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스나이더는 선교가 교회의 본질적 DNA라고 말한 바 있다. 선교는 교회의 여러 사역 중의 하나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은 선교이며, 따라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배당 예배가 어려워지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상당수의 성도들이 주일예배를 비롯한 공예배에 참석이 힘든 상황에서, 현장에 나가 있는 선교사들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인해 상당수의 선교사들이 한국으로 귀환했지만 자가 격리할 장소마저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길이 막히고, 언제 다시 선교지로 돌아갈 날을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은 선교사들의 마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장에 남아있는 선교사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세계 어느 곳도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이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점차 식어져 가는 한국교회의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교사의 피가 뿌려진 결과 선교 DNA가 심겨지고 자란 안동교회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부터 담임목사들이 복음을 들고 열방으로 나갔다. 안동교회 2대 담임인 이대영 목사가 선교사로 파송이 결정된 것은 1921년이며, 이듬해인 1922년 여름에 중국 선교지에 도착했다. 1885년 부활주일 언드우드(元杜尤, Horace G. Underwood) 선교사가 인천에 상륙함으로써 시작된 장로교회는 1913년 11월 박태로, 김영훈, 사병순 3명의 목사를 최초로 중국 산동에 파송했으며, 이어 1917년 10월에는 방효원, 홍승한 목사를 역시 산동에 보냈다. 1918년 11월에는 박상순 선교사가, 그리고 1922년 6월에는 이대영목사가 산동에 파송됐는데, 그는 한국장로교 사상 7번째로 열방에 파송된 선교사다. 또한 안동교회 4대 담임인 박상동 목사는 일본 장감연합회의 요청에 의해 1928년 8월 오사카 인근 지역의 재일교포 선교를 위해 전도목사로 파송되었다. 이처럼 안동교회 담임목사는 하나님이 부르셨을 때 담임목사의 자리를 과감히 내려놓고 선교지로 떠났던 주의 종들이다. 이것은 안동교회에 심겨진 선교 DNA가 죽은 DNA가 아니라 살아 역사하는 DNA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안동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였다. 초창기 안동교회는 교회 밖에 있는 주의 종을 선교사를 결정하고 열방으로 파송한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가 직접 선교사 신분으로 해외로 나간 교회다. 

  안동교회는 이미 교회창립 80주년을 맞이한 1989년 5월 25일 필리핀에 신정식·김행자 선교사를, 1995년 1월 16일 동북아시아에 장순영·김정희 선교사를 단독으로 파송한 바 있다. 이들은 선교지인 필리핀과 중국에서 일정 기간 동안 체류하면서 지역을 복음화 하는 사역에 최선을 다했다. 교회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안동교회는 지향해야할 교회의 사명을 다시 점검해야 했다. 왜냐하면 선교(宣敎) 2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안동교회가 수행하고 있는 선교의 목표와 방향을 새롭게 수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8년 10월 말, ‘2009년을 위한 연말 당회’는 교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2009년도에 우리 교회가 감당해야할 사역들을 집중적으로 의논했다. 당회는 창립 100주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지나온 세월동안 진 복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의미로 주 파송 5가정·10명의 선교사를 파송(派送)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러시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한 안동교회
러시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한 안동교회

  주(主) 파송 선교사는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부(副) 후원 교회는 총회 규정에 따르면 약정한 파송 기간 동안 중단 없이 지속해서 선교비의 일부를 후원하는 교회를 말하는데, 이 부 후원 선교사는 우리 교회가 계획하고 있는 주 파송 선교사와 일치하며, 교회가 단독 파송 선교사 매월 생활비의 1/2 정도에 해당하는 100만원을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안동교회는 1989년과 1996년에 2가정의 단독선교사를 필리핀과 중국으로 파송하여 세계 선교에 동참해왔다. 하지만 안동교회는 교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며 이전과는 차별화된 보다 확장된 새로운 정책을 갖고 선교 2세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선교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독 선교사를 교회가 파송하기 보다는 여러 선교사들과 사역을 위해 기도와 물질로 돕고 후원하는 주파송 선교사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선교에 관한 환경과 선교사 후원이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동교회는 지난 11월 1일(주일) 두 가정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예식을 가졌다. 이미 우간다, 콜롬비아, 알바니아, 카자크스탄, 이태리, 러시아, 동북아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 12가정 24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지만, 다시 러시아와 동북아시아에 각각 1가정을 파송한 것이다. 이미 8차례 파송예식을 해 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 예식은 후원하는 교인들이나 파송 받는 선교사 모두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한 감격을 경험하게 했다. 이번 두 가정의 파송은 2009년 교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교회가 품은 50가정 100명의 선교사 파송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는 것이기에 온 교회는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또한 안동교회는 지난 11월 6일(금) 저녁 8시 30분 주파송 선교사를 위한 온라인 기도회를 개최하여 교회가 파송한 14가정 주파송 선교사 가운데 접속할 수 없는 나라에 파송된 2가정을 제외한 12가정 선교사를 줌(Zoom) 화상회의에 초대하였다.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콜롬비아, 그리고 알바니아. 우간다, 캄보디아, 필리핀과 한국에 입국해 있던 선교사들까지 포함되었다. 처음 진행하는 실시간 온라인 기도회라 모든 게 낯설었지만 시차를 감안하여 저녁 8시 30분부터 시작된 기도회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어 10시,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함께 한 선교사들은 기도회를 ‘감사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계속해서 11월 27일(금) 저녁 7시에 체코, 모리셔스, 네팔,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에 파송된 협력선교사 7가정을 전(前)과 동일한 방법으로 초대하여 110분 동안 온라인 기도회를 가졌다.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파송·협력교회가 선교사들을 잊지 않고 중보와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선교사들은 감격했다. 또한 선교지의 코로나 상황과 긴급한 기도제목을 공유한 것도 선교사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온라인 기도회에 참석한 한 선교사는 “감동적이다. 용기와 굳은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안동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를 위한 기도회
안동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를 위한 기도회

  특히 안동교회는 2020년 세계선교협의회(KWMA)주관 제19회 한국선교사 지도자 포럼에서 선교모범교회로 선정되었다. 15개 선교단체 134개, 59개의 부설 및 협력기구에서 한국교회 전체 2만 8039명의 선교사들을 섬기는 KWMA는 매년 선교모범교회를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있는데, "안동교회가 코로나19 가운데에서도 선교에 더욱 박차를 가한 모습이 한국교회 선교 사역에 큰 위로가 되었고, 현장 선교사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선교의 방향을 잃은 한국교회에 안동교회의 선교방향과 창의적 방법은 대단히 좋은 도전을 주었다"고 평가하며 시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선교사 파송예식과 온라인 기도회는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났음에도 안동교회가 계속해서 선교의 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 큰 에너지가 되고 있기에 모든 성도들은 감사할 뿐이다.

코로나시대를 맞이해 ZOOM(화상회의솔루션)을 통해 선교 현지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코로나시대를 맞이해 ZOOM(화상회의솔루션)을 통해 선교 현지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