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나라들의 휴일은 대부분 기독교 절기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이들 방학도 그에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문화와 관습도 기독교식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유아세례를 받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도 교회나 성당에 가서 목사의 축복 기도를 받고 예배 비슷한 걸 드리고 옵니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기독교 의식으로 집행합니다.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도 콜 수상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정당 이름에도 기독교가 들어가 있습니다. 기독교 민주당, 기독교 사회당.. 이런 식입니다. 과연 전통 있는 기독교 국가들입니다. 우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면 하나님 나라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환호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50년이면 유럽이 이슬람 대륙이 될 것 같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실제로 기독교는 거의 껍데기만 남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캘린더의 절기 이름들이 기독교인의 귀에 익어서 반가울 뿐입니다. 부활절에 어떻게 영광스러운 예배를 드릴까 고민하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오순절이 무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성탄절은 아기 예수가 오신 날인 건 알지만 그것이 우리의 죄 값을 담당하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이 좋은 날에 왜 그리 고리타분한 말을 하느냐고 타박 맞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런 절기들이 되면 어떻게 휴가를 보낼까? 어떻게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까를 고민할 뿐입니다.

이젠 신앙적인 언급이 싫어서 중립화된 말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Merry Christmas 대신에 Happy Holidays를 사용합니다. 트럼프가 Merry Christmas로 인사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을 정도입니다. 텍사스 주에서는 2013년 6월에 “메리 크리스마스 법”으로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정도입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공격이 거세다는 반증입니다. 독일에서는 성탄절 마켓(Weihnachtsmarkt)을 겨울 마켓(Wintermarkt)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서구의 탈기독교화는 실제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남은 껍데기조차 말라가는 현실입니다.

그들의 휴일은 기독교가 모든 국민의 종교였던 시절에 정해졌을 겁니다. 그들은 기독교의 힘을 만끽했을 것입니다. 이젠 인사까지도 법으로 규제당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시작된 휴일들에서 하나님을 밀어내버렸습니다. 예수님이 보시면 “강도의 굴혈로 만들었도다”라고 소리치실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독교적 휴일은 성탄절뿐입니다. 그러나 유례없이 긴 연휴를 누릴 정도로 잘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지만 그 전만 하더라도 인천공항에는 해외여행 인파로 차고 넘쳤습니다. 국토 면적은 세계 111위에 불과하지만 누비고 다니는 면적은 세계 제1위에 육박합니다. 유럽인들 못지않게 좋은 것들을 많이 누리고 있습니다. 과분한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결석 폭탄”을 맞을 각오를 해야 했고 지금은 코로나19로 교회 출석마저 힘겨워진 상황. 주일 지키고 월요일에 해외 나간다는 말을 들으면 반색할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여행이 주일성수를 완전히 밀어낸 느낌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잘 살게 해주셨지만 우리의 생각에서 잊혀 가고 있습니다. 왠지 유럽 짝 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우리나라 교회의 힘도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망한다는 게 저만의 불안은 아닐 겁니다. 길고 긴 연휴에 휴가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음 연휴에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 프로젝트라든지 신앙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같은 걸 만들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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