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이기주 작가가 쓴 <언어의 온도>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가가 지하철을 탔는데,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나 보다. 할머니의 손에는 약봉지가 있었고, 할머니가 손자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말한다. “아직 열이 있네. 저녁 먹고 약 먹자.”

이런 할머니의 말에 손자가 대답한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손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작가는 여기서 그 할머니의 말에 대한 해석을 단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정말 그렇다. 자신이 상처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상처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의 실제적인 아픔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상처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어설픈 위로나 격려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깊은 상처를 가졌던 사람이 하는 말은 그 말이 비록 수사학적으로 탁월하지 못해도, 달변이 아니어도, 강력한 힘이 있다.

이런 점에서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많은 상처를 가지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육신의 아버지 요셉은 직업이 목수로, 예수님은 그렇게 좋은 가정적 배경에서 태어나지 못했다.

로마의 황제는 제국 산하의 나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가서 호적을 하라고 명령했고, 출산을 앞둔 부부는 그 먼 길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도착한 베들레헴에서는 누구 하나 곧 아기를 낳을 산모를 위해 자신의 방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각박하고 부당한 현실 앞에서 부부는 어떤 항의조차 한 마디도 못하는 연약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예수님은 악취가 진동하는 말 밥통에서 태어나셔야만 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3년을 함께했던 12명의 제자 중 한 명으로부터 은 30에 팔리셨다. 다른 11명의 제자들로부터도 배신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예수님은 십자가라는 당시 사람을 죽이는 가장 비참한 처형 방식으로 죽임을 당해야만 했다.

예수님은 이처럼 인간이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상처를 경험하셨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그 상처에 머물러 있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자신을 배신하고 뿔뿔이 흩어졌던 못난 제자들을 부활하신 후 찾아가셨다. 밤새 호수에 그물을 내렸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해 절망하고 있던 제자들을 위해 153마리의 고기를 잡게 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친히 숯불을 피워 생선과 떡을 구워주시며 그들의 잘못을 용서하신 후 잃어버렸던 사명을 다시 맡겨주셨던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버림받음과 아픔을 경험하셨던 예수님이 오늘 상처를 겪고 있는 우리를 초청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상처와 아픔을 겪어본 예수님이시기에 이러한 예수님의 초대는 강력한 힘이 있다.

혹시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전후좌우를 아무리 살펴봐도 빠져나갈 길이 없어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는가? 그렇다면 무겁고, 아픈 짐을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라. 예수님께로 와서 그 모든 문제의 짐을 던져보라. 그러면 모든 상처를 이미 지셨고, 그 상처를 완전히 해결하신 예수님이 당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처 입은 당신이 상처 입은 사람을 치유하는 축복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이것이 사랑하는 당신의 자녀에게 아픔을 주시는 하나님의 숨겨진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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