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마태복음 22:37-40)

섬 마을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온 한 청년은 섬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청년에게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내 걱정 말고 도시로 가거라. 젊은 놈이 얼마나 답답하겠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도시로 가라” 이에 아들은 “아버지, 눈도 좋지 않은데 혼자서 어떻게 고기잡이는 하시려고 그래요? 저는 아버지를 도울게요”라며 거절했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는 평생 고기잡이를 했기에 눈을 감고도 바닷가 내 집 마당처럼 훤히 보이니깐. 그러니 걱정 말고 도시에 나가서 공부도 하도 좋은 사람들도 많이 사귀도록 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홀로 섬에 남게 되는 것이 걱정스러웠지만, 아들은 마음 한구석에는 늘 도시를 동경해왔고, 섬 생활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자기 방에서 도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방 안에 옷과 책을 가지런히 넣고 방 청소도 깨끗이 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보이는 커다란 전신거울을 들고 아들의 방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거울 앞에 한번 서 보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거울 앞에 선 아들은, “거울을 보고 환하게 한번 웃어보라”는 요청에 머리를 긁적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도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거울을 바라보며, “그래, 보기 좋구나” 말씀하시곤 흐뭇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다음, “이제 얼굴을 찡그려보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찡그렸습니다. 거울 속에도 찡그린 표정이 비춰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찡그린 얼굴이 보기 안 좋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환한 얼굴을 하며 아버지께 “왜 거울 앞에서 표정을 짓게 했어요?”라고 질문했고, 아버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도시에 나가거든 반드시 거울을 보듯 생활하기를 바란다. 상대방의 행동을 통해 네 자신을 보란 말이야. 네게 불친절하게 대하거든, ‘언젠가 너도 누군가에 불친절하게 대했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섭섭한 말을 듣거든, 너 역시 네가 남을 섭섭하게 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단다. 기쁜 일도 마찬가지다. 누가 네게 기쁨으로 다가오거든, 네가 다른 사람에게 기쁨으로 다가간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라, 알았지?”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줄기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의 따뜻한 가르침과 진한 사랑이 가슴 깊이 전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거울과도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것을 베풀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내 안의 것을 먼저 거짓 없이 보여줘야 합니다. 삶은 주는 만큼 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두개인들이 예수님께 한방 먹었다는 소문을 듣고 한 율법 교사가 예수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율법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되묻습니다. 그는 “네 마음을 다하며 네 목숨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고 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그 말이 맞다고 하시며,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 말씀하시죠. 율법교사는 예수님께 옳게 보이려고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이니까” 묻습니다. 이때, 예수님이 그 유명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하시며, 율법교사들에게 “곤경에 처한 사람이 바로 내 이웃이고, 지체 없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참 이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시대는 위대하거나 잘나지 않은, 선한 그리스도인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곤경에 처한 나, 이웃, 교회, 나라를 위해 기꺼이 기도할 수 있는 자, 따지지 않고 희생할 수 있고 거짓없는 자가 필요로 하는 때입니다. 내 힘이 아닌 그리스도의 힘으로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공감하며 돕는 자들이 일어날 때, 세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나를 통하여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이 비춰지고, 나를 통하여 우리 이웃에게 선한 향기가 풍겨지고, 나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 귀한 은혜가 모든 분들에게 임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글 | 김영훈 목사(울산영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