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 포스터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 포스터

누가복음 2장을 보면 시므온이란 사람이 나온다.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은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눅 2:25a). 그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구원을 받기를 기다린 사람으로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었다.

이런 그의 위에 성령이 계셨다고 한다. 성령이 함께 한 그에게 소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눅 1:26)는 것이었다. 그는 의롭고 경건한 유대인으로 구약에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메시아가 오기를 기다렸던 사람이었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사를 드리기 위해 방문했다. 이런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시므온은 생각했을 것이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메시아가 저 사람인가?”라고 말이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인생의 노년을 맞았던 것 같다. 예수님 당시 타락한 유대의 기성종교 집단 혹은 세상을 무력을 통해서라도 뒤집어보려는 사람들이 가득한 가운데서 의롭고 경건한 삶을 살며, 약속된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메시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않겠다는 시므온의 소원이 큰 도전이 된다.

오늘 많은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가지고 있다. 2007년에 개봉되어 큰 인기를 얻은 영화가 있다. 얼마나 큰 인기가 있었던지 정말 드물게도 2017년에 재개봉되기도 한 영화인데,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다.

이 영화에서 가난하지만 한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을 하며 살아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지만 괴팍한 성격에 아무도 주변에 없는 사업가 잭(잭 니콜슨)을 만나게 됩니다. 살아온 삶의 방향이 적혀 다른 이 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던 카터에게 잭은 함께 모험을 떠나볼 것을 제안하면서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가 공개된다. 총 10개의 버킷리스트가 공개된다. 1) 장엄한 광경 보기, 2) 낯선 사람 도와주기, 3) 눈물 날 때까지 웃기, 4) 무스탕 셀비로 카레이싱, 5)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6) 영구문신 새기기, 7) 스카이다이빙, 8) 로마, 홍콩 여행, 피라미드, 타지마할 보기, 9)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질주, 10) 세렝게티에서 호랑이 사냥하기.

이 영화를 ‘드라마/코미디’로 분류한 이유가 있을 만큼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 영화의 버킷리스트가 엉뚱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몇 가지는 나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시므온의 버킷리스트는 이런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 그리고 그는 드디어 성령의 감동을 받아 성전에 들어갔을 때 산모의 정결 예식(레 12:8)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한 아기 예수님을 품은 요셉과 마리아를 보게 되었다. 마리아가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여인의 뜰’이거나 장애인와 할례 받지 못한 이방인들까지 들어갈 수 있는 ‘이방인의 뜰’이었을 것이다.

시므온은 성령의 감동으로 그 아기 예수가 바로 자신이 평생 동안 기다렸던 주의 그리스도이심을 알았다. 평생을 기다린 메시아를 보고는 뛰어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는 아기 예수를 안고는 하나님을 찬송하며 “종을 평안히 놓아주시는도다”라고 말했다. 조금 전 영화의 두 주인공이 이루고자 한 정도가 아닌 평생을 기다린 버킷리스트를 이룬 기쁨으로 말이다.

통상적인 희생 제사 예물이 아닌 가난한 자들까지도 고려한 율법의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둘”(눅 2:24)로 제사를 드린 목수 요셉의 아들에게서 시므온은 만민 앞에 예비하신 주의 구원을 보았고,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을 보았다(눅 1:30~32).

이 장면을 묵상해 본다. 그때 아기 예수님의 얼굴에서 천사와 같은 빛이 났기에 이런 반응을 했을까? 아마도 아닌 것 같다. “그의 부모가 그에 대한 말들을 놀랍게 여기더라”(눅 2:33)는 것을 볼 때 아기 예수님이 어떤 특별한 모습을 보인 것 같지는 않다. 아기로 오신 이 땅에 예수님은 여느 다른 아기들처럼 배가 고프면 울고, 주님께 죄송한 표현이지만 똥오줌을 싸면 부모를 보채는 아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시므온은 부모가 가진 재력과 아기의 외적인 면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평생의 버킷리스트가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였기에 그는 성령의 감동 속에 ‘그 아기’가 이스라엘의 구원자요, 이방을 비추는 빛이심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유대인 남성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이스라엘의 뜰에서 나와 여인의 뜰 혹은 이방인의 뜰로 나와 이방의 구원자이심을 선포하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다. 평생 메시아와 그가 행하실 구원의 사역을 기다렸던 사람에게 성령님은 주님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지에 대한 것까지 너무나 자세히 보여주셨다.

이런 시므온의 모습을 보며 큰 도전을 받는다. 나는 무엇을 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는가? 무엇이 내 인생에 최고의 가치인가? 영원한 가치를 얻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상대화 할 수 있는가? 시므온이 걸었던 길을 후에 걸었던 짐 엘리엇(Jim Elliot)의 말이 말씀을 묵상하는 동안 계속해서 머리에 맴돈다.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지킬 수 없는 것을 버리는 자는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He is no fool who gives what he cannot keep to gain what he cannot 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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