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출발한 종교이다. 구약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으로서 하나님 백성들의 삶과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적 진리를 전한다. 그 핵심 내용은 그리스도 오심의 준비와 예고이다. 신약의 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역사적 증거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누가는 예수님의 탄생이 가이사 아우구스투스의 통치 때에 발생했다고 전한다(눅 2:2). 그리고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하여 바울 사도는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셨다”(갈 4:4)고 기록함으로써 약속 성취의 적시성을 선언했다. 

예수님 탄생 이전의 정치, 문화, 종교적 배경들을 살펴 볼 때, 일체의 역사적 환경들을 통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다. 바벨론 포로시대 이후 히브리 민족의 꿈은 '메시야의 오심'이었다. 메시야의 오심은 히브리 민족들이 디아스포라가 되어 헬라와 로마의 발전에 참여하면서 구체적으로 준비되었다. 특별히 로마제국의 실용주의적 문화의 발전 즉,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과 법률문화의 발전은 기독교 복음전파 도구의 준비적 작업이 되었다. 헬라의 문화와 사상은 복음을 감싸주는 강보의 역할을 하였다. 

초대교회 당시의 역사와 문화가 복음의 준비 단계로서 긍정적 역할만을 감당한 것은 아니었다. 복음이 정착 또는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력을 막강하게 발휘하였다. 강력한 로마제국의 통치는 황제 숭배정책으로 기독교 신앙을 탄압했다. 헬라의 철학은 기독교 변증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으나 철학을 복음화 한 나머지 신학논쟁의 불씨를 가져다주었다. 

라틴의 스토익 철학은 인간의 덕성과 절제생활을 강조하므로 기독교 윤리생활과 공약수를 이루어 복음전파의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나친 절제생활의 강조는 헬라의 대중적인 철학이었던 영지주의와 더불어 그릇된 이원론적인 신앙의식의 형성과 이단 및 분파운동, 수도원 운동발생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반하여 신약 정경과 사도신경의 형성 등 사도적 신앙전승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었다. 초대교회의 사도적 권위는 복음의 해설과 더불어 신앙의 표준적인 지휘봉 행사였으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사도들의 설교와 가르침, 그리고 그들의 서신은 성령의 감동하심을 힘입어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삶의 표준이 되는 정경을 형성하였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도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지도자들의 사도적 권위가 약화되자 이단과 분파운동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이에 대처해 교회는 조직을 강화하면서 교회의 감독은 사도직의 계승자임을 주장 한다. 사도적 전통에 서있는 바른 교훈과 가르침이 있는 정통교회가 참 교회임을 역설한다. 이때 나오게 되는 주장은 “감독은 교회 안에 있고, 교회는 감독 안에 있다”(윌리스턴 워커, '기독교회사')라는 외침이었다. 이 주장은 훗날 “감독 있는 곳에 구원이 있다”라는 논리의 비약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러한 주장들이 징검다리가 되어서 감독중의 감독, 교황이 등장한다. 아쉬운 사실은 복음의 진리를 파수하고 보존하기 위해 감독의 권위를 강조했는데, 사도 계승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보니 사도적 권위를 뛰어넘은 그리스도적인 권위자인 교황이 등장 하는데 있다. 말씀을 지키기 위한 지도자의 권위가 오히려 말씀의 권위를 손상 시키게 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중세로 넘어가는 초대교회 말기의 라틴교회가 라틴·게르만적인 사회구조인 봉건 제도와의 조화에서 이룩된 시대적 역사적인 소산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초대교회의 역사를 개관하면서 느껴지는 감흥이 있다. 역사는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에 의하여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신령한 세계 밖의 역사, 즉 세속적인 역사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주권에 의하여 진행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다.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은 “교회와 국가가 각각 성도와 죄인을 포괄하고 있는 혼합사회”로 보고, “양자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롤란드 베인턴. '세계교회사')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세상의 역사, 즉 정치, 문화, 경제, 예술, 교육 등을 총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이용하셔서 구속사를 전개 시키신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신구약 중간사는 초대교회의 배경이 된다. 특별히 지중해 세계를 중심한 그레코로만(Greco-Roman) 문화와 정치는 복음 전파에 준비도 되었으며 반면에 복음이 정착되는 과정에 역으로 방해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신앙의 역사를 숙고 하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세속역사를 이용 하시는가를 살펴보는 반면에 신앙역사 속에 나타난 이단과 세속화의 문제점도 보아야 하겠다. 지나친 세속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어떻게 신앙의 순결을 짓밟게 되었는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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