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령이는 주일 아침이면 늘 달려와서 제게 안깁니다. 그 예령이가 오늘은 배가 아프다고 울고 있습니다. 할머니 권사님 요청으로 선 채로 배에 손 얹고 기도해줬습니다. 오후예배 마치고 쫓아와서 인사를 합니다. 기도해줘서 배가 안 아파요. 고맙습니다. 어찌 그리 예쁜지.

새가족이 곁에서 식사를 합니다. 너댓살 돼 보이는 딸아이가 보입니다. 눈이 참 예쁘다고 칭찬 한 마디를 해줬습니다. 다음 주에 그 아이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품에 안깁니다. 가만히 물었습니다. 무슨 음식 좋아해? 된장국요. 어, 나도 된장국 좋아하는데. 그 다음 좋아하는 건? 김치요. 어, 나도 김치 좋아하는데. 우린 좋아하는 게 똑 같다 그지? 아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찌 그리 예쁜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생각이 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영아실에는 엄마들이 같이 앉아 예배를 드립니다. 아빠들도 여럿 됩니다. 이들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영아실에선 뭐 했나 궁금해서 둘러봅니다. 아이들 움직인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는 아이 머리를 누르면서 말합니다. 목사님께 인사드려! 오히려 제가 먼저 한 마디 해줍니다. 아이고 예뻐라, God bless you!

교인들이 여기저기 둘러앉아서 커피를 마십니다. 저도 적당하게 끼어 앉습니다. 꼬맹이들이 뛰어 지나갑니다. 연로하신 어른들은 활짝 웃으면서 똑같은 말을 합니다. 아이고 예뻐라. 애들이 빠글거리니 사람 사는 것 같애. 한 아이가 제게 와서 안깁니다. 옆에 계신 성도들이 말합니다. 애들이 목사님을 좋아해요.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교회 모니터에 제 얼굴이 자주 나오니 애들 눈에 친숙해진 겁니다. 그래도 약간 으쓱해지는 기분입니다. 누군가 아이에게 과자 하나를 건네줍니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야지. 아이는 고개 까딱 숙이고 뛰어 가버립니다. 다들 예쁘다고 탄성이 가득합니다.

소영이는 얼굴이 통통하고 운동도 좋아합니다. 약간 남성적인 스타일입니다. 주위에서 엄마들이 좋은 말을 한 마디씩 해줍니다. 소영이는 참 예뻐. 정말 귀여워. 딸 바보 아빠는 한술 더 뜹니다. 우리 소영이 같이 예쁜 애는 없어요. 미스코리아 같아요. 미스코리아라는 말에는 아무도 동의해주지 않습니다. 아빠는 다큐로 말합니다. 주위에서는 예능으로 받습니다. 그런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소영이는 정말 예쁜 아가씨가 되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습니다.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둘째 아이 출산이 가까워집니다. 아빠는 이렇게 말합니다. 큰일났다. 첫째에게 모든 사랑을 다 줘버려서 둘째에게 줄 사랑이 하나도 없어.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생깁니다. 아니 첫째 때보다 더 큰 사랑입니다.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사랑이 또 나옵니다.

세월이 흐릅니다.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려옵니다. 결혼 날짜를 정합니다. 아빠의 마음에는 행복과 기대가 가득합니다. 드디어 결혼을 합니다. 며느리가 더 예뻐 보입니다. 며느리를 바라보는 아빠의 눈에는 꿀이 가득합니다. 아빠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아니 내가 며느리를 왜 이리 예뻐하지? 이런 사랑이 어디서 왔지? 딸이 묻습니다. 아빠, 나 새언니한테 밀렸어? 그래 넌 밀렸어. 계속해서 생겨나는 사랑을 보면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이런 사랑은 어디서 오나? 답이 떠오릅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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