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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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마음 새 뜻, 이런 말만 들어도 가슴 뛰던 때가 있었습니다. 해돋이를 보면서 새해의 첫날 아침을 감격스럽게 맞이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수록 새해라는 단어가 별 감동 없이 다가옵니다. 크게 기대할 것도 없고 크게 실망할 것도 없습니다. 신문이나 TV를 도배하는 온갖 종류의 전망에 대해서도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중대한 결심도 해보지만 그 결말이 뻔합니다. 어릴 때는 나이 먹는 것이 좋았지만 이젠 싫어집니다. 설날은 반가운 가족과 친지들 만난다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어집니다. 

어느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놀러 왔습니다. 아기가 몇 살이냐고 물었습니다. 나이는 3살인데 개월 수로는 15개월이라고 대답합니다. 허허 하고 웃을 수밖에요. 설 전날 태어나면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두 살이 됩니다. 음력설로 계산하면 같은 해 이튿날에 한 살 더 먹습니다. 우리나라 나이 계산 참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가끔 청년들에게 나이를 물으면 빠른 87, 빠른 89년 등의 대답을 듣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알고 보니 1,2월생은 동갑내기보다 입학을 빨리 하기 때문에 학년이 높습니다. 그걸 밝혀주기 위해 “빠른”이란 말을 씁니다.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았습니다.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나이를 써야 했습니다. 생일이 아직 안 되었기 때문에 만 나이와 우리 나이가 두 살 차이가 납니다. 어느 걸 쓸까 고민하다가 가운데 나이로 썼습니다. 나중에 병원 서류에는 만 나이로 나왔습니다. 자동으로 나오는 걸 저만 괜히 머리 썼습니다. 

94세 할아버지가 검도 유단자가 되었습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검도를 시작한 것이 91세때였습니다. 처음 찾아간 검도장 사범은 연세가 너무 많아 못 가르쳐드리겠다고 거절했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사범을 만나고 3년만에 초단을 땄습니다. 열심히 움직이니 건강도 무척 좋아졌습니다. 돋보기 없이 책을 읽고 틀니도 끼지 않습니다. 무릎이나 팔목도 아직 짱짱합니다. 집앞 텃밭 농사도 혼자 힘으로 해냅니다. 이분의 목표는 100세까지 검도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TV를 보니까 80먹은 노인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 내 참 기도 안 차서. 인생은 90부터야.” 

나이를 다음과 같이 나눈 경우를 보았습니다. 첫째, 산타클로스를 믿는 나이, 둘째,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나이, 셋째, 당신이 산타클로스인 나이, 넷째, 당신이 산타클로스처럼 보이는 나이. 나이 들수록 멋있어 질 수 있습니다. 나이 속에는 많은 축복이 들어 있습니다. “인생은 구십부터”라는 말은 얼마든지 옳을 수 있습니다. 

펄벅 여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인생의 영예로운 위치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가 들었고,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50년 전보다, 또는 40년 전보다, 또는 30년 전보다, 또는 20년 전보다, 심지어는 10년 전보다 훨씬 더 유용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나이 70이 된 이후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산술적인 수명만 늘여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나잇값하며 사는 겁니다. 나이만큼 아름답고 멋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우리 인생에, 인류역사에 딱 한번밖에 없는 2021년을 최고의 삶으로 채워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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