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진행하던 신년하례회 취소하고 행사 예산으로 어려운 이웃 돕기로 뜻 모아
화재 입은 교회와 보육원 직접 방문해 후원금 전달

급하게 창문을 설치하고 겨울 찬바람을 피해 생활하고 있는 정성열 목사의 사택
급하게 창문을 설치하고 겨울 찬바람을 피해 생활하고 있는 정성열 목사의 사택

익산시 오산면 오산리,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 다닐 수 있은 좁은 길목 끝에 자리한 익산 신중교회. 한 달 전 주일 밤 9시, 화목보일러에서 발생한 폭발로 보일러 옆 사택에 화재가 발생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던 신중교회 정 목사는 놀란 가슴에 급히 신고를 했고, 출동한 화재 진압차량이 불길을 잡으려 애썼지만 금새 바닥난 물을 다시 채우기 위해 다녀온 사이 불길은 사택을 삼키고 교회 건물로 번져갔다. 애가 타 발을 구르던 익산 신중교회 정성열 목사와 소방대원들의 2시간의 사투 끝에 불길은 잡혔지만 화재로 인해 뼈대만 남은 사택과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의 매캐한 냄새, 화재 진압시 부었던 물만 집안에 가득했고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힘겨웠던 익산 신중교회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사택 안에서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사택 안에서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전북기독교총연합회 회장 황철규 목사와 임원들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익산 신중교회를 방문했다. 매년 전주시기독교연합회 등과 연합해 드리던 신년하례회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2.5단계 조치에 따라 취소하고 행사 예산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기로 뜻을 모았다. 임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찾던 중 화재로 어려움에 처한 익산 신중교회 소식을 듣고 행사 예산 일부를 흘려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화재 당시 상황을 들으며 뒤섞인 살림살이와 까만 그을음에 덮인 집안을 둘러보던 황철규 목사와 임원들은 예상보다 더욱 참담한 모습에 할 말을 잃은 체 신중교회 정성열 목사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부상 없이 온전히 생명을 지키신 하나님께 감사하자고 격려했다.

화재 당시의 상황을 전해 듣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전북기독교총연합회 임원진
화재 당시의 상황을 전해 듣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전북기독교총연합회 임원진

화재 잔해 정리와 최근 들어 극심해진 추위로 지치고 쇠약해진 익산 신중교회 정성열 목사는 “사고를 겪은 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며 지난 한 달여 간의 마음고생을 풀어놨다.  "이번 화재를 통해 ‘나도 이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구나’를 경험하고 앞으로 더욱 각성해서 하나님과 이웃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나와 같이 혹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더 힘써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자신의 어려움보다 같은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된 삶의 변화도 전했다.  또한, “주변 이웃들의 도움으로 힘을 얻어 정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북기독교총연합회가 직접 오셔서 힘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신중교회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라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섬김의 마음을 덧붙였다.

교회를 돕기 위해 달려와 준 전북기독교총연합회 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익산 신중교회 정성열 목사
교회를 돕기 위해 달려와 준 전북기독교총연합회 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익산 신중교회 정성열 목사

전북기독교총연합회 회장 황철규 목사는 “코로나때문에 신년하례회를 드리지 않고 기금을 어려운 이웃들하고 나누기로 한 중에 신중교회를 찾아오게 됐다”며 “사택도 화재로 전소하고 생각보다 어려움이 큰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작은 것이지만 나눌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할 수 있는 대로 많은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또 함께해준다면 교회와 어려운 성도들이 큰 힘을 얻고 앞으로는 어려움 당한 다른 이웃과도 함께 나눔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나눔의 선순환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전북기독교총연합회 회장 황철규 목사

전북기독교총연합회는 신년하례회 행사 예산 일부를 익산 신중교회 이외에도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돌보는 전주 선덕보육원에 전달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펼친 기부 실천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금으로 어려운 도민들을 위한 일만 장의 마스크를 기부하기도 했다. 

신년하례회 예산을 전주 선덕보육원에 전달한 전주시기독교연합회 회장 배진영 목사(왼쪽 사진)와 전라북도에 마스크 10,000장을 전달한 전북기독교총연합회 황철규 목사(오른쪽 사진)
신년하례회 예산을 전주 선덕보육원에 전달한 전주시기독교연합회 회장 배진영 목사(왼쪽 사진)와 전라북도에 마스크 10,000장을 전달한 전북기독교총연합회 황철규 목사(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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