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소망,사랑 성경의 주제

디지털 작업과 영상으로현실과 가상에 대한 질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일까지

서자현 작가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전시
서자현 작가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전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 들어서면 수평과 수직의 검은 라인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만나게 된다. 서자현 작가의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SEEING AND BEING SEEN)' 전시는 관객에게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먼저 말을 건다.

"인간이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자현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던 주제였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가상, 원본과 사본, 진짜와 가짜가 공존하는 이미지의 혼돈 속에서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되었다. 코로나의 상황에서 서자현 작가가 보여주는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간극"은 관객들에게 어떤 질문으로 돌아올까? 전시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소망(Hope)을 테마로 한 작품
소망(Hope)을 테마로 한 작품

작가는 성경 말씀과 주제를 작품의 테마로 전면에 내세웠다. "믿음, 소망, 사랑 천지창조" 테마를 회화와 사진, 2D와 3D의 디지털 작업과 퍼포먼스 영상에 담았다. 성경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린 현대미술의 디지털 작업과 성경이 만나는 도전에 대한 평가는 관객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관람객에게 성경과 현대미술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자극제가 될 듯 하다.

스트리트 댄스 크루인 프리즘 무브먼트와 협업한 영상 작품
스트리트 댄스 크루인 프리즘 무브먼트와 협업한 영상 작품

서자현 작가는 스트리트 댄스 크루인 프리즘 무브먼트(FRZM MOVEMENT)와 협업한 영상 작업을 대형 LED 화면으로 구현해 내는 등  기독교의 테마를 다양한 매체로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기독교 테마를 디지털 기술의 다양한 매체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보여준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퍼포먼스 영상과 디지털 아트 작업을 접하는 관객의 선경험에 대한 질문이 떠오른 전시이기도 했다. 

관객의 눈은 화려한 영상과 다채로운 디지털 이미지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영화, 광고, 유튜브 등을 통해 날마다 수십 개의 화려한 그래픽과 감각적인 영상에 노출된다. 그렇게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미술관에서 만나는 디지털 아트 작품에 어떤 기대를 하게 될까?

서자현 작가의 '천로역정'
서자현 작가의 '천로역정'

서자현 작가는 오랜 시간 작업해 왔던 회화 작품에서 좀 더 깊이 와닿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커다란 캔버스에 블랙과 그린의 기하학적 무늬로 그려 넣은 '천로역정' 은 신앙적인 의미만이 아닌 서사의 힌트를 찾아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이란 제목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텍스타일 형식의 작업은 상상의 매력을 담고 있다. 수평과 수직으로 두껍게 겹쳐진 검은 테이핑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난 컬러는 상상을 자극한다. 하지만, '성령의 바람', '생명나무'과 같은 직설 화법의 표현 방식은 관객에게 상상의 공간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텍스타일 형식의 작품
텍스타일 형식의 작품

서자현 작가의 전시는 성경을 현대미술에 담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얼마나 멋진 도전인가를 동시에 보여준다. 서자현 작가처럼 성경을 현대미술에 담아내려는 모험을 감행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런 모험적인 전시를 확인해 보려는 관객들 또한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곳이 어디 있겠는가. 현대미술이라는 캔버스 안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담겨있다. 현대미술 속에서 기독교의 가치를 발견해 드러내는 작가의 몫과 그것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관객의 몫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