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신에 대한 깊은 통찰로 프랑스에서도 인정받은 소설가 이승우의 신간 <사랑이 한 일>
소돔에서 야곱의 사다리까지 성경의 이야기를 문학적인 상상력으로
40여년의 소설 쓰기와 작가의 기독교 신앙이 응축된 신간

그것은 분명 위험해 보이는 일이었다. 소설가 이승우는 위험해 보이는 그 일을 감행했다. 수백 번 넘게 쓰여지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었던 이야기. 그러나,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추측만 했던 아들 이삭과 아브라함의 사건을 과감하게 소설로 써 내려갔다. 성경과 소설의 허구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이삭을 바치라고 한 하나님. 그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아들을 제단 위에 올려놓아야 했던 아브라함. 소설가 이승우는, 문장과 문장을 쌓아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그 사건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간다.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불가능한 일이고,
또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랑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이승우, <사랑이 한 일> 중에서
성경에서 이삭의 사건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가능한 하나님의 요구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이 두려웠다. 하지만 오해였다.
소설가 이승우는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무엇을 오해하고 있었는지 이삭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성경을 읽으며 이전에는 헤어리지 못했던 하나님의 사랑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들려준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과제는
시험 당하는 자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고
시험하는 자에게도 같이 주어졌다.”이승우, <사랑이 한 일> 중에서
사랑의 시험을 당하고 있던 것은, 아브라함만이 아니었다. 전지전능한 하나님 또한 사랑으로 인해 시험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가셨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사랑은 무섭다.
성경이 기록한 대로, 제단 위에는 이삭이 아닌 숫양이 대신 놓인다. 하지만, 작가적인 상상력은 좀 더 깊은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아브라함과 이삭, 하나님과 이삭의 관계로 좀 더 나아간다. 진정한 성장은, 삶의 거친 폭풍 한가운데가 아닌 모든 것이 지난 후의 적막함 속에서 일어나고는 한다. (이삭의 성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아껴둡니다.)
폭풍이 지나간 후의 고요함 속에서 아버지의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한 이삭의 문장은 빛나고 아름답다.

이승우 작가가 소설을 지으며 살아간 지 4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쌓은 소설가로서의 명성과 작가로서 단련했던 문장력을 무기 삼아 그는 위험천만해 보이는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성경을 끌어안고 소설로 뛰어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위대한 원작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길 바랬다. 작가의 바램대로 소설을 읽고 나면 성경을 펼쳐 소설에서 만난 그 사건들을 다시 찾아 읽게 된다. 그리고 묻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그분의 사랑이 한 일은 무엇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