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까이 예쁜 꽃과 나무들로 잘 가꾼 농원을 가지고 계신 장로님이 감동하며 복수초가 꽃을 피운 사진을 사연과 함께 보내왔습니다. “ . . . 방금 척과 봄맞이 끝내고  막 피어나는 복수초 한장 찍고 (시내로) 들어 왔습니다. 봄이 아직이고, 겨울 기운이 남았는데, 머리와 마음은 봄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 1월 25일 오후에 복수초 꽃 사진을 받은 바로 그날  저녁에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복수초 피었다는 뉴스가 나왔다니 자연은 놀랍게도 때를 맞추어 이 땅에서 꽃을 피우나 봅니다. 

복수초
복수초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변상을 하도록 규정한 옛 법전들, 하므라비 법전과 모세의 율법 규정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은 사진으로 답하면서 덧붙였습니다. “최근의 그 혹한에도 견디어 내고 꽃을 피우는 대단한 친구들이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와~ 생강나무꽃?”이라고 그분은 반응했고, 동일한 사진을 받은 어떤 사람은 노란꽃은 무조건 개나리라고 믿는 분부터 시작해서, 그래도 봄에 일찍 피는 산수유라는 또 다른 노란꽃을 아는 분은 대단한 실력이지만, 아무도 납매(臘梅)라는 우리 마당에 핀 꽃을 알아맞추기에는, 지난 문교부나 교육부의 잘못도 아니고,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선생님의 허물은 더더욱 결코 아닐 겁니다. 납매(臘梅)라 섣달을 의미하는 납(臘)에, 매화를 뜻하는 매(梅)를 합친 말로서 풀이하면, 섣달 즉 음력 12월에 피는 매화라는 뜻입니다.    

매화

음력 섣달, 그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 복수초(福壽草)와 납매(臘梅)덕분에 우린 벌써 가까이 와 있는 봄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납매(臘梅)의 그 은은한 향기는 시각뿐 아니라 우리의 후각까지 봄을 느끼게 합니다. 더 나아가 사람뿐 아니라 꿀벌까지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만물의 영장인 우리 역시 미미한 자연의 일부입니다. 좀 더 겸손하고 사랑스런 시각으로, 좀 더 자세히, 좀 더 오래 바라보면 다른 피조물도 나름 엄청 똑똑한 부분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릴 훨씬 능가하는 동식물의 본능 앞에, 그들을 지으신 아버지 하나님의 창조의 능력 앞에  경외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벌써 모든 자연은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잘 보면 식물들의 빛깔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나무의 푸른 잎도, 소나무의 푸른 색도 생기를 띄우고, 마치 세수를 한 것처럼 싱싱하게 다가옵니다. 우린 달력을 보고 계절을 확인하고 있지만, 태양력을 사용하는 현대인보다 태음력을 사용하던 옛날 사람들이 훨씬 더 정확하게 사시(四時)와 24절기(節氣)를 감지합니다. 그들의 지혜에 따르면 곧 입춘(立春)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클래식 찬넬에서 봄의 왈츠를 신청곡으로 주문하는 것을 보니 사람들도 전혀 무감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있으면 들판에 비료들이 쌓이고, 또 좀 더 시간이 지나가면 여인들의 옷에서 봄이 먼저 찾아올 겁니다. 비록 오늘같이 한 곳에는 꽃들이 피고, 다른 곳에서는 눈이 내리는 다양한 자연을 즐길 수만 있다면, 여기가 금수강산(錦繡江山)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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