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원인 모를 ‘전신 무혈성 괴사병’
전신마취만 20번 이상.. 다리 절단 위기까지
기적 체험 후 목회자의 길로
우여곡절 많은 삶, 주의 지팡이로 승리하는 인생 돼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소풍이나 운동회가 있던 날이면 언제나 무대에 올라 친구들을 웃기던 쾌활하고 개구지던 아이. 개그맨이 꿈이었던 소년은 14살 어느 날 쓰러지고 난 후부터 온전한 걸음을 걸을 수 없었다. 무혈성 괴사병으로 다리를 절었다는 곽호경 목사(나사렛교회/서울시 동대문 소재). 수많은 인생의 굴곡진 길을 걸어왔기에 하나님에 대한 그의 신뢰는 굳건했다. 절룩거리지만, 주의 지팡이가 있어 온전한 발자국이 남았다고 고백하는 곽 목사. 특유의 밝고 호탕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ㅣ 삶의 시선
여섯 발자국 기적 체험으로 목회의 길 가게 돼
굴곡진 인생 여정에 승리로 인도하신 하나님
Q. 당신의 삶은 어떤 드라마 장르인가?
스릴러(초현실적) 드라마다. 그만큼 인생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릴 적 ‘전신 무혈성 괴사’라는 병에 걸렸다. 다리가 썩어가고, 고름이 났다. 점점 심해지더니 걷기가 힘들어졌다. 병원에서는 다리를 절단해야 된다고 했다. 그랬던 제가 지금,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놀라운 드라마가 아닌가. 이 스릴러 드라마의 연출은 하나님이셨다.
Q. 다리 절단의 위기까지 갔다면 사연이 많으실 것 같다. 가장 힘들었을 때가 그 때였는가.
그렇다. 그때가 14살 때였다. 전신 무혈성 괴사병에 걸린 후 다리를 절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러다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다가왔다. 교회에 다니시던 친구 어머니께서 교회에 출석해볼 것을 권유했다. 어머니와 함께 출석할 교회를 알아보다가 현신애 권사님이 인도하시는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현 권사님은 당시 신유와 치유로 유명하셨다. 나도 다리를 고칠 수 있을까 해 어머니와 참석하게 됐다. 무혈성 괴사병 증상이 심해져 걷지 못할 때라, 택시를 타고 들것으로 옮겨져 간신히 참여했다.
Q. 그래서 그 집회에서 다리를 고쳤나?
기적이 일어났다. 신유가 한창 진행되던 집회 막바지, 현신애 권사가 더 치유 기도 받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일어나지도 못할 때라, 함께 참석하셨던 어머니께서 용기를 내 손을 드셨다. 집회 도우미(장병들)들이 들 것을 가지고 와 나를 누이고는 들것에 실은 채 현 권사님이 서 있는 강단까지 이동했다. 현 권사님께서 나를 위해 기도하시더니 “앞으로, 주의 사역에 쓰임 받을 아들이다”라고 예언하셨다. 그런 후, “얘야. 이제 일어나거라”라고 말씀하시더라. 이상하게 그 말씀을 듣고는 다리에 힘이 나 들것에서 내려 여섯 발자국을 걸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때,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꼈고, 예수님을 따르는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당시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를 확실하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Q. 가장 행복했을 때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기적을 체험하고, 결국에는 목회의 길을 가게 됐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개척할 교회가 있어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목회를 시작했다. 8개월쯤 지난 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비자를 신청했는데 11번을 거절당했다. 한두 번 거절당하니 아예 블랙리스트에 올라 어떤 방법으로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에 도전을 계속했다. 기적적으로 미국 비자가 나왔다. 보통은 2번 거절당하면 포기하기 일쑤인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해주셨다. 12번째 신청해 비자가 나왔을 때,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능력을 다시 한번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Q. 가장 깊이 하나님을 경험한 순간은 언제인가?
다시 또 다리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현신애 권사님 집회에서 치유를 받은 후, 특별한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신학의 길로 인도해 주셨다. 나사렛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기던 중, 과로로 인해 다시 ‘전신 무혈성 괴사병’이 재발했다. 또다시 다리가 썩어가고, 고름이 났다. 즉시 병원에 갔다. 의사분께서 지금 당장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전신으로 증세가 옮겨갈 수 있다고 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당시 가정을 막 꾸렸을 때였고, 첫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사례비도 적어서 바로 가족 생계가 걱정됐다. 목회자가 그러면 안 되지만, 살고 싶단 생각까지도 사라지더라.

Q. 힘드셨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나 고민하며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난생처음 보는 분이 병문안을 왔다. 장용기 권사님이란 분이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주변 사람들에게 모금해 80만 원을 들고 오셨더라. 급한 병원비부터 해결하라고. 그러더니 그분께서 갑자기 호통을 치시는 게 아닌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다는 목회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절망만 하고 있을 것이냐고 나무라셨다. 어안이 벙벙했다. 목회자로서 자존심도 상했다. 그런데 그분이 기막힌 제안을 하셨다.
지금 이대로 병원에 누워서 다리를 자를 거냐, 아니면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랑 같이 기도할 거냐, 선택하라고 하시더라. 그분께서 집으로 돌아가신 뒤 많은 고민을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났나? 아내와 병원을 퇴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나서 장용기 권사님이 초청했던 기도 모임에 참석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삼각산에 올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구국 기도회 모임이었는데, 함께 참석해 하나님께 매달렸다. 삼각산 꼭대기 바위 틈에 올라가면 서울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내 다리를 고쳐주시든, 아니면 바람으로 나를 밀어 바위산에서 떨어뜨려 죽게 하시든 하나님께서 결정해달라고 했다. 목숨을 걸고 기도했다. 6개월 동안 매주 그렇게 기도하니 이상하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확신이 들더라. 그러고는 다리 고름이 멈췄고, 괴사도 멈췄다. 또 다른 치유의 경험이었다.
Q.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과 후의 모습 변화는?
매사에 조급하고 세속적인 가치관 속에 살던 자아가 깨어져, 범사에 감사와 확신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니 걱정할 게 무언가. 없다.
Q. 가정에서 나의 모습은?
늘 미안하다. 아마 목회자라면 같은 마음을 것이다. 목회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참 많이 고생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지금 시카고에서 살고 있는 두 아들.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 상처가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가족들은 너무 많은 사랑을 주고 있다. 나는 행복한 아버지요, 남편이다.

Q. 최근 삶에 변화를 이끄는 것은?
많은 고난과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야만 했던 때가 많았다. 전신마취만 20번 이상을 해 신장은 망가졌고, 오랜 투병으로 인해 양쪽 고관절에도 장애가 생겼다. 그렇다 보니 그런 인생 속에서 살아있는 그 자체가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는 날 동안,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인생을 감사하고 기뻐하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
ㅣ 사역의 시선
메시야 콤플렉스 내려놓고 하나님 주권에 맡기려
우연한 인도 방문으로 세계 선교에 관심,
복음 갈구하는 인도인들에게 세례주고 교회세우는 사역 열중
Q. 삶과 일, 사역의 균형은?
목회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서 내가 먼저 하나님 안에서 기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까지 나의 양심을 무겁게 했던 메시아 콤플렉스(Messiah Complex. 오직 나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강박. 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을 야기한다.)을 가급적 내려놓고, 성실히 목양하되 나머지는 주님의 주권에 맡기려고 노력한다.

Q. 지금 집중하고 있는 사역을 소개하자면?
목회자로서의 기본 사역에 충실하려고 한다. 말씀을 전하고 성도들 돌보는 사역이야말로 내겐 가장 중요하다. 그 외에 최근에는 인도 선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나는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지, 선교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세계 선교에는 크게 헌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 전에 미전도종족 사역에 목숨을 건 친구 목회자 덕분에 우연히 인도를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서 마음이 뒤집어졌다. 복음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인도인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복음을 더 갈구하는 걸 보게 됐다.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Q. 선교의 열매가 있었는가?
인도에 다녀온 뒤, 1년에 한 번씩 만이라도 성도들과 인도 선교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교회의 선교 방향은, ‘인도의 자생적인 교회 설립’이다. 따라서 현지 사역자를 먼저 세우고, 교육한다. 그리고 가정 교회를 세워 삶의 터전부터 바꿔나간다. 한번 인도 선교를 나갈 때마다 평균적으로 50개의 가정교회를 세우고, 400명의 인도인들에게 세례를 준다. 카스트제도에 지쳐있는 그들은 진정으로 복음을 갈구한다. 교회에 나온다고 해서 무작정 세례를 주는 건 아니고, 세례 받기 전 신앙 고백을 반드시 점검한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약혼하는 것이다. 이제 힌두신에게 절하면 안 된다’라고 분명히 권고하고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만 세례를 준다.

Q. 도전이 된다. 혹시 인도 선교 외에 기억에 남는 사역 에피소드가 있다면?
미국 시카고에서 이민 목회할 때였다. 당시 초기 3년 동안은 불법체류 신분이었다. 미국 이민 절차를 위해 법조인에게 서류를 부탁했는데, 그 법조인의 실수로 서류를 정한 기한 내에 제출을 못해 불법체류자가 됐다.(그 후, 곽 목사는 미국 재판 결과 불법체류자의 오명을 벗었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 장로님이 과태료 미납으로 경찰서에 체포된 게 아닌가. 장로님께서 나더러 경찰서로 방문해 신원 보증을 서달라고 하더라.
Q. 경찰서로 가서 신원 보증을 서다가 불법체류자로 추방당할 수도 있었을텐데?
진짜 하늘이 노래졌다.(웃음) 그래도 우선 장로님은 어떻게든 구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경찰서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담당 경찰관이 내 신원을 먼저 조사해야 된다고 하더라. 진짜 앞이 캄캄했다. 쫓겨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내 신분증을 건넸더니, 경찰관이 컴퓨터로 내 신원을 조사하더라. 그런데 문득 의도치 않게, 담당 경찰관에게 “너 어디 사냐”라고 물었다. 진짜 의도치 않게 말이 나왔다.
경찰관은 귀찮다는 듯이 어디에 사는지 대답하더라. 어! 근데 그 경찰관이 사는 집이 바로 우리 교회 옆이었다.(웃음) 혹시나 해서 물었다. 당신 집 옆 한인교회 아냐고. 그랬더니 안다고. 자기도 크리스천인데, 그 한인교회에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 늘 축구공 등 물품을 후원하고 있다고. 알고 봤더니 매주 우리 교회에 후원하는 후원자였다. 그래서 내가 그 교회 담임목사라고 말했더니 반가워하며 웃더라. 내 신원 조회는 그걸로 끝이었다. 하나님께서 내 신원을 보장해 주셨다. 덕분에 그 이후에도 미국에서 교회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고, 교회는 더욱 부흥했다. 할렐루야.
ㅣ 생각의 시선
하나님 앞에 설 때 부끄럽지 않은 목회자로
내 선택의 기준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가?’

Q. 요즘 잠들기 전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한가지다. 유대인들이 잠들기 전에 일상적으로 하는 기도가 있다(주님의 마지막 기도). ‘언제든 하나님 앞에 설 때, 부끄럽지 않는 목회자가 되자’라는 생각을 한다.
Q.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가장 영항을 끼친 것은?
첫째는, 성경이다. 삶의 모든 영감을 대부분 성경에서 얻는다. 그리고 두 번째는,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마음에 남아있다. 이 책을 읽고, 목회에 꼭 필요한 원동력으로서의 사랑을 되새기게 됐다. 아무리 어려운 고난과 불행 속에 있어도 결국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이 아무리 상처투성일지라도, 하나님은 사랑으로 세상을 이끌고 계신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됐다.
Q. 어떠한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가장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수 있는 일인가?’이다.
Q. 나의 고정관념을 깼던 사건이나 문구는?
‘사람은 행위를 보나 하나님은 마음을 감찰하신다(잠16;2). ’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삶으로 깨닫는 진리다. 하나님은 마음을 보신다.
Q. 나에 대해 책을 쓴다면 머리말에 남길 말은?
영광스러운 고난.(벧전2:19-21) 외부에 집회를 인도하게 되면 늘 전하는 말씀이다. 고난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죄의 유혹에 고난을 받기도 하고, 연단을 위해 고난을 받기도 한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어차피 고난 받을거면 예수님을 위해서 고난을 받자는 얘기다. 예수님을 위해 받는 고난은 힘든 고난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아름다운 고난이다. 첫 번째 책을 집필한다면, 책 제목은 ‘영광스러운 고난’으로 정할거다.(웃음)
ㅣ 세상의 시선
타락한 본성으로 망가진 세상, 하나님 바라보는 사람들 많아지길
우리의 성숙한 삶을 통해 복음 전해야..
Q.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과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무엇인가?
망가져서 오작동하고 있는 거대한 기계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의 타락한 본성 때문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제도, 정치, 이념으로는 결코 이 세상이 변화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Q.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하는지?
사람들이 내 삶을 보고, ‘나도 예수 믿고 싶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너무 믿음과 구원에만 집중한 듯 싶다. 그렇다 보니, 삶의 실천이 부족했다. 그 결과, 세상으로부터 많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로마서의 ‘구원’도 중요하지만, 야고보서의 ‘삶의 실천’도 중요하다. 이제, 세상은 우리에게 ‘칭의(의롭다 칭함. 구원)’를 넘어 ‘성화(성숙함을 이룸)’를 원한다. 믿음과 함께 삶으로서의 구원과 전도가 필요한 때다.
Q. 독자에게 권면과 도전의 한마디를 한다면?
당신이 지금 어떤 고난 속에 있더라도 하나님은 당신을 붙들고 계십니다. 때로는 특별한 말씀 없이 조용히 계시더라도, 당신과 늘 동행하며 묵묵히 함께 걷고 계십니다. 아직도 저는 걸음이 불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지팡이 되어주셔서 여기까지 행복하게 걸어왔습니다. 그 아무것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여러분들을 끊을 수 없습니다. 평안하세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