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돈 목사의 머리 속은 늘 마을공동체에 대한 생각 뿐이다. 마을과 함께 울고 웃는 새롬교회 이원돈 목사가 사역하는 약대동은 경기도 부천의 가장 서민지역 중 하나이다. 고층 건물 보다는 낮은 건물이 촘촘히 들어선 곳. 서울 진입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그래서 이 목사는 이곳을 '꼽이 마을'이라 부른다.

새롬가정지원센터에 마련된 <마을 박물관>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부천새롬교회 이원돈 목사
새롬가정지원센터에 마련된 <마을 박물관>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부천새롬교회 이원돈 목사

가족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하는 영화제와 마을 방송국, 심야 식당, 마을 합창단, 협동조합 마을카페 '달토', 마을 박물관 등 교회의 규모로 봤을 때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다양한 마을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원돈 목사. 30년이 넘도록 교회 건물 중심의 사역이 아닌 마을 중심의 사역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마을을 이어가며 마을과 교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새롬교회 이원돈 목사를 만나봤다.

I 삶의 시선 

Q. 목사님의 삶을 드라마의 장르로 표현한다면? 

드라마의 한 장르로 표현한다면,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나는 삶을 꿈꾸는 것처럼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약대동 마을 목회와 선교에 대해 쓴 책의 이름이 <마을이 꿈을 꾸면 도시가 춤을 춘다>인 것처럼 나의 목회도 마치 작가가 작품을 쓰듯이 목회를 전개해 왔던 것 같다. 

Q. 하나님의 첫사랑을 경험한 순간은 언제인가? 

하나님은 청년 대학 시절 연동교회 대학부와 87년 민주 항쟁 등을 통해 역사와 시대에 대해 눈을 뜨게 하셨다. 또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기독청년학생 학사단 운동의 빈민지역 활동 보고서를 통해 86년 '약대동'이라는 부천의 가장 서민지역으로 부르셨다. 그로인해 마을 사역, 마을 목회를 시작하게 하셨다. 이로 인해 나의 삶의 모든 방향이 약대동 마을이 되었고 마을 목회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

Q.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과 후, 변화가 있다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의 삶은 경쟁, 소유 등 물질 욕망 중심의 삶이었지만 이제는 선물, 은혜, 환대와 같은 하나님과 성서 중심의 가치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코로나 19는 나의 삶이 아직도 물질과 문명 즉, 경쟁과 이윤, 욕망과 같은 낡은 문명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물질 문명(산업사회)은 지고, 생태 문명이 도래하는 문명의 이행 전환기에 이제는 생태 문명적 가치를 보다 풍성하게 하면서 이러한 가치를 마을과 지역에서 함께 펼쳐나가고 자연과 인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존하는 생태 문명적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때가 이르렀음을 깨닫고 있다. 그리하여 생명, 생태, 평화, 인권, 빈곤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은 몸짓을 시작하라고 추동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교회라는 건물과 제도 안으로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보다 교회 밖 ‘세상’으로 나가 보냄 받은 자로써 사명을 감당하라는 새로운 각성과 깨달음이 있음을 늘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그리스도인들, 우리끼리만 결속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품고 더 나아가 생태 공동체적인 마을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시는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Q. 목사님의 삶에 개입하셨던 하나님의 일은 무엇인가? 

새롬교회가 올해로 34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34년의 역사를 생각해보니 우리가 그동안 아무도 가지 않던 길들을 주로 걸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86년도 새롬교회가 약대동에 세워질 때부터 당시로써는 사람들이 잘하지 않는 일들 즉,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도서관과 같은 지역 선교의 길을 시작했고, 2013년도에는 달토(달나라토끼의 줄임말)와 같은 협동조합과 마을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꼽사리 영화제와 같은 마을 축제 등을 진행하며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나면서 영상예배, 영상구역, 영상제직회 등 이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사역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교회가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고난과 돌팔매를 맞지 않는다면, 사실 그 길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가는 새로운 길이 누구나 다니는 보편적인 길이 되면, 내가 처음 그 길을 걸었다고 주장하고 돌을 던지며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박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길이 보편화 되고 모두가 그 길을 걷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아무도 걷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새롬교회.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새롬교회.

I 사역의 시선 

Q. 지금 맡고 있는 사역을 소개한다면? 

이번에 마을 박물관을 개소하게 됐다. ‘약대동 기억 곳간’이라고 불리우는 마을 박물관은 교회의 선교 기관이 아니다. 그동안 교회를 넘어서 마을 선교를 감당했기 때문에 교회와 마을 분들이 경계 없이 함께 협력하고 일하는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마을의 문화 돌봄의 거점으로서 마을 박물관을 개소했다는 사실은 코로나 이후 교회의 선교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교회 중심적인 것을 넘어 마을 중심적으로 목회와 선교를 전개해야 할 것 같다. 교회가 교회의 경계를 뛰어넘어 마을과 하나 되고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야 만이 선교의 기회가 올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선교적 지평이 넓어지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달 새롬가정지원센터를 마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마을에서의 추억을 나누며 교제하는 쉼터를 만들었다.
지난 달 새롬가정지원센터를 마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마을에서의 추억을 나누며 교제하는 쉼터를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직접 제작하는 마을 영화제 '꼽사리 영화제'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직접 제작하는 마을 영화제 '꼽사리 영화제'

Q. 마을 목회, 마을 사역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나의 청년기가 바로 7, 80년대 민주화 시대였기에 자연스레 사회와 지역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연동교회 대학부를 다녔는데 당시에 기독 청년 운동을 하던 친구들이 교회에 많이 모였고, 이 친구들과 인문학, 사회과학 그리고 성서연구를 하면서 특별히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 ‘갈릴리 가버나움’이라는 마을 중심으로 펼쳐진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예수님이 마을 중심으로 기적과 치유을 일으키신 이야기와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시고 열두 광주리를 남기신 기적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 시대 속 마을과 지역에서 일어나, 마을 단위가 하나님 나라의 ‘잔치 공동체’가 되는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다.

Q. 사역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약대동 마을에서 보낸 후 다른 지역으로 떠났던 한 청년이 대학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며 나를 찾아왔다. 10년 만에 만난 청년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당시 마을 영화제인 ‘꼽사리 영화제’를 준비 중이였던 터라 이 청년에게 마을방송국을 함께 운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청년은 다시금 약대동 마을 살이를 시작하게 되었고, 5년 동안 청소년들과 마을영화를 만들고 지역 어르신들을 돌보며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심야식당 등 열심히 마을 사역을 감당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고 사회복지사로의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특별히 마을 일을 하며 만난 자매와 결혼에까지 골인하며 아름다운 가정도 이루게 되었다. 

나는 청년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부르심과 계획하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마을과 교회로서도 그동안 꿈꿔 온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바로 이 마을의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마을 카페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이들 부부처럼 이곳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다시 마을에서 '하나님의 잔치'를 일으키는 꿈이다. 

Q. 현재의 사역과 앞으로의 사역의 방향이 궁금해진다.  

코로나 시기에 교회와 마을이 협력하여 마을의 문화 돌봄의 거점으로서 약대동 '꼽이 마을 박물관'의 개소하고 출발시켰다는 사실은 코로나 이후 교회가 나아가야 할 선교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교회 건물 중심으로 모이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교회는 선교적 교회로 거듭나고, 지역과 마을로 흩어지면서 코로나 이후,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건강과 생명 그리고 생태에 맞춰 돌봄의 공동체로 새롭게 재구성될 때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지난 30여 년 동안 마을 사역을 펼쳐 온 새롬교회의 선교 사역도 녹색, 건강, 돌봄 등 생태적 가치로 재구성하려고 한다.

우선 마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꼽이 마을 방송국'과 같은 마을의 마실터가 되어 미디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으로 세대 공감적 표현의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마을 박물관'의 개소를 기점으로 신중년들을 중심으로 도시농부들이 마을을 녹색으로 가꾸고, 마을 어르신들의 자부심과 마을의 자존감을 높이는 인생박물관이 되고, 또 자신들이 사는 집에서 돌봄을 받으실 수 있는 마을 중심의 '녹색 건강 돌봄'(커뮤니티 케어)이라는 생태적 선교가 출발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꼽사리 영화제'와 같은 협동조합 '달토(달나라 토끼)'와 같은 마을의 문화 예술적 전통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통합적 녹색 생명 돌봄 마을로 만들어가는 꿈을 꾸고 있다.

이원돈 목사가 그리는 미래 마을 목회의 방향을 도표로 표현했다. @출처=이원돈 목사(새롬교회)
이원돈 목사가 그리는 미래 마을 목회의 방향을 도표로 표현했다. @출처=이원돈 목사(새롬교회)

I 생각의 시선 

Q.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 

포스트 코로나 더 나아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지내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애굽에서 출애굽하여 광야에서 행진하는 이스라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출애굽과 광야에서의 행군을 하나님의 신앙훈련으로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인간적 욕망을 채우는 행진으로 이해하며 광야생활 내내 불평, 불만을 터트리다 하나님으로부터 큰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 사건은 오늘 이 광야와 같은 코로나 시기에 우리를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말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광야로 나아가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시 하나님의 말씀은 듣고 싶지 않고 따르고 싶지 않은 귀찮고 낯선 새로운 음성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40년 동안 불평과 불만을 했던 것 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결국 광야를 횡단하시며 광야에서 애굽 제국에 노예화된 죽음의 종교 세대를 청산하시고 가나안 입성을 이루셨다. 이 광야 같은 코로나 시기에도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움직이시는 야웨 하나님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Q.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가장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있다면? 

'떡갈나무 혁명'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도토리 한 알이 떡갈나무가 되고 떡갈나무 숲을 이룬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이 코로나 국면에 산업 물질문명을 넘어 생태 사회로 진입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알의 도토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도토리가 되고, 마을에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이 되고, 유기농 매장 혹은 마을의 생명 생태 축제를 준비하는 한 알의 도토리가 될 때 우리 지역과 마을이 떡갈나무가 되고 떡갈나무 숲을 이루는 녹색 생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적 언어로 다시 표현해 본다면, 교회와 마을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은사를 불러주고 그 은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궁극적으로 도토리와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은사를 통해 떡갈나무와 같은 은사의 숲을 만들어, 한 알의 도토리로 떡갈나무와 같은 은사의 생태계와 숲을 만들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Q. 사역/삶 가운데 생각의 전환점을 갖게 된 사건이 있었나? 

새롬교회에서의 30년 사역을 마쳤을 때, 교회에서 안식년을 주셔서 영국의 토트네스 전환 마을과 마을 전체를 사회적 기업으로 일구어낸 브롬리바이보 센터(BBBC), 부르더호프 공동체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마을 공동체를 돌아보고 올 때쯤, 스웨덴의 17살 청소년 ’그래타 툰베리‘가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행동하는 음성과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안식년 복귀 후에 마을에서 지구촌 위기와 마을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되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마을에 3개의 학당(아카데미)을 세우게 됐다. 바로 신중년학당과 평화학당, 문예학당이다. 신중년 학당에서는 도시농부들과 함께 텃밭을 만들어 씨를 뿌리기 시작했고, 평화학당을 중심으로 평화와 기후문제를 공부했으며, 문예학당을 통해 마을 문화 활동과 먹거리 공정무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말처럼 오늘 우리 앞에는 기후와 생태위기라는 큰 과제가 놓여있다. 지금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10년 후,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심각성은 상상 자체가 두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다르게 살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바울의 서신처럼 스스로 편지가 되고 미디어가 되어 서로를 횡단하며 새로운 노래를 부는 사람, 새로운 춤추는 사람들이 되어 새로운 움직임, 무브먼트를 만들어 나가는 하나님 나라의 사람들이 되기 시작해야 한다.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에서 사진 한 장, 한 장을 설명하는 이 목사의 눈빛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가득하다.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에서 사진 한 장, 한 장을 설명하는 이 목사의 눈빛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가득하다.

I 세상의 시선 

Q.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목사님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금의 낡고 보수적인 교육제도와 언론, 사법, 종교를 새로운 생태적 세계관으로 좀 더 다중적이고 수평적으로 네트워크 하고, 우리의 신앙을 사회화 할수 있다면 우리 인류는 하루 6시간, 일주일에 6일 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지역과 마을, 자연과 더불어 풍요로운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할 때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나님 나라가 서로 상생하는 은혜와 선물의 생태문명을 탄생시킬수 있다고 한다. 이때에 우리는 새로운 영적 세상을 꿈꾸며 드디어 그곳을 향해 예배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또한 우리 곧 성령의 처음 익은 열매를 받은 우리까지도 속으로 탄식하여 양자 될 것 곧 우리 몸의 속량을 기다리느니라"

로마서 8:23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모습과 방향이 있다면? 

오늘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웰빙 신앙'은 그 신앙의 중심에 개인의 행복이 자리잡고 있다. 행복이 우리의 신앙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이웃을 멀리하고 그 다음으로 십자가와 멀어지게 된다. 자신보다 못한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을 멀리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배제와 차별을 신앙화하며 그들만의 성에 갇히게 된다. 그러면서 교회를 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향해 나가는 선교에 대해 자꾸 시비하고 문제 제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귀중한 대답을 우리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란 무엇인가? 나치즘에 저항하다가 순교하신 본회퍼 목사는 “교회는 타인을 위해서 현존할 때 교회가 된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에 보여준 책임적 행위를 세상 가운데 다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위해 고난을 감당한 것처럼 교회 역시 이웃과 타인을 위한 교회가 되고 필요하다면 이웃을 위해 고난을 감당할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교회 자신의 안전과 안락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이웃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이웃과 자연의 생명의 안전과 구원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 ‘모이는 교회’의 진정성은 ‘흩어지는 교회’ 즉, 지역과 마을 속에서 이웃과 타자를 향해 빛과 소금으로 나서는 삶과 사역을 통해서만 진정 어린 사죄의 마음과 진정성이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나누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신앙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우리는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 재난 가운데 새롭게 탄생해야 할 새로운 신앙은 무엇일까? 먼저 이웃들의 삶의 현장인 지역과 마을로 흩어져 겸손히 섬기는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교회 안으로 폐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몸 담고 있는 지역과 마을의 생태계를 공부하며 지구를 살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울 수 있는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신앙이 교회 성장주의와 번영주의 신앙에 매몰되어 개인의 성공과 행복 가운데서만 신앙의 기쁨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유아적 신앙을 넘어서서 교회와 마을, 시민사회와 지구생태계가 함께 공존하는 것을 기뻐하고 찬양하며 즐거워하는 새로운 신앙으로 출발시킬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신앙의 탄생 위에 주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이 함께하실 줄로 믿고 오늘도 승리하며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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