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에 나오는 포도원의 주인은 포도원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 밖으로 나갔다. 성경에서 ‘이른 아침’은 오전 6시 정도의 시간을 말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할 사람은 많고, 일할 거리는 적은 상황에서 하루의 삯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인력 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자신을 선택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은 이들에게 하루 품삯인 1데나리온을 약속하고는 포도원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 오전 9시가 되어 주인이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인력 시장에는 아직도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주인은 이 사람들에게도 임금을 약속한 후 포도원에 들어와서 일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오후 12시, 오후 3시까지 주인은 계속 밖으로 나가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일꾼들을 포도원에 들어올 기회를 주고, 일하게 했다.

오후 5시가 되었다. 이제 포도원의 일이 마감될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주인은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때까지도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도 장애인이나, 포도원에서의 고된 일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소위 ‘루저’와 같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인은 이 사람까지도 포도원으로 들어와서 일하게 했다.

오후 6시, 드디어 해가 지고 수고한 품꾼들에게 임금을 줄 시간이 되었다. 주인은 포도원에 들어온 역순으로 돈을 주는데, 놀라운 것은 오후 5시에 들어와 단 1시간만 일한 사람에게 1데나리온을 주었다.

이 순간 오전 6시, 9시, 오후 12시, 오후 3시에 들어와 뙤약볕에서 일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게 웬 떡인가?”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품꾼들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자신들이 일한 시간만큼 큰 돈을 받을 것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에 찬 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한다. 주인이 오전 6시에 들어온 품꾼들까지도 1데나리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이 비유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포도원 품꾼은 자비한 분이다. 포도원 주인은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까? 뙤약볕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차별하는 나쁜 고용주일까? 아니다. 포도원 주인은 세상에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 실패로 가득한 사람도 포도원에 들어올 때 구원과 영생의 선물을 주시는 자비한 분이다.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다. 이 하나님을 모신 사람은 누가 뭐래도 축복의 사람이다.

그런데, 일부이겠지만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 다른 것 같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분명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들인데 말이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거짓말과 거친 말을 내뱉는다. 거짓 뉴스에 기반한 욕설, 경멸, 비하, 저주들이 그리스도인들의 입을 통해 스스럼없이 나온다. 자신의 행동이 전혀 부끄럽지도 않는 모양이다. 이것은 절대 아니다! 이것은 자비하신 하나님의 자녀 다운 모습이 아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은 사람들이다.

둘째, 우리는 오전 6시, 9시, 오후 12시, 오후 3시에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오후 5시에 들어온 사람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포도원에 들어와서 일할 자격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란 것이다. 바로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의 핵심적인 관점이다.

이것은 마태복음 18장에 등장하는 ‘잃은 양 비유’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핵심적인 관점이다. 주님은 양 100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도전한다. 놀랍게도 주님은 “아흔 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마 18:12)고 하신다.

숫자의 논리, 이성의 논리로만 본다면 이 목자의 행동은 말 같지도 않는 처사이다. 한 마리 잃어버렸다고 99마리를 ‘우리’에 넣은 것도 아니고 ‘산’에 두고 한 마리를 찾으러 가다니 말이다. 내가 주인이라면 이런 목자는 당장 해고 감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그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이라면…”, “내가 오후 5시에 포도원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이고, 하나님의 은혜이다. 은혜는 받을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긍휼히 여김을 받아’ 주어진 것이다. 결코 내가 잘 나서 받은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개인이나 가정, 교회나 직장, 나라를 보더라도 왜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99마리 양 중 한 마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우리는 다 오후 5시에 들어온 사람이다. 우리가 길 잃어버린 바로 그 한 마리 양이다.

이 의식이 사라지면 비교하고, 불평하고, 비난하고, 심지어 하나님을 향해서도 원망하게 된다. 바로 사탄이 활용하는 공로주의, 업적주의가 일어난다. 내가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힘을 절제하지 못하고 사용한다. 결국 이 땅이 고통하고, 갈등하고, 점점 시들해진다.

그래서 이 사실을 꼭 명심하자! 우리 모두는 오후 5시에 들어온 사람임을! 다시 기억하자. 교만하여 함부로 사람들을 판단하지 말 것을!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버리자. 오후 5시에 들어온 사람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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