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오래 전 기억이다. 한 지인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점심시간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먹는 도중 내 국에서 머리카락이 하나 발견되었다. 대접을 하는 분이 신경 쓰실 것 같아서 휴지에 몰래 싸려 하는데 그 분이 그것을 봤다.

주인을 불러서는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두근거렸다. “머리카락 하나에 너무 요란을 떠는 것이 아닌가? 주인이 어떻게 반응할까?”로 불안했다.

그런데, 주인이 진심으로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다시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식당에서도 그런 일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은 그 식당에서 가장 비싼 요리까지 주인이 내어오는 것이었다.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고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기분 좋게 식사 한 후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주인은 돈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 없다고 계속 말해도 주인의 생각은 분명했다.

너무 미안했다. “머리카락 하나 때문에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과 함께 “혹시 진상 손님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생겨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이렇게 장사해도 됩니까?” 그러자 그분이 정말 멋진 말을 하는 것이었다.

“손님, 제가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 고객이고, 고객의 소문입니다.”

지금 ‘생명의 도’라 불리는 기독교가 세상을 향해 취하고 있는 방식은 정말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방식인가? 혹시 장사하는 식당 사장님도 아는 이 평범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찰스 킴볼(Charles Kimball)은 그의 책 <종교가 사악해질 때>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신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그것이 이웃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 종교는 이미 타락해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확신해도 된다.”

코로나19가 1년 여 계속되면서 우리의 호흡이 너무 거칠어져 있는 것 같다. 손대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그러면서 여유가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하나님의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the world after corona virus)’이라는 칼럼에서 “폭풍은 지나가고 인류는, 우리 대부분은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고 하는데,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두렵다. 세상과 특별히 다음세대를 잃어버리면 교회의 미래는 없다.

박성철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한국교회 내 기독교 파시즘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논문의 결론에서 로마서 12장 14-21절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자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타인까지도 품기 위해 노력하는 자이다.”

코로나19 이후 기독교가 이 사회 가운데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 정말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생명의 도’라 불리는 기독교가 과거에 당연히 해왔던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죽어버린 유럽의 교회들처럼 화석화 될 것 같다. 지금은 ‘이웃 사랑’과 ‘섬김’(diakonia)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길게 호흡하며,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고객(?)을 잘 모실 준비를 할 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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