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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진미의 철이다. 둘러보면 두루두루 먹을 것이 널렸다. 봄에는 봄나물 위주로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고, 여름에는 봄에 심은 작물들로 밥상이 풍성해진다. 나도 지난 4월에 심었던 많은 작물들이 서서히 먹을 만큼 잘 올라오고 있어 큰 덕을 보고 있다.3월 중순에 심었던 감자는 무럭무럭 자라서 연한 보랏빛 꽃을 내었고 막바지 열매 맺기에 힘쓰고 있다. 이제 열흘 후 하지가 되면 감자를 캘 때다. 보통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감자를 캐야 보관에 좋다. 비를 맞은 감자는 바짝 말리지 않으면 상하기 십상이다. 어디는 벌써 캐어서 판매를 시작하는 곳도 있다.처음 감자를 심을 때 나름 고민을 했다. 쫀득한 반찬용으로 먹을 감자를 심을까, 아니면 분이 많이 나고 포실한 찜용 감자를 심을까? 어렸을 때는 도시락 반찬으로 찜용보다 볶거나 조림이 좋은 반찬용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어 내 입은 반찬용에 길들여져 있지만, 요즘엔 찜용 감자를 많이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첫 해의 감자는 이랑 세 줄을 심고 대박을 쳤다. 작물을 심을 때는 늘 경건(?)한 마음으로 심는데 첫 해는 마음가짐이 더욱 고왔다. 농사 매뉴얼 책과 이웃의 농부에게 들은 바를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 심었고, 작물 하나 심을 때마다 기도는 저절로 나왔다. 첫 작물의 개시를 시작하려 호미를 들었을 때 두근두근 했던 기억은 벌써 까마득한 옛 일이 되었다.먼저 멀칭한 비닐을 깨끗이 벗겨내어 돌돌 말아 한켠에 모아놓는다. 그런 다음 감자 줄기를 뽑는다. 그리고 호미를 들고 쪼그려 앉아 이랑의 흙을 걷어낸다. 이때 힘을 주어 땅을 파듯 캐다간 감자에 상처를 낼 수 있다. 간혹 호밋날에 찍혀 나온 감자를 마주할 때면 내 마음도  호밋날에 벤 듯 동병상련이 된다. 그래서 살살 걷어내고, 감자가 조금 보일라치면 손으로 흙을 헤쳐 감자를 건지곤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허리가 끊어질 듯 곡소리가 나온다. 이랑이 세 개라서, 작은 농부라서 다행이다. 더욱이 파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조금씩 나눠 먹은 것이기에 더욱 다행이다. 물론 전문적으로 감자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감자 캐는 농기계를 이용한다.그렇게 하여 얻은 감자는 무수했다. 대중소로 나눠 박스에 담으니 엄청 났다. 매번 마트에서 한 봉지씩 사서 먹은 것이 다였는데 크고 작은 것이 수북하니 기분이 참 좋았다. 감자 부자가 된 것이다. 창고에서 일주일 정도 말린 감자는 나 먹을 것과 이웃에 나눠줄 것과 멀리 보내줄 것들을 선별하였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가끔 한 해 정도는 건너뛰어 심은 감자를 매해 하지 전에 수확하여 한 해 동안, 햇감자 나오기 전까지 두고두고 먹는다.이런 생각도 한다. 혼자 사는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차라리 아는 농부에게 10킬로, 20킬로 한 상자 사서 먹는게 훨씬 싸게 먹힐 것인데 사서 고생을 한다고 유혹한다. 그러다가도 그 이듬해 3월이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과 몸은 씨감자로 향하고 있다.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며 해 온 것이 올해도 얻은 씨감자로 풍성한 감자 밥상을 기다리고 있다.농사는 때다. 농부가 때를 맞춰 작물을 잘 심고, 하늘이 때에 따라 적절한 기후 조건을 불어주면, 작물도 때를 따라 잘 자란다. 삼박자가 어우러지면 웬만하면 반 이상 성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종종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이번해의 4월은 종잡을 수 없는 기후가 내려졌다. 때아닌 심한 일교차로 냉해를 입은 열매들이 있었다. 복숭아, 사과, 배, 앵두 등 과수들이 그랬다. 어떤 농가는 냉해로 배꽃이 하나도 남김없이 떨어졌다고 한다. 한 해 농사가 망한거나 다름없다.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 마당의 앵두나무도 이번엔 열매가 하나도 맺히지 않았다. 해 걸이를 한다고 여겼는데 이웃집에 사시는 사모님이 냉해를 입어 그런다고 하셨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꽃은 엄청나게 피었고, 꿀벌들이 귀를 간지럽히도록 잉잉거리며 한창 일을 하였는데, 열매는 가뭄에 콩 나듯 몇 알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앵두청을 담그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감자는 때를 안다. 제 때 심어진 감자는 농부가 자신을 언제 수확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저녁 즈음 감자를 심은 곳에 가 봤더니 감자 줄기가 노랗게 익어가며 헤벌쭉 늘어져 있다. 수확할 시기를 알려주는 징조다.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굵고 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나도 다음주 토요일 정도에 감자를 수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얼마나 걷을지 잘 모르지만 농부 하나님이 주신대로 거두고 나눌 것이다. 분나고 포실포실한 감자! 큰 것은 쪄서 먹고, 작은 것은 조려 먹고, 흠이 난 것은 갈아서 감자전도 부쳐 먹어야지. 아!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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