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갑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온 불청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실직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는 국민건강과 경제와 산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개인의 일상이 무너지고 익숙한 사회적 약속과 습관이 깨지고 있다. 삶의 환경이 제한되고 자유롭지 못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일상이 멈춘 듯한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비대면 회의 및 영상 소그룹의 활성화, 언택트(Untact) 일상,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 등 짧은 기간에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영국 정부 긴급상황과학자문그룹(SAGE)의 마크 월포트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으로 근절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고 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즉 코로나19는 면역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독감처럼 정기적인 재접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류는 개인위생,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New Normal)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교회도 코로나19로 인해 생각하지 못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예배당 예배(대면예배, 현장예배, 공동체예배)와 모임의 중단, 온라인 예배 및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 등으로 교회는 새로운 실험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줌 화상회의로 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안동교회
줌 화상회의로 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안동교회

   바나 그룹(Barna Group) 킨나만(David Kinnaman) 대표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코로나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교회의 안전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 역시 일종의 뉴노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바 있다. 혹자는 언젠가 찾아올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 급속하게 앞당겨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교회가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변화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변화에 인색한 경향의 교회에도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 능동적, 창의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대적 책임이 교회에게 주어졌다.

   교회는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로 구분할 수 있다. 성도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훈련받고 봉사하기 위해 교회에 모인다. 예배와 모임을 통해 은혜를 받고 성장한 성도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선포하기 위해 흩어져 세상으로 나간다. 교회는 모임 공동체인 동시에 흩어짐의 공동체다. 이 중 어느 하나만 고집하는 교회는 건강한 교회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교회의 모임과 흩어짐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교회의 성도들이 코로나19로 흩어지고 있다. 먼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임 없이 흩어지고 있다. 복음을 전할 목적을 가지고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의 위협 때문에 무작정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흩어짐은 2000년 교회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방 통행적이고 비정상적인 흩어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무너짐이 얼마나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장 통합의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급증했던 3월~4월 초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음에도 여전히 예배당 예배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6월 16일 발표된 이 설문조사는 40.6%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21.3%는 예배당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동시에 드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는 교회로 하여금 예배당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와 모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많은 교회가 온라인 사역에 집중하면서 성도들의 예배 참여 양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39%의 목회자들은 평신도들이 주일성수 인식과 소속감이 약화되어 교세의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종식 후 출석 교인 수에 대한 질문에 약 과반수의 목회자인 49.2%가 당연히 감소할 것이라 응답했다. 40.8%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증가할 것 같다는 대답은 단지 5.3%에 그쳤다.

   가톨릭교회도 신자의 흩어짐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교회 산하 기관인 우리신학연구소는 지난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조사 결과를 6월 17일 발표한 바 있다. 개신교의 예배참석 및 교회 중심의 봉사와 같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본당 활동 적극도에 따라 A부터 E그룹 순으로 구분하여 주일미사 의무참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본당 의무 참석 감소에 대해 A그룹의 33.8%, 어느 정도 열심인 B그룹의 41.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주일미사만 참여하는 C그룹에서는 50.6%, 주일미사에 자주 빠지는 D그룹에선 73.4%로 향후 본당 중심의 활동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로 가톨릭교회 교인들의 예배 출석이 감소할 것이며, 헌신과 충성도도 약화될 것으로 설문조사는 예측하고 있다.

   또 다른 설문조사 역시 미국의 교회가 흩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발표된 기독교 여론 조사기관 바나 그룹의 설문조사 결과, 믿음이 삶에 중요한 기준이 되며 코로나 이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실천적 그리스도인(Practicing Christians) 가운데 과반수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지난 4주 동안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교인들 중 48%는 지난 4주 동안 온라인상에서 어떤 교회 예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참여한 나머지 52%도 자신이 등록한 교회의 예배에 참여했다는 응답자는 40%에 그쳤으며, 다른 교회의 예배에 참여했다는 응답자는 23%였다.

   교회는 분명히 위기 가운데 서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교회는 당연히 세상으로 흩어져야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러한 목적 없이 성도들을 흩어지게 하고 있다. 오늘의 흩어짐은 선교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흩어짐이 아니다. 오늘날 교회는 정말 위험스럽게 흩어지고 있다. 특별한 목적 없이, 분명한 사명 없이 흩어질 때 교회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으며, 교회가 쇠약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기회가 주어질 때 성도는 모여야 한다. 함께 모여 예배해야 하고, 양육 받아야 하며, 교제를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흩어져도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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