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단 중 가장 큰 침례교단에 속한 한국침례신학대학교
“복음 들고 전투적 야성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세상을 섬기며 시대와 소통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을 만들어가는 김선배 총장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제14대 총장 김선배 총장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제14대 총장 김선배 총장

| 삶의 시선

Q. 예수님을 언제 만났나?

나는 평범한 사람 중에 가장 평범한 사람인 것 같다. 침례교 3대째 신앙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를 다녔고, 평범하게 신앙생활을 했다. 사도바울과 같은 특별한 경험도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마치 큰 배가 방향을 조금 틀었을 때 나중에는 크게 회전하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가졌던 신앙이 지금까지 큰 흐름을 갖고 오게 한 것 같다.어릴 때부터 위인전을 많이 봤는데 이순신 장군처럼 군인이 돼서 나라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어느 날 버스 뒤쪽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내 눈에 보이는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불쌍하게 보였다. “저 사람들 지옥 가면 안 되는데”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라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혼구원이 더 중요하겠다”생각하고 신학대학을 가기로 마음에 결단했다.

Q. 교수와 대학 총장은 언제부터 마음에 계획했었는지?

신학대학에 가서 공부하면서 처음엔 성경 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공부가 참 좋았는데, 그때까지는 진로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준비되면 하나님께서 사용하시겠다는 확신이 들고 어디든지 보내시면 가겠다는 결단을 했다.신학대학교 4학년 때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혀가 바짝 갈라질 정도로 고민을 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느라 정말 힘든 시간을 가졌다.그러던 어느 날 주님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고, 최선을 다해 걸어가다 보니 교수가 됐다. 교수가 돼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총장이 되어 있었다. 내가 세우는 인생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오늘에 충실하다 보니까 그 이상의 길을 열어주시는구나라고 느꼈다.

Q. 하나님과의 첫사랑은 언제였나?

신학대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대학교 2학년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다. 나를 포함한 70년대 학번들은 당시 당시 어려운 문제로 방학을 많이 했었다. 공부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영어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서 필립 샤프의 교회사 책 한 권을 붙들고 종이사전으로 공부했다. 칠흙 같은 어두움으로 막막했던 그때 그 책 한 권에 있는 영어 단어를 일일이 찾아서 공부했는데 2,360개 단어를 찾아가며 공부했던 그 노력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김선배 총장이 신학대학교 학생 시절 영어 단어를 공부하며 기록했던 노트
김선배 총장이 신학대학교 학생 시절 영어 단어를 공부하며 기록했던 노트

| 사역의 시선

Q. 자신의 달란트를 소개한다면?

나는 행정을 잘하는 것 같다. 학장을 할 시절에 행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는데,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 중에 분별하고 선택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판단력이 필요했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따라왔다. 어쩔 때는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한 적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하던 중에 기억력이 좋아져 심지어는 숨소리까지도 기억하는 정도가 됐다. 마치 녹음했다고 할 정도로 기억력이 대단했다. 가끔은 잊는 것도 좋은데 그것도 안될 만큼. 하나님께서 나에게 분별력과 판단력, 통찰력을 주셨다. 책임자에게 필요한 요소들이라 생각한다. 지금 총장으로 역할을 하면서 이 달란트들은 아주 소중하게 사용되고 있다.

Q.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몇 해 전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큰 종이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선물을 줬다. 지금도 연구실에 붙어있는데,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본다. 보면서 늘 좋다.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 앞으로도 내 기억 속에 길고 진하게 남을 것 같다. 학생들의 감사로 인해 내가 더 감사하고, 나 자신에게 더 큰 감사라는 깨달음으로 늘 함께하고 있다.

총장실에서 김선배 총장이 학생들과 함께
총장실에서 김선배 총장이 학생들과 함께

| 생각의 시선

Q. 요즘 주로 생각하는 주제는?

요즘은 학교 장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 정책이 신학대학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학교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주제가 늘 머리속에 있다. 

Q. 자신의 고정관념을 깼던 사건?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한 침례교회를 방문했을 때였다. 예배 후 티타임을 갖는 중에 아내가 피아노로 찬송가를 쳤었는데 80대 노인 한 분이 와서 “젊은 분이 내가 어릴 때 불렀던 찬송가를 어떻게 알고 있어요?”라고 물었다. 영국에선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찬송가가 아닌 복음성가가 대부분 포함된 새로운 찬송가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침례교의 뿌리인 영국에서 현대에 맞는 리듬의 곡들을 주로 사용하는데 비해 우리는 100년, 200년 전의 리듬에 맞춰진 곡들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직사각형 교회의 강대상 위치를 바꾸는 등 이른바 원조는 이미 다 바꿔가고 있는데 우리는 못 바꾸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고 금하고 지키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그날의 경험이 내 생각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신앙은 보수신학을 견지하지만 복음 외에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Q. 요즘 노력하는 것이 있는가?

요즘 나는 웃는 모습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릴 적엔 나는 늘 잘 웃어서 외할머니께서 “선배는 목사님이야. 웃는 모습이 목사님 같이 너무 좋아”라고 늘 말씀하셨다. 별명도 목사님이었다. 그런데 어른이 돼서 사진을 찍는데 나보고 웃으라고 하는 것. 나는 이미 웃고 있었는데 더 웃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거울을 보면서 웃어보니까 나는 웃는다고 하는데 웃는 표정이 아닌 거 같이 보였다. 내 표정이 경직돼 보였다. 우리가 웃는 모습이 천국 모습인데, 나에게 웃음이 떠나지 않도록 요즘은 많이 웃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Q. 총장으로서 한국침례신학대학교를 향한 포부는?

학교 강의동에 가면 한 벽에 아주 큰 세계지도가 있는데 전 세계 침례교 현황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도가 거꾸로 그려져있다. 우리가 대륙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아니라 대륙의 위에 있고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갖기 위해 그렇게 그렸다. 예수님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최고의 사람이다. 그리고 최고의 사람이 들어있으면 최고의 대학이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가 세계 최고의 학교라고. 우리 학생들은 세계 최고의 학생이고,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세계 최고의 교수진이라고. 우리 학교는 세계 125개 나라에 펼쳐져 있는 침례교단의 중심에 있는 대학이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는 세상을 섬기며 시대와 소통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전경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전경

| 세상의 시선

Q.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개인적으로는 종말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종말이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는 기독교인들이 전투적 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와 세상은 평화할 수 없다. 만약 평화한다면 중세시대처럼 타락한 것일 것이다.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다. 복음전파 과정에서는 투쟁이 필요하다. 순교의 피가 복음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야성을 버리는 순간 본질이 없어지는 것이다. 세상은 원래 악하고 하나님을 떠난 것 자체가 죄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 처럼 순결해야한다. 복음과 비복음은 갈등할 수 있어도 평화할 수 없다. 이 시대 기독교인의 전투력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런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나?

칼과 창을 쟁기와 삽으로 만들고 싶다. 더 이상 칼과 창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칼과 창을 쟁기와 삽으로 만드는 방법은 복음이 들어가면 가능하다. 복음이 들어가지 않으면 힘 있는 나라가 깡패국가가 되고,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된다. 우리는 순진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혜로 무장하고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김선배 총장이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역대 총장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배 총장이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역대 총장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천하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두려워하길 바란다. 정부 방역지침 준수도 하지만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좀 더 도전적이어야 한다. 하나님을 내편되게 하려하지 말고 내가 하나님 편에 서서 세상을 변화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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