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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교회 전도소그룹 세미나를 다녀와서

조국의 산야(山野)가 빨강과 노랑과 갈색으로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계절에, 제자들교회 옥천수양관에서 제15차 목회자 전도소그룹 세미나(2019년 10월 28일(월)~29일(화)가 열렸다. “불신자(不信者)를 전도하여 제자 삼는 교회”를 주님이 주신 사명으로 믿고, 교회를 개척하여 24년간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김동현 목사가, 은퇴까지 남은 10년간을 감리교회 200개 지방을 매년 두세 차례씩 초대해, 제자들교회의 부흥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김 목사는(김동현 목사님을 김 목사로 호칭하겠다), 그 옛날 할아버지가 화롯불에 군밤을 구워주면서 손주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듯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그 분야의 전문가다운 강의를 하였고, 70여 명의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 세웠다.

김 목사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자신은 소그룹 리더(목자)들과 목회한다고 단언했다. 아니 목자들이 목회할 수 있도록 힘껏 돕는 것이 자신의 목회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목자들을 먹이고 싶어지고, 해외여행을 가면 목자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 목사의 목자 사랑은 자식 사랑이나 매한가지였다. 김 목사의 말과 행동 속에는 그의 교회론과 목회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생각하는 교회는 전도하고 양육하는 공동체였고, 그가 추구하는 목회는 전도소그룹(목장)을 통해 새 신자를 전도하고 양육하여 목장을 부흥시키고 또 다른 훈련 받은 목자에게 새로운 목장을 분가시키는 거였다. 목장이 선순환하면 교회 부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김 목사는 단순히 교인 숫자가 몇 명인가가 아니라 교인을 재생산할 수 있는 목장이 몇 개인가가 훨씬 중요했다. 내가 보기에 제자들교회의 목장은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셀(Cell, 세포)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피를 계속해서 생산하는 조혈모세포나 다름없었다.

김 목사는 2강에서 목자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집에서 키우는 양은 다리가 약하기에 넘어져 뒤로 벌렁 넘어지면 가스가 차서 죽기 때문에 일으켜 줘야 하고, 집 양은 겨드랑이가 약해서 고름이 생기면 죽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해 주어야 하듯이, 목자는 신앙이 식었거나 시험을 당한 교인(목원)들을 재빨리 찾아가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김 목사가 한 말 중에 ‘심방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귀에 생생하다.

김동현 목사의 강의하는 모습./여성구목사
김동현 목사의 강의하는 모습./여성구목사

3강에서 강군(强軍)은 훈련이 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고참들과의 내무생활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목장의 5요소 중에서 모범을 보여주며 이끌어 주는 목자가 목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인격체는 양식만 준다고 자라는 게 아니라 사랑을 줘야 자란다면서, 목장은 목원들의 애경사를 참석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처럼 책임져 준다고 말했다. 목원들은 그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 다시 새신자에게 자기가 받은 사랑을 나누어준다. 사랑 받은 사람이 사랑할 수 있듯이 제자들교회 목장은 상호 책임의 삼결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4강에서 관계소그룹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전도는 낯선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은 사람이 하고, 전도는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필요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채워주는 거고, 전도는 일회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긴 시간을 보내면서 마치 농사처럼 하는 거라고 말했다.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농부가 88번의 손길과 발길을 주어야 하듯이 전도는 오랜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도는 한 사람에 의해서 교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7명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노방전도도 진행하지만 제자들교회의 주력부대는 전도소그룹이라고 말했다.

저녁에는 2014년에 분립 개척한 남부 제자들교회 강진구 목사가 전도소그룹 실행사례를 발표하였다. 강 목사는 제자들교회의 전도소그룹으로 전도했더니 전도는 쉽고, 전도는 웃으면서 하고, 전도는 놀면서 한다고 간증했다. 전도에 대한 부담감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신선한 충격파였다. 개척한 지 5년 정도 된 교회가 200여 명 가까이 모인다고 하니 전도소그룹이 한 교회만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누구나 적용 가능한 전도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혹시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아닐까도 우려했지만 다른 교회들을 계속해서 예시할 때에는 전도를 위한 보편타당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렇게 하루 강의를 마무리하고 새로 건축한 수양관에서 숙면을 취했다. 깊은 산속이라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고 잠은 쏟아졌다. 밤새 내린 이슬을 밟으며 채플실로 향했다. 김 목사는 새벽 기도 시간에 하나님은 목사의 눈물 어린 기도를 보시고 들으신다고 말씀을 전했다. 그 말씀에 힘입어 간절히 기도하였다. 또다시 마주하는 식탁은 늘 새로웠다. 매끼 마다 호텔급의 식사와 간식이 제공되었다. 이 모든 것이 무료라니 감격할 따름이다.

5강에서 소그룹 예배를 배웠다. 김 목사는 목자가 주일부터 수요일 사이에 연락하면 목원들은 돌봄 받고 섬김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수요일부터 토요일 사이에 연락하면 관리받는다고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로운 통찰이었다. 나는 주로 주일이 가까워지면 연락했는데 이제 바꿔야겠다. 제자들교회는 소그룹 예배도 단순하면서도 핵심적인 매뉴얼(manual)이 있었다. 우리는 보통 예배를 드리고 애찬을 하는데 제자들교회는 식사부터 하고 순서를 진행했다. 예배 순서만 보고도 불신자들이 마음이 열리고 다음 주에 또 오고 싶겠구나 생각했다. 6강은 전도소그룹의 연중계획을 들었다. 제자들교회는 일 년에 두 차례씩 가정에서 목장초청잔치를 하고, 목장별로 교회로 인도하는 전도주일을 지킨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강의 중에 신축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들을 섬기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보통은 전도지를 들고 가느라 실랑이를 펼치는데 경비 아저씨들을 감동시키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이것은 직접 가서 듣는 게 좋을 것이다.

중간 시간에 찬양사역자 박찬미 자매가 열정적으로 찬양콘서트를 진행했고, 제자들교회 목자가 전도초청잔치를 준비하는 과정과 결과를 간증하였고, 새신자가 예수님을 믿기 전에 어떻게 살았고, 무슨 계기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간증했다. 김 목사의 말마따나 군에 입소하기 전에는 장정이고, 훈련소에서는 훈련병이지만, 훈련을 마치고 나면 이등병이 되듯이, 제자들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신앙이 차근차근 자라는 게 보여졌다.

7강 전도소그룹의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8강 제자훈련과정을 연속으로 다뤘다. 김 목사는 섬에서 목회할 때부터 3명만 모이면 성경공부(김 목사는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에서 적용이 중요하며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다)를 하였다고 말했다. 교재는 자기가 개발하기보다 시중에 있는 좋은 자료를 참조했다. 김 목사는 제자훈련을 하니 교인들이 말씀을 통해 은혜받고, 목회자와의 끈끈한 관계를 통해 은혜받아 신앙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제자훈련으로 세상적인 가치관을 기독교적인 가치관으로 바꾸어 주었다. 김 목사는 교인들을 계속 교육하기 위해 전문적인 선교단체에 위탁 교육도 맡겼다. 나는 담임 목회하면서 선교단체에서 훈련받고 나서 겪게 되는 부작용을 경험했는데, 김 목사는 그 정도까지 훈련받는 교인들이라면 소위 말하는 ‘내 양’이라 자기 목자의 음성을 듣는다고 자신하였다. 나는 강의를 들으면서 ‘모방이 창조다’는 말처럼 김 목사가 수많은 좋은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감탄하였다. 나도 힘들게 교재를 썼는데 시중에는 더 좋은 자료가 널린 것을 보고 손으로 쓰는 것보다 눈으로 찾는 것도 지혜라고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전도소그룹의 꽃인 ‘목장초청잔치’의 시연 동영상을 보았고, 상차림을 직접 받았다.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정갈하게 차려진 상(床)을 받으면 전도대상자(VIP)들이 감동을 받겠구나 생각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전도소그룹이 80%의 성과를 거두는 20%냐고 질문했다. 김 목사는 이뿐만 아니라 조심스럽게 책별 강해설교를 언급했다. 나는 자연적 교회성장(NCD)에서 8개의 나무 조각으로 만든 물통을 떠올렸다. 물통의 물을 가장 낮은 나무 조각까지 찬다. 제자들교회는 전도소그룹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제자들교회의 전도소그룹이 새로운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라면 김 목사의 강해설교는 피를 온몸으로 펌프질하는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아무리 전도하고 양육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것은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이었다. 목자들은 전도소그룹으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아 왔고 즉 피를 생산하였고, 김 목사는 말씀을 먹여 즉 심장에서 펌프질하여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하였다. 김 목사는 거름도 주었지만 가지치기도 했기에 제자들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문득 김 목사는 무슨 리더일까 생각해 보았다. 리더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김 목사는 목회 철학을 전도하는 소그룹으로 만든 ‘아이디어 리더’이자, 목자에게 권한을 대폭적으로 위임한 ‘용기 있는 리더’이자, 목자들과 새신자들이 끊임없이 헌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말씀을 먹이는 ‘영감을 불어넣은 리더’이자, 불신자와 한국교회를 섬기는 ‘서번트 리더’였다. 이 한 가지만이라도 잘하면 교회는 부흥할 텐데 4가지를 잘하니 계속 부흥하겠구나 직감했다.

전도소그룹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산야를 보니 어제보다 더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있었다. 가을이 되면 나무가 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한다. 잎 속에 들어있는 녹색 엽록소가 햇빛에 파괴되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다른 색소가 들어나는 게 단풍(丹楓)이다. 만약 잎으로 영양분을 계속 보낸다면 나무는 추위에 얼어 죽고 만다. 나무는 단풍이 들게 해서 추위에 약한 나뭇 잎을 떨어뜨리고 나무 전체를 보호하는 활동을 한다. 나무도 치열한 생존투쟁을 하는데 교회는 과연 어떻게 몸부림치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듯이 교회는 본질적이지 않은 활동을 제거해야 한다. 교회를 아름답게 부흥시킨 목사님들은 한결같이 목회에 전념하는 것을 본다. 나무가 생체시계로 추위를 감지하듯이 목사는 영적시야로 비본질적 요소들을 분별해야 한다. 그런 나무만이 추위를 견디고 새봄에 꽃이 핀다. 나를 영적으로 얼어 죽게 만드는 비본질적인 요소들은 무엇일까? 나는 단풍을 보면서 그것을 하나둘 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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