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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오해와 이해: 나는 □ 입니다. ⑮‘일천번제 헌금 드리는 성도’

솔로몬이 1,000번 제사 드렸다는 것은 잘못된 성경 해석
‘일천번제 헌금 폐지 운동’ 일어날 만큼 부정적 인식 팽배
“오해 풀면 되지만 싸잡아 적폐로 모는 것은 문제” 의견도

번제는 이스라엘의 5대 제사 가운데 하나로 제물을 태워 드리는 제사 방법이다. 가인과 아벨도 소산을 태워 제사를 드렸다.
번제는 이스라엘의 5대 제사 가운데 하나로 제물을 태워 드리는 제사 방법이다. 가인과 아벨도 소산을 태워 제사를 드렸다.

신앙의 목적이 하나님과 그 분의 뜻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안녕, 특히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것에 쏠린 데 대한 비판은 교회 안팎에서 단골처럼 제기되는 지적이다.

비판의 화살은 기복신앙과 맘모니즘을 향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한국사회의 급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본질은 도외시한 채 ‘빨리 빨리’를 외치며 몸집 불리기를 힘썼던 과거 한국사회의 모습은 교회 안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신앙 연수가 어느 정도 된 사람이라면 ‘일천번제’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성경을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솔로몬이 드린 일천번제의 스펙터클한 장면을 한번쯤 머릿속에 떠올려 봤을 터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언젠가부터 많은 교회들이 유행처럼 ‘일천번제 헌금’을 도입한 까닭이다. 혹자는 이 ‘일천번제 헌금’을 두고 한국교회의 기복신앙과 맘모니즘의 결정체라고 지적한다. 실제 2000년대 중반에는 일천번제 헌금 폐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도 했고, 지금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일천번제 헌금’을 검색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헌금을 넘어 일천번제라는 본래 용어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입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불현듯 궁금증이 일어났다. 일천번제 헌금은 정말 뿌리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여 그렇다고 해도 이 헌금을 드리는 성도들을 싸잡아서 기복신앙과 맘모니즘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바로 잡을 건 잡자

일천번제 헌금의 기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열왕기상에 등장하는 솔로몬의 제사다. “이에 왕이 제사하러 기브온으로 가니 거기는 산당이 큼이라. 솔로몬이 그 제단에 일천번제를 드렸더니” 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일천번제의 ‘번’이 한글에서 횟수를 세는 ‘번’과 소리가 같은 까닭에 ‘일천번제’를 솔로몬이 1,000번 제사를 드린 것으로 오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천번제 헌금을 도입하는 교회에서 1에서 1,000까지 숫자를 매겨서 ‘몇 번’ 냈다는 식으로 횟수를 기록하는 것은 일천번제의 본질을 벗어난 대표적인 왜곡이다.

성경에 기록된 일천번제는 횟수와는 큰 관계가 없다. 번제의 영어 표기는 ‘Burnt offering’이다. 한자로도 제물을 거룩한 불로 ‘태운다’는 뜻의 번(燔)을 쓴다. 희생제물 전부가 연기로 하늘에 올라감으로써 예배자의 심혼이 하나님께 바쳐지는 것을 상징하는 제사 방법의 하나가 번제다. 백석대 김진섭 교수(구약학)는 “‘일천번제’의 원어 직역은 ‘번제의 일천’이란 뜻”이라며 “동일한 사건에 대해 적어도 100년이 지난 후 ‘천 마리 번제를 드렸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신명기 1장 11절의 “너희를 현재보다 ‘천 배’나 많게 하시며”라는 표현과 관련해 “‘천’이라는 표현은 정확한 수치보다는 정수(round number)나 ‘매우 많이’라는 의미의 표현법이 될 수 있다”며 “한국교회가 잘못 이해·적용하고 있는 일천 번 드리는 헌금은 성경에 전혀 근거가 없는 억지 해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억울한 사람

‘일천번제’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억울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일천번제’라는 활동명을 가진 CCM가수 정성원 목사다. 2008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정 목사는 진로를 두고 오랜 방황을 겪었다. 그 시기 말씀을 묵상하던 차에 열왕기상 3장에 나오는 솔로몬의 일천번제 대목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솔로몬이 양 천 마리를 드린 것처럼 천곡의 찬양을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 것. 그렇게 ‘일천번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2년부터는 아예 이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일천번제’라는 용어에 대해 정 목사 만큼이나 깊이 고민한 사람이 또 있을까. 정 목사는 그간 일천번제와 관련해 많은 묵상을 해왔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는 깊은 묵상의 흔적이 느껴졌다.

“솔로몬은 성경 속 최고의 ‘금수저’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즉위를 기념하기 위해 양 천 마리를 가져와 예배를 드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저에게 ‘일천번제’는 ‘다 드리는 것’을 뜻합니다. 당시 제가 가진 것은 음악밖에 없었기에 제 모든 것을 드리는 마음으로 천곡의 찬양을 지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솔로몬의 일천번제’보다 더 갚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성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일천번제의 이름이 왜곡되고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순수한 의도와 진심까지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 목사의 곡들은 처음 하나님과 약속했던 1,000곡을 넘었다. 그는 계속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짓는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발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보석 같은 곡들이 모여 앨범이 됐다. 그는 “하나님 앞에 드려졌다는 사실만으로 감격과 감사가 넘치는데 하나님께서는 이 곡들로 영광 받으시고 동시에 많은 크리스천들에게도 사랑 받는 곡이 되게 하셨다”고 말했다. 그가 발표한 곡들 가운데에는 합창과 어린이 찬양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가 있다. 이 가운데 ‘홍해를 건너다’는 지금도 많은 크리스천들이 즐겨 듣고 부르는 곡으로 꼽힌다.

“‘일천번제’라는 활동명이 네이밍의 차원에선 불리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는 이름만 보고 노골적으로 악플을 다는 분도 있었지요. 고리타분한 느낌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찬양, 저의 사역을 통해 성도들이 일천번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되새기는 계기가 되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일천번제는 물질 아니라 기도다”

10년이 넘도록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고 있다는 박영희 권사(영안교회, 66살). 그에게는 몇 번의 헌금을 드렸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처음부터 일천번제 헌금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권사는 “처음부터 저희 교회 목사님께서 일천번제 헌금을 성도들에게 말씀하실 때 정확한 의미는 물론이고, 이 헌금은 물질을 얼마나 드리느냐보다 기도를 함께 쌓는 것이 중요하고 강조하셨다”며 “그 말처럼 저에게 일천번제 헌금은 곧 기도”라고 말했다.

박 권사의 일천번제 헌금 횟수를 굳이 계산하면 3,700번 가량이다. 계산이 가능한 까닭은 일천번제 헌금의 횟수가 곧 지난 10여 년간의 새벽기도 횟수이기 때문이다. 일천번제 헌금을 작정한 이유도 하나님과 거룩한 약속을 정해놓고 기도(헌금)하면 신앙이 성숙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분주하게 세상을 살다보면 기도하는 시간도 빼먹을 수 있고 내 삶이 하나님보다 우선하는 때가 많다”며 “일천번제를 작정해서 기도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 저에게는 새벽 제단을 쌓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박 권사는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면서 개인적인 복을 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드릴 때도 자신의 부와 영달을 구하지 않고 백성과 나라를 잘 다스리고 훌륭한 정치를 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지식을 구했기 때문이다. 박 권사 역시 그에게 맡겨진 공동체 식구들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다보니 기도의 응답은 물론이고, 자신의 영이 살찌고 다혈질이던 성격도 다듬어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박 권사는 일천번제 헌금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다. 요즘 세대가 너무 똑똑해서 그런 것 같다. 순종을 미덕이 아닌 미련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우려가 된다”며 “잘못된 오해야 풀면 되지만 싸잡아서 적폐처럼 여기는 것은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또 “일천번제도 새벽기도도 점차 어른 세대의 전유물로 남는 것 같아 아쉽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하나님과 처음 약속했던 순수한 마음 그대로 내게 주어진 날까지 일천번제 헌금을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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