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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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교회에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대표기도도 무척 길게 하셨습니다. 심방 때나 수요 예배 때도 30분씩 하셨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길지 않은데 우리가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그분이 기도를 시작하면 우리는 아예 엎드려 자곤 했습니다. 한참 지나 일어나도 여전히 기도중이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기도 길다고 교인들의 성토가 빗발쳤을 겁니다. 그래도 세월 지나니 웃고 넘어갈 추억이 되었습니다. 

 장로님의 대표기도가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정면의 디지털시계로 눈길이 갑니다. 기도 시작시간과 마치는 시간이 눈에 잔영처럼 남습니다. 평균 7분.. 당회에서 부탁을 드렸습니다. 장로님들, 기도가 너무 깁니다. 3분 정도가 좋은데 기도 후 송영 포함해서 4분 정도로 해주십시오. 대표기도하시는 은퇴장로님 두 분께는 개인적으로 만나서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두 분은 그렇게 짧게는 못하겠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두 분은 열외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주일 아침 은퇴장로님 한 분이 무려 13분을 하셨습니다. 몇 주 지나 그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장로님, 13분이나 기도하셨습니다. 짧게 해주십시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장로님은 대표기도를 하지 않으시겠다고 선언해서 한 고개 넘었습니다. 1년쯤 지났을 때 다른 장로님 한 분이 10분을 하셨습니다. 회중석 여기저기서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예배 마치니 성도들이 눈을 찡긋하면서 목사님 마음 다 안다는 표시를 합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교회마당에서 그 장로님 손을 꼭 붙잡고 말씀드렸습니다. 장로님, 오늘 기도 10분 하셨습니다, 10분! 너무 깁니다. 장로님, 다음부터는 써서 해주십시오. 저는 기도를 써서 하면 어색해서.. 그래도 써서 해주십시오. 그 장로님은 다음 차례 때 써서 기도하셨습니다. 정말 삼빡했습니다. 손을 잡고 극찬을 해드렸습니다. 장로님, 오늘 기도 최고였습니다! 

 어떤 교회는 대표기도 시간을 2분으로 정하고, 기도문을 영상으로 띄웁니다. 어떤 목사님은 기도가 너무 길면 뒤에서 옷을 잡아당긴다고 합니다. 저도 3분 기도예문을 직접 써서 장로님들께 나눠드린 적도 있습니다. 직설적인 하소연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상당히 좋아지긴 했습니다. 기도시간으로 치면 3분파와 7분파가 있겠구나 생각하다가 혼자서 싱긋이 웃기도 했습니다. 

 사실 시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내용도 문제입니다. 어떤 분은 개인적인 불만이나 감정을 대표기도시간에 그대로 토로합니다. 어떤 분은 성도들 맥 빠지게 비관적이고 비판적으로 기도합니다. 어떤 분은 자기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철학적인 말들을 열거합니다. 어떤 분은 훈시 조, 어떤 분은 중언부언, 어떤 분은 의미 없는 수식어귀를 반복합니다. 

 당연히 대표기도를 위해 기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기도 내용도 준비해야 합니다. 내용준비가 없으면 늘 똑같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설교와도 같습니다. 설교도 기도와 내용 둘 다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예배시간 대표기도에 성도들은 힘을 얻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저야 3분파지만 7분파라고 스트레스 받지는 않습니다. 휴~ 한 번 한숨 쉬고 잊어버리면 되니까요. 30분짜리 대표기도도 추억이 되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길게 기도하시는 장로님들 때문에 고생하는 성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목사님들 설교 때문에 고생하는 성도들도 많다고요? 예, 그 사실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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