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S&B Vonlanth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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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복음이 들어온 이래로, 이번 성탄절처럼 고요한 밤이 아니라 적막한 성탄절 예배를 드린 것은 정말 처음일 것입니다. 물론 성탄의 주인공 아기 예수님은 사라지고, 루돌프 사슴 코가 등장한지도 오래 되었지만, 이번 성탄절은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의 창궐로 말미암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어서, 20명, 그것도 예배자로서가 아니라 영상예배 송출 필요 인원만이 참석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예배당을 지배하는 생소한 성탄절을 보냈습니다. 작년 이전의 성탄감사 예배의 실황이나, 어느 교회 전교인 성탄감사찬양의 영상과 비교해 보면, 오늘의 현실은 고요를 뛰어넘은 참담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비록 예배당에 모여 기쁨의 눈빛을 서로 주고 받으며, 목소리를 합하여 큰 소리로 구주 오심을 노래할 기회를 잃었지만, 그것이 사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기 예수로 주님은 오셨고, 우린 그날을 기억하고 방식은 달라졌지만, 영상으로나마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랜 약속을 지키셔서, 2천년 전에 아기 예수를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때가 되면 역사의 심판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실 것입니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실 날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 신앙인들입니다. 성탄은 그 기약을 새롭게 하는 절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그분을 기다리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도 우린 고백합니다. “주는 내 주시니 주를 떠나서는 어디에도 내 행복이 없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성도들은 고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내 기쁨입니다.(시 16:2,3)" 가장 중요한 날, 의미 있는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꼭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12월을 맞이하면서 마음에 담긴 기도는 '이번 성탄절에는 누구와 더불어 주님 오심을 기뻐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였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주도적으로 누구를 초대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님이 보내시는 분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약속을 했다가 엄중해지는 거리두기 2.5 상황으로 취소하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24일 성탄 전날은 '여전도사님' 몇 분이 오후에 찾아와서, 촛불로 성탄의 장식을 한 거실에서 커피와 차를 함께 마시고, 헤어지기 전에는 함께  나누었던 대화 가운데,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서 돌아가며 기도하고 헤어졌습니다. 25일에는 성탄 영상예배를 드린 후에, '다문화가정' 한 식구와 점심식탁을 함께 했습니다. 남아공에서 영어교사로 취업한 자매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우리 교회 한 청년과 결혼해서, 그날은  6살짜리 딸과 4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줄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몇 년동안 한국의 삭막한 교육상황을 보면서, 영어학원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서, 뭔가 기여할 일을 꿈꾸는 것은 바로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사역을 계속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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