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 연결음에 적잖은 당황도 잠시, 아름드리나무와도 같은 그의 묵직한 존재감과는 반대로 누구를 만나든 씩씩하지만 다정한 “충성!”이라는 한 마디가 익숙해진 이들에겐 ‘그의 통화연결음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안주하는 법을 모르는 목회자, ‘하나님께 죽도록 충성!’ 이외에는 할 수 없는 목회자. 군산중동교회 서종표 목사의 삶과 사역이 그러하다. 
‘배를 만든 이유는 가만히 정박하라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거친 파도와 싸워서라도 먼 항해를 떠나도록 설계되고 제작된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적당히 밥값(?) 하는 삶과 신앙이 아닌, 죽도록 충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 기뻐하시는 교회’, ‘성도들이 행복한 교회’를 위해 죽도록 충성하는 서종표 목사의 삶과 사역을 들여다보자.

군산중동교회 서종표 목사
군산중동교회 서종표 목사

ㅣ삶의 시선 

군대 가기 전 교회는 단 한번도 가본적 없었지만
군대에서 받은 복음이 인생 바꿔

Q.목사님의 삶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처음 알게 된 때는 언제인지?

고향이 전남 보성 벌교다. 꼬막으로 유명한 동네다. 어릴 적 그곳은 동네 주민을 전체 합쳐도 9가구밖에 되지 않던 곳이었다. 나는 군대 가기 전에는 교회에 가본 적이 없다. 동네에 교회가 없었다. 군대에서 훈련받다가 쓰러졌는데 폐결핵과 결핵성 늑막염이었다. 광주국군통합병원과 마산국군통합병원에서 17개월 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군대에 가니 ‘전군 신자화’ 운동이 있어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병원 입원 중 교회에 전도를 받아 나가게 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교회에 발을 딛게 됐다. 처음엔 교회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어색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성경을 하루에 50장씩 읽으면서 깨달아지고, 믿어지고, 군대에서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아 삶이 바뀌게 됐다. 

군종 시절의 내무반에서 성경을 읽던 모습(왼쪽) / 군인통합병원에서 세례를 받은 후(오른쪽)
군종 시절의 내무반에서 성경을 읽던 모습(왼쪽) / 군인통합병원에서 세례를 받은 후(오른쪽)

Q.하루에 성경 50장? 엄청난 양인데...

군부대는 9시면 점호하고 10시며 내무반에 불을 끄기 때문에 성경을 읽을 수 없어서 냄새가 나도 성경책 들고 화장실에 가서 목표한 50장을 채우기도 하고, 작은 전구를 끌어다가 불빛이 새 나갈까 봐 모포를 뒤집어쓰고 밤새 말씀을 읽으면서 살아 운동력 있는 말씀의 능력과 은혜를 체험하게 됐다. 신앙 서적도 500권을 독파했다. 그래도 갈급함이 있어 성경을 통신으로 공부해서 13군데를 수료하기도 했다. 그런 뜨거운 신앙의 열정으로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받고 전역 후, 서울신학대학교를 가게 됐다. 바로 서울신학대학원의 과정까지 이어갈 수 있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를 통해 ‘선교’에 대한 집중적이고 실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것들이 지금까지 영혼 구원 사역의 밑거름이 됐다.

서종표 목사는 '심방'을 목회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심방은 하나님이 친히 찾아가셔서 목회자와 함께 영혼을 돌보시는 사역이라 믿기 때문이다.
서종표 목사는 '심방'을 목회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심방은 하나님이 친히 찾아가셔서 목회자와 함께 영혼을 돌보시는 사역이라 믿기 때문이다.

ㅣ사역의 시선 

"이 선교, 저 선교, 군선교. 그중에 제일이 군선교라"
군선교는 군대에서 신앙 갖고 변화된 장병 한 명이
사회로 복귀해 하나님의 뜻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교사로 파송되는 것

Q.군산중동교회가 펼치고 있는 여러 사역중 주일에 진행되는 특별한 사역이 있다는데? 

목회자든 성도든 누굴 만나든지 “이 선교, 저 선교, 군선교, 그중에 제일은 군선교”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정상적인 성도 분포는 삼각형 형태가 돼야한다. 삼각형의 아래부터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으로 올라가야한다. 젊은 세대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년이 제일 많고 청소년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역삼각형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 나는 군대를 엘리트집단이라고 생각한다. 학력이나 건강이 미달해도 입대가 어렵다. 전과자도 입대가 안된다.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시기이기 때문에 엘리트집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군대는 일 년에 38만 명이 입대하고 몇 년 후 그 37만 명이 제대하는 순환 조직사회다. 또한, ‘집합’으로 한 번에 모두를  모을 수 있는 동원력도 있는 조직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기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입대자 37만 명 중 20만 명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고 5만 명 정도는 세례를 받고 입대한다. 37만 명의 입대자 중에서 25만 명의 세례자가 있는 것이다. 군대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장병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제대 후 세상으로 파송되는 역선교사가 되기도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너희는 시간을 허비하러 군대에 가는 게 아니라 그 부대를 복음화하는 선교사로 가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군대에서 하나님을 만나 역선교사로 사회에 나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군선교의 목표이기도 하다.

군 제대 후부터 35년째 군선교를 하고 있는데 전라북도에 군선교 사무실도 운영하고 있다. 언제, 어떤 훈련들이 있는지, 세례는 어떻게 진행할지, 부대별 종교시설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등등 알아보고 교회들과 연결해 지원하며 섬기고 있다. 또한, 일 년에 35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신병들에게 23번의 세례식이 있고, 부사관학교에 12번의 세례식이 있는데 지역 교회와 연결하여 군대 와서 예수님을 영접한 용사들에게 세례식을 거행하고, 우리 교회는 매주일 군부대 3곳(군산대대-충경제일교회, 신시도중대-신시도군인교회, 공군포대-공군브니엘교회)을 찾아가 주일 예배를 인도하며 섬김 사역을 펼치고 있다.

35사단 세례를 집례하고 있는 서종표 목사
35사단 세례를 집례하고 있는 서종표 목사

Q.군대에 가 있는 장병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민 많은 세대가 아닌가 싶은데,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청년들은 입대가 청춘을 낭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입대를 축하하며 군인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갖도록 늘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주곤 한다. 군대에서 썩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생에 가장 필요한 훈련이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여기라고 말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선임들을 섬기는 훈련, 선임이 되면 리더십을 잘 활용하도록 하는 훈련을 위한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기회라 여기도록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전보다 시설이나 시스템들이 놀랍게 좋아진 것에서 시작되는데, 저녁 시간에는 핸드폰도 나눠준다.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최근에는 군대에서 무종교도 종교생활의 한 선택으로 존중한다면서 종교생활을 안 할 권리도 인정해주고 있다. 모든 면에서 자유를 누리다 보니 많은 장병이 그 시간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다른 활동을 하면서 신앙생활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강압적으로 가라고 하면 문제가 될 만큼 예민한 사항이 됐다. 자유롭게 주어진 핸드폰으로 마음껏 검색하고 여가에 활용하다 보니 요즘은 ‘만약 전쟁이 나면, 군인들이 싸우지 않고 엄마한테 데리러 오라고 전화할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이 최근 들어 가장 안타깝고 염려가 되는 부분이며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Q.군선교 35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군대 내 종교 생활에 자유가 주어지다 보니 교회에 나오는 장병의 수가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사와 보람을 느끼게 하는 귀한 영혼들도 있다. 한번은 저녁 시간에 군부대를 들어갈 일이 있어 갔는데 위병소 앞에 한 병사가 택시에서 뭘 꺼내고 있었다. 다가가 보니 우리 군인교회 신우 형제였다. 도대체 무슨 짐인지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휴가 나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교회에서 예배 때 쓸 드럼을 사왔습니다”하는 것이다. 군대 내 교회에서는 드럼을 자주 교체 하게 된다. 젊은 친구들이 신나서 두들기다 보니 드럼이 오래 쓰지 못하고 찢어지곤 한다. 그래서 휴가 때 알바를 해 교회에서 쓸 드럼을 직접 사 온 것이다. 그 형제처럼 신실한 장병들도 많아 위로와 보람이 되기도 한다.

35사단 유격장 위문 당시 서종표 목사와 장병들
35사단 유격장 위문 당시 서종표 목사와 장병들

Q.군대의 특성중 하나인 '격리된 공동체'라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황금어장"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군선교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사역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 일을 위해서 한국교회 어떻게 협력해야 할까?

한국교회에서 '가장 좋은 연합의 모델'이 바로 '군선교'라고 생각한다. 현재 14개 교단에서 군종 목사를 파송한다. 파송한 교단 내에서 협력해서 연합단체가 되는 선교적인 모델이 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목회의 기본은 ‘심방’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구역별 심방, 기업 심방, 새가족 심방 그리고 연로하셔서 요양원에 계신 60여 명의 성도님을 찾아가 인사하고 기도해 드리는 요양원 심방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시간, 교회를 섬기시던 그분들은 늘 교회에서 예배드리던 때를 그리워하신다. 그런 분들에게 우리의 방문은 큰 기쁨이 된다. 그래서 군부대 대심방도 하고 있다. 보통 3박 4일의 일정으로, 강원도에서부터  2,000km를 다니며 전,후방에 있는 육.해.공군을 찾아가 선물을 전하고 기도해주는 위문 사역이다. 이 사역을 통해 장병들이 큰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성탄절, 부활절 때도 선물을 준비해 섬기고 혹한기 훈련 때는 뜨끈한 어묵을 끓여 전하며 복음을 전하고 지역 교회와 장병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군부대 위문 사역을 통해서도 군부대에 열매가 맺고 있어 감사하다.  이를 위해서 개교회들의 기도와 물질의 후원이 필요하다. 총은 준비됐다. 총알이 계속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일들을 위해서도 협력할 수 있다.

   

'충성 목사'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서종표 목사는 하나님께 충성함으로 인해 우리 삶이 얼마나 큰 희망과 생기로 채워지는지를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충성 목사'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서종표 목사는 하나님께 충성함으로 인해 우리 삶이 얼마나 큰 희망과 생기로 채워지는지를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ㅣ생각의 시선

코로나19로 나태해진 성도들의 신앙생활 걱정돼
목회자, 성도들이 기본으로 돌아가 신앙 회복하도록 돕는 노력 이어져야

Q.최근 들어 가장 깊이 고민하고 기도하는 제목은?

요즘 코로나19가 더 큰 계기가 돼 성도들이 너무 나태해지고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가장 큰 고민이고 기도 제목이다. 다시 회복 시켜 일으켜 세우고 불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어느 해보다 말씀에 집중하기 위한 훈련을 준비해 성도들을 동참시키고 있다. 위기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신앙을 바로 세우는 기회가 되도록 목회자들이 깊이 고민하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Q.훗날, 목사님의 삶을 수식하는 머리말에 어떤 내용이 담기길 원하시는지?

내 통화연결음은 군가로 돼 있다. 모든 대화에는 '충성’이 들어간다. 군선교를 하면서 생긴 습관이 아닌 ‘하나님께 충성! 나라에 충성!' 하기 위해서다.  "밥값 한다"라는 말들을 하는데 우리 삶을 돌아볼 때 제대로 밥값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근무시간에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4일 근무제’가 논의되는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 시간 이후에도 열심으로 일을 하다 코피가 나고 응급실에 실려 간다면 그건 죽도록 충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 그래야 한다. 우리 교회 업무일지에는 담임목사의 결재란 앞에 ‘하나님 결재’란이 있다. 나도 하나님의 결재를 받겠다는 거다. 담임목사인 나도 죽도록 충성했는지 하루를 돌아보기도 한다. 나 자신이 요령 피우지 않고 '하나님께 충성!'을 삶의 목표로 한다. 그래서 삶을 마무리할 때 “하나님께 죽도록 충성한 서죵표 목사”로 하나님께,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소망한다.    

군선교 사역을 소개하는 서종표목사
군선교 사역을 소개하는 서종표목사

ㅣ세상의 시선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해봐야 해
교회와 성도, 하나님의 뜻이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회복을 위한 일에 힘써야!

Q.목사님께서 기도하고 기대하시는 세상과 교회의 모습은?

‘하나님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생각해보곤 한다. 노아 시대는 서면 춤추고, 앉으면 술 마시고, 누우면 음탕했던 ‘죄악이 관영하던 세상’, ‘죄악이 넘쳐나는 세상’이었다. 주기도문에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이 땅에서도 교회를 통해서,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반대로 너무나 타락하고 변질해 보시기 아름다워야 할 세상이 그렇지 못하니 목사인 내가 봐도 안타까운데 하나님 보실 때 얼마나 속상하실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 그래도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이시고 세상을 고치고 회복시키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 교회와 목회자와 성도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소원은 이 땅 모든 이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것인데, 이 일을 위해서 우리가 다양한 선교의 모습으로 하나님의 소원을 이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Q.지금까지 목사님의 삶과 사역에 함께 집중하며 응원하는 독자들에게  

나도 부족하지만, 우리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코로나19를 변명하며 합리화하지 말고 개인 경건 생활에 집중하고, 처음 믿음 식어지거나 변질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지 않고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잘해나갔으면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도 잘 끼워지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이 잘돼야 범사가 잘되게 된다. 우리의 영혼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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