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섬기는 교회가 코로나 감염사태를 겪으며 참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척하는 마음으로 다시 교회를 일으키자! 역전드라마를 써서 코로나시대의 한국교회의 모델이 되자!’ 이런 다짐을 해 보지만 ‘어떻게’라는 질문과 함께 각론에 들어가면 막막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던 중 한 세미나에서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모종린 교수의 <지역사회 트렌드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특강을 듣고 한 줄기 빛을 발견하였다. 모 교수는 앞으로의 세상은 글로벌화도 중요하지만 지역상권, 골목상권에 눈을 돌려야 한다 했다. 코로나의 위기로 재발견된 것이 있으니 ‘언택트, 홈택트, 로컬택트’라 했는데 모두가 로컬 즉 지역기반 생활권 경제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 반증이 코로나 중에 소비지표를 연구해 보면 집주위의 소비는 늘어 동네상점 카드결제가 늘었단다. 3km가 넘는 지역의 결제는 -12.6%이지만 500m이내의 결제는 +8%였다. 회사원 절반이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 할 수 있는 가까운 직장을 원하였다. 일, 주거, 놀이를 근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생활권이 구축되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나와 함께 하는 지역의 이웃이 중요해지고, 지방정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모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코로나로 촉발된 교회의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도 ‘우리 동네 교회’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그 동네를 품을 수 있고, 그 동네의 플랫폼이 되어 그 동네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어 동네 사람들이 ‘우리 동네 교회’라고 부를 때 교회는 존재의 근거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 마을 교회’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그 동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필요(need)를 찾아야 하고, 그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터(creator) 역할을 하면 좋겠다. 교회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지역민들을 위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창조적 일을 하는 창조적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섬기는 교회도 지역의 필요를 조사하는 연구팀을 만들어 볼까 한다.

며칠 전 구청 관계자에게 연락하여 “우리 교회 건물을 주중에는 청년창업센터로, 평생교육의 장으로 제공할 수 있으니 원하면 와 보시라”고 했다. 교회건물이 주중에는 아깝게도 놀고 있지 않는가? 구청장께서 전화하고, 관계자들이 달려와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그분들 중 한 분이 “빛가온교회가 코로나 확진의 아픔을 겪었지만 우리 지역 분들이 욕하기 보다 걱정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지역을 섬겨주시기 때문 아닌가 합니다.” 요즈음 코로나에 감염되면 주홍글씨가 붙기에 많이 걱정하고 염려하였는데 지역의 필요를 알고 섬기려는 사인만을 보냈는데도 이런 반응이 온 것이다. 그 반응이 무척 고마웠다.

요즈음 뜨는 골목의 공통점은 ‘문화자원과 이를 통해 형성된 정체성, 걷고 싶은 거리,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골목’이란다. 그렇다면 ‘우리 마을 교회’가 되어 다시 부흥을 노래하는 교회가 되려면 교회도 ‘그 교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교회, 힘들고 어려울 때 가서 앉아 있고 싶은 교회,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교회’가 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너무 우리끼리만의 교회가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우리 마을 교회 운동이 일어나 초토화된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나 이 땅에 새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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