인 성만찬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주제로 매우 다양한 견해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안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비록 한 걸음 늦었지만 우리 신학계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 . . ”(마9:17).

글을 쓰는 데 참조한 웹싸이트

https://www.christianitytoday.com/ct/2020/march-web-only/online-communion-can-still-be-sacramental.html

https://www.umcdiscipleship.org/articles/the-online-communion-dilemma

http://ee.umc.org/what-we-believe/what-is-the-united-methodist-view-of-online-comm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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