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대한 회의가 극에 다다랐을 때
찬양 한 곡으로 인해 갑자기 은혜가 들이닥쳤다"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찬양사역자 민호기 목사의 인생 이야기

찬양예배를 인도하고있는 민호기 목사 @출처=박은락 작가
찬양예배를 인도하고있는 민호기 목사 @출처=박은락 작가

ㅣ삶의 시선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릴 때
아이러니하게도 첫아이로 인해 가장 행복했다
하나님의 징표처럼 느껴졌다

Q. 당신의 삶은?

미스테리 블랙코미디~^^

인생이란 불확정성의 연속이고 내가 알고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살면 살수록 깨닫게 된다. 웃음과 고통은 늘 뒤섞여 찾아오고,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들을 끊임없이 오가다 보니 내 인생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어느 순간 헷갈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드라마의 결론은 영원한 해피엔딩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기에 재미있게 살고 있다.

Q. 삶의 굴곡 중에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어떤 순간이었는가?

한창 이름이 알려지고 활발하게 활동하던 30대 초반에 원인불명의 병이 찾아와 1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 지냈던 적이 있었다. 캄캄한 터널 한가운데 갇혀있는 기분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코로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행복했던 때는 바로 그 시기에 첫아이가 태어난 거다.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이 찾아온 신비는 하나님께서 내 삶을 여전히 붙들고 계시다는 징표처럼 느껴졌고, 그 시간을 잘 견디며 통과하게 해 주었다.

Q. 힘들었던 나에게 사랑의 한 마디를 한다면?

내가 만든 노래 <겨울고요>의 가사를 한 소절 빌자면...‘넌 잘 하고 있다고 조용히 토닥여 주겠네’

Q. 하나님의 첫사랑을 경험한 순간은?

모태 신자로 자라다 신앙에 대한 회의가 극에 다다른 철학과 1학년 때,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은 찬양 한 곡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은혜가 들이닥쳤다. 당시 라면을 끓여 한 입 가득 밀어 넣고 있었는데 눈물이 터졌다. 라면 사리를 입에 문 채 두 손을 들고 꿇어앉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찬양예배를 인도하고있는 민호기 목사 @출처=신종수 작가
찬양예배를 인도하고있는 민호기 목사 @출처=신종수 작가

Q. 당신의 삶에 개입하셨던 하나님은 일은 무엇인가?

믿음을 ‘이해’하려 했던 나에게 이해하기 위해 믿어야 함을 깨닫게 하셨다. 답하고 보니 안셀무스의 말이기도 하다.^^ (안셀무스는 이탈리아 태생의 신학자 겸 철학자-기자)

Q.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과 후의 모습의 변화는?

겉으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교회에서는 늘 모범생처럼 보였을 테니까. 그러나 나의 내면은 모든 면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시작되었다.

Q. 당신의 삶을 공유하는 홈그라운드는?

코로나 전에 내가 우스개를 섞어하던 말이 "세계가 내 교구다"였다.^^ 2019년 한 해에만 내 차는 거의 10만 km 가까이 달렸고, 7개국을 다녀왔다. 그런데 정작 나의 성격은 집돌이다. 일이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달려가고 거기서 늘 안정을 찾는다.

Q. 가정에서 나의 모습은?

남편과 아빠로 가장 만족하고 행복하다. 나는 최고의 아내와 두 아들과 부모님을 하나님께 선물 받았다. 하워드 헨드릭스가 ‘당신의 믿음을 가정에서 증명할 수 없다면 그것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고 했다. 사역자에게 있어 가정에서의 삶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믿음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전혀 없다.

Q. 최근 삶에 변화를 이끄는 것은?

당연히 코로나19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아니, 되돌려 놓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도 같다. 가진 것도, 사역의 기회도 거의 없던 신인 시절로 되돌아가 그 첫 마음을 되찾게 된 점은 의외의 축복이다.

차남 민이음 군, 민호기 목사, 전수현 사모, 장남 민지음 군(왼쪽부터) @출처=신종수 작가
차남 민이음 군, 민호기 목사, 전수현 사모, 장남 민지음 군(왼쪽부터) @출처=신종수 작가

ㅣ사역의 시선

그의 목표는
'한결 같은 사역자. 한 길 가는 사역자. 사람을 세우는 사역자'다

Q. 삶과 일과 사역의 균형은?

요즘 워라밸의 균형감을 많이들 얘기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축복 받은 삶이라 늘 생각한다. 삶과 일을 구분 짓기 어려운 직업군인 것 같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직업이라니... 당연히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제일 좋아하는 일이 책 읽고 음악 듣고 글 쓰는 거였는데 그게 직업이 된 거다. 이런 걸 ‘덕업일치’라고 하더라.

Q. 지금 맡고있는 사역을 소개한다면?

우선 교회나 선교단체 등 현장에서 찬양 예배를 인도하고 말씀을 전하고 공연을 한다. 그리고 개인 작업실과 녹음 스튜디오에서는 노래를 만들고 음반을 녹음하고 책을 쓴다. 대신대학교에서는 후학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있다.

Q. 사역의 기본 방향과 지향 방향이 있다면?

20대 중반 데뷔 시절에 세운 사역의 3가지 목표를 지금껏 따라가고 있다.
한결 같은 사역자. 한 길 가는 사역자. 사람을 세우는 사역자.

Q. 사역 가운데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이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것 같다.

담임목사님 없이 총각 전도사님이 지키고 있는 시골 교회에서 어르신 십여 분을 모시고 찬양 예배를 인도하고 마치고 축도를 하는데 어르신들이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셨다. 5년 만에 축도를 받으셔서 감사하다고...

또 하나는 10대 미혼모 친구들을 위한 공연을 하는데 <그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를 부를 때 만삭의 배 위에 손을 얹고 눈물을 흘리는 소녀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 그리고 지난 겨울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갔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의 어린이들이 스와힐리어로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를 부르는 걸 봤을 때 눈물이 저절로 주르륵~

Q. 일에서 지쳤을 때 에너지 충전요법은?

늘 해오던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한다.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보기. 그리고 가족여행. 이건 당분간 어렵겠죠...

Q. 당신의 달란트를 소개한다면?

뭔가 대단한 은사를 타고 난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을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나보다 생각한다.

Q. 내 모습의 어떤 것을 더 계발하고 어떤 것을 더 축소하고 싶은지?

4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의 나이에서는 뭔가를 더 계발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지금하고 있는 일을 오래 하는 것.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잘 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찬양사역자 민호기 목사 @출처=신종수 작가
찬양사역자 민호기 목사 @출처=신종수 작가

ㅣ생각의 시선

당장의 눈부신 성과보다
꾸준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Q. 잠들기전,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실은 불면증이 조금 있어서 잠들기 전에 가급적 생각을 비우려 한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면 왜 불면증이 왔겠는가? 비워야지 하는 의지와 달리 생각은 자꾸만 갈래를 뻗어나간다. 그에 반해 아내와 아이들은 참 잘 자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럽고 샘나고 또 사랑스럽다.

Q,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끼친 것은?

시인은 자신을 키운 팔할이 바람이라 했는데, 저는 저를 만든 팔할이 내 방이다. 그 방 안엔 5,000권의 책과 14,000장의 음반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읽고 들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구성해 준 것 같다.

Q. 어떠한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가장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당연히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그 분의 뜻을 헤아리려 애를 쓴다. 그리고 이건 지론이기도 한데, 선택하기 어려운 기로에서는 ‘조금 더 좁은 길’을 택하려 한다. 결국 나중에 좁은 길이야말로 좋은 길이었음을 확인한 경험이 많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Q. 나의 고정관념을 깼던 사건이나 문구는?

‘잘 하는 사람이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하는 사람이 잘 하는 것’이란 말을 들은 후, 삶과 사역의 방법론이 크게 바뀌었다. 당장의 눈부신 성과에만 몰입하기보다 꾸준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아 물론 잘 하면서 오래할 수 있어야 더 좋겠다.

Q. 나에 대해 책을 쓴다면 머릿말에 남길 말은?

첫 책을 이미 썼는데...^^ 가족들에 대한 헌사를 남겼다. 그만큼 가족은 나의 전부이며 또 다른 내 자신이니까.

Q. 독자에게 권면과 도전의 한마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Sting의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의 한 구절.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너 자신이 되어라. 남들이 뭐라 하든지.

찬양사역자 민호기 목사 @출처=신종수 작가
찬양사역자 민호기 목사 @출처=신종수 작가

ㅣ세상의 시선

세상 속에서 교회란,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조금 덜 가지려고 애쓰는
조금 더 비우고 나누려 애쓰는 존재여야 한다

Q.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다소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따지자면 비관론자에 가까운 것 같다. 평소 정치, 사회 전반에 관심이 많은데, 부조리나 적폐의 문제, 사회 구조적 모순은 도대체가 변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낀다.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20대에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나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이 방향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고 할까. 교회가 진보냐 보수냐의 진영 논리에 갇혀서도 안 되겠지만,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를 지키는 것에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거짓 선지자들이 너무 많고 그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린다. 모두가 더 잘 살기만을 바라는 세상에서는 희망이 없다. 그 욕심들이 모여서 지금의 학벌주의와 부동산 문제와 강남 신화를 만들어냈고 그런 욕망 덩어리를 깨뜨리지 않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많이 가지려고 미쳐 돌아갈 거다. 이런 세상 속에서 교회란,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조금 덜 가지려고 애쓰는, 조금 더 비우고 나누려 애쓰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은 쉽지만 살아내는 건 힘들다. 휴~

Q.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때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지?

조금 낯선 모습의 목사..?^^ 그러나 그 ‘낯섦’이 다름을 넘어 세상의 기준으론 논할 수 없는 ‘구별됨’으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이 정도면 과욕일까? 요즘 욕먹는 목사들이 하도 많아 그저 욕만 안 먹어도 괜찮은 건지...

Q. 한가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마지막 질문은 조금 유쾌하게 마무리할까 한다.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딸이 있는 세상을 살고 싶다. 아들만 둘 키우고 있는데 딸이 하나 있었다면 내 인생이 얼마나 더 아름답고 빛났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딸 가지신 분들...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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