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례 부탁을 받은 터라 호숫가에 자리 잡은 야외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각종 나무들이 환영하듯 길가에 줄을 서있고, 숲길의 꼬불꼬불 좁은 길은 도심의 피곤함을 달래주는 듯 정겨웠다.

잔디밭 위에 설치된 결혼식장은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늦은 시간에 새털구름이 하늘에 수를 놓았고 커다란 소나무, 도토리나무들이 관중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대청호수는 자연의 멋을 더해주는 매력 포인트로 충분했다.

신랑 신부 입장이 끝나고 사회자가 주례자를 소개하고 주례사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과 어울리는 주례사를 하고 싶었다. 주례사와 마주한 두 사람의 주인공에게 세 가지를 권했다.

첫째, 삭풍처럼 차갑고 삭막한 시대에 따스한 바람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주는 훈풍 같은 부부가 되라고 했다.

둘째, 때에 맞춰 내리는 비로 초목이 자라고 대지의 생명이 살아나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며 사는 단비 같은 부부가 되라고 했다.

셋째, 먹구름은 하늘을 막고 세상을 어둡게 하지만, 흰구름은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햇살이 비치는 공간을 내어준다. 이웃과 더불어 서로 화목하고 배려하며 사는 흰구름 같은 부부가 되라고 했다.

주례식 당시 결혼식 모습(20.10.10)
주례식 당시 결혼식 모습(20.10.10)

사랑스런 신랑 신부에게 바람과 비와 구름을 빗대어 권면한 주례사가 그들의 삶에 축복이 되어 풍성한 열매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성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

훈풍처럼,
단비처럼,
흰구름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세상은 훈훈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주님께서 하늘의 은총을 아낌 없이 부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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