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남유다의 제13대 왕 히스기야(사울왕과 찬탈왕 아달랴 제외)가 25세의 나이에 왕이 된다. 그는 남유다 역사에서 최악의 왕들 중 한 명인 아버지 아하스의 뒤를 왕이 된다. 우상숭배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아하스에게서 히스기야가 태어났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인간의 생각과 다른 하나님께서 역사를 반전시키는 놀라운 방식이다.

그에 대한 평가를 역대하 기자는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실과 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정식하게 행”(대하 29:2)했다고 한다. 여기서 다윗이 등장하는데,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이런 다윗의 길을 걸었던 왕들이 세 명 있는데, 여호사밧(대하 17:3)과 요시야였다(대하 34:2).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뭘까? 나라를 부강하게 한 것일까? 그래서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획득한 왕들일까? 바벨론의 70년 포로에서 돌아온 역대하의 기자의 눈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었다. 그들의 나라가 망한 것은 여호와 하나님 신앙을 버렸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소망이었다. 그런 점에서 남유다 역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바알 신앙을 척결하고 말씀대로 살고자 한 세 명의 왕들이 걸었던 다윗의 길로 돌아가는 것이 사는 길임을 말한 것이다.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뿌려놓은 우상숭배의 잔재가 너무 컸기에 이것을 개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개혁을 수행함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부작용(?)을 살피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가는 것이 왕이 해야 할 일일 것 같은데 히스기야는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통치 첫째 해 첫째 달부터 우상숭배의 잔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개혁을 단 16일 만에 마쳤다는 것이다. “첫째 달 초하루에 성결하게 하기를 시작하여 그 달 초팔일에 여호와의 낭실에 이르고 또 팔 일 동안 여호와의 전을 성결하게 하여 첫째 달 십육 일에 이르러 마치고”(대하 29:17). 아버지 아하스가 16년 동안 벌려놓은 우상숭배의 잔재를 1년을 하루로 생각하여 16일 만에 끝낸 것이 아닐까! 이러한 모습은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실패가 너무 크다고 절망할 필요가 없음을 보게 된다. 히스기야의 아버지 아하스를 생각하면 사실 답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절망이다. 남유다 역사상 최악의 왕 다음에 이런 아들이 나올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항상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아하스의 시대를 저물게 하고 히스기야의 시대를 오게 하시니 말이다.

물론 이와는 180도 다른 경우도 있다. 안타깝게도 남유다의 최고 성군 중 한 명인 히스기야의 아들이 므낫세이다. 남유다에서 가장 오랜 55년 동안을 통치하며 아버지가 개혁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버려 아하스와 함께 남유다 역사에서 최악의 왕으로 기억되는 므낫세가 히스기야의 아들이다! 그렇기에 내게 큰 축복이 왔다고 해서 결코 자만할 수 없다.

“자식 농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게 자식뿐만 아니라 살면서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인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된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된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는 말씀처럼 말이다.

최근 이동원 목사의 아들 이범 집사가 43세의 일기로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고, 지난 11월 12일 추모예배가 있었던 것 같다. 이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기억하는 이유가 뭘까? 유명한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유명 목사의 아들이기보다 멋진 그리스도인이었고, 그래서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짧은 인생을 살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지만 그의 삶을 흠모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교회의 최고의 지도자이지만 자식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분들도 본다. 한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서 주님의 몸된 교회 공동체에 큰 해를 끼치고, 영광스러운 복음의 능력을 상하게 하는 여러 장면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아하스의 아들 히스기야의 삶을 보며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 있다. 절망의 밤이 깊이 왔을 때 그 절망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망의 밤이 깊다는 것은 소망의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아하스와 같은 깊은 절망이 내 삶이 찾아올 때 더욱 기도하라. 히스기야와 같은 부흥과 성공이 내 삶에 찾아올 때 겸손하라. 절망과 부흥의 양 단자가 움직일 때 그 중심에 계시는 하나님을 늘 주목하라. 이것이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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