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도예' 대표, 도예가 김춘헌 집사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을 추구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디딤돌이 되기를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하며, 높여주는 독자들이 되길

'언양도예' 김춘헌 도예가
'언양도예' 김춘헌 도예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도자기’를 만들 때 많은 희로애락이 담긴다. 흙을 빚어 모양을 만들고 유약을 발라 구워지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같은 모양이라도 어떤 흙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릇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
도자기를 굽는 가마
  • 김 선생이 직접 만든 주전자, 찻잔
    김 선생이 직접 만든 주전자, 찻잔
  • 모양을 빚고, 유약을 발라 놓은 상태의 물병
    모양을 빚고, 유약을 발라 놓은 상태의 물병

  •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한 산골마을에,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언양요’를 제작한 토운 김춘헌 선생이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을 닮은 ‘은은한 멋’이 담겨있어,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을 좋아하며 ‘천천히, 느리게 사는 삶’ 을 살아가는 김 선생은 “도자기를 빚고, 가마에 넣는 것은 나의 역할이지만, 그 이후의 모든 결과물은 하나님께서 완성하신다.”고 말한다.

    |삶의 시선

    힘든 일이 없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리는 순간이 행복한 때.

    Q. 삶의 변화를 이끈 것은 무엇인가?
    어릴 때의 저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 무언가 마음이 틀어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자유분방한 학생이었다. 그때 우리집은 교회 예배당 앞쪽에서 만물상을 운영했다. 자연스럽게 교회 종소리를 듣고, 예배 드리러 가기도 했다. 교회를 가면 선생님이 포도송이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주셨는데, 그것이 부담스러워 예배를 드리는 날보다 동네 저수지에 낚시를 가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던 중 울산에서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배정받을 때 제가 지원했던 곳과 전혀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 학교가 하필 미션스쿨(기독교학교)이었다. 3년동안 열심히 예배 드리며 학교를 다녔지만, 여러 문제로 방황을 했고, 졸업하자마자 군대를 가게 되었다. 바짝 긴장하며 살던 이등병 신병 시절에 하나님을 만나고 간절히 찾았었는데, 상병이 되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니 자연스럽게 교회를 가지 않게 되었다. 전역 후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주님과 더 멀어진 삶을 살았다. 그러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운영하던 사업이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대광고등학교에서 예배를 드리며 학교생활을 했던 게 삶이 변화하게 된 시발점이 아닐까한다.

    Q. 삶에 하나님이 개입하셨던 일은 무엇인가?
    젊은 시절, 땅을 사서 토목 사업을 했었다. 하지만 IMF(1998년 경)로 인해 부도를 맞고 큰 빚도 생겼다. 그 때 저는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 땅과 돈, 모든 것을 잃었다. 결국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하나님께 “살려주세요.” 라고 간절히 기도했고, 주님을 의지하며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하나님은 저의 사업을 망하게 해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일어서 천천히, 느리게 사는 삶을 살게 하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 생각한다.

    Q. 삶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모든 시절들이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 사업이 망하고 기도로 이 집(도자기 작업장)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가지고 있던 골동품을 팔아 도자기를 구울 가마를 짓고, 지붕을 지어 덮어두었다. 언양 가지산 살티재 이 동네가 겨울에 바람이 불면 굉장히 세게 부는데, 집 기둥을 붙잡고 “하나님,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해 주세요.” 라는 간절한 기도가 나올 정도다. 집 지붕에 대한 걱정과 자식들의 학업문제, 가족들의 생계문제가 한꺼번에 생겼다. 그렇다 보니 간절하고 진실한 기도생활, 예배생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근처 계곡에 제가 무릎꿇고 기도하는 바위가 있다. 그곳에서 간절하게 기도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많은 고난을 겪다 보니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련이 없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고난이 있더라도 절박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찾을 수 있을 때가 행복한 것이다.


  • |사역의 시선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멋이 있는 도자기
    내가 즐겁게 만들어야 구매자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

    Q. 직접 만드시는 도자기(언양요)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도자기는 하나의 ‘미술’이고, ‘공예’에 속하기 때문에, ‘내 그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에 대해 고민하며 만든다. ‘언양요’는 그릇에 기교를 넣지 않고, 흙과 불이 만났을 때 변하는 그 본연의 질감, 즉 ‘덜 정제된 느낌’, ‘원시성’에 중점을 둔다. 그렇다 보니 하얀 백자처럼 다른 그릇에 비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진 않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오래 두고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아 흔히 말하는 ‘매니아 층’이 있는 그릇이다.

    Q. 언양요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없나요?
    ‘원시성’과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두고 도자기를 만들기 때문에,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고객의 층이 넓지 않다는 점이 어렵다.
    앞에서 말했듯이, 도자기는 ‘공예’이며, 예술에 속한다. ‘예술’은 ‘나의 즐거움’이 우선이어야 한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

    Q. 일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90년대 초반부터 취미로 시작해 지금까지 도자기를 만들다 보니 항상 돌아보면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름다운 그릇을 바라보며, 좋은 분들이 모이니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김춘헌 집사가 도자기를 빚고 있다.
    김춘헌 집사가 도자기를 빚고 있다.

    |생각의 시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며, 분별력 있는 나라가 되길

    Q. 요즘 자기 전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요즘 시대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나라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때마다 감사기도와 함께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조금 더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며, 분별력을 가지고 일을 하는 나라. 그리고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나라, 미래의 발전을 위해 국민의 의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나라가 되게 해 달라”고 말이다.

    Q. 가장 좋아하는 성경말씀은 무엇인가?
    마태복음 22장 39절인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수많은 좋은 글이나 이론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실천하는 모습으로 이웃에게 하나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언양교회 안에 있는 노인학교에서 차량운행으로 봉사하며, 또 ‘서예반’을 만들어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김춘헌 선생이 가마 앞에서 그릇을 바라보고 있다.
    김춘헌 선생이 가마 앞에서 그릇을 바라보고 있다.

    |세상의 시선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디딤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예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Q.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나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졌으면 하는가?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처럼 보였으면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조화로움’이 있다. 단풍을 구경하면 붉은 색 단풍잎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란 잎, 노란 은행잎, 주황잎, 대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단풍나무에 비춰지는 햇빛을 통해 자연의 조화가 더욱 아름답게 보여진다. 나 또한 햇빛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해 달라.
    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고객의 ‘미적인 부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사람들 또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나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미용사나, 옷을 만들고 수선해주는 재단사, 고객이 더 아름다워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을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분들의 서비스를 돈으로 ‘구매한다'고 생각하기 보단, ‘후원’해 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작게나마 그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수고비'를 보태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미용사에게 빵 한 조각이라도 더 나눠드리거나, 택시를 탈 때 잔돈을 받지 않는 행위 등 사소하지만 잘 하지 못하게 되는 '감사'를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예술의 가치는 사용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높여주는 독자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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