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사역 위해 주일 오전 대예배를 오후에 드리는 교회
'캠퍼스 선교' 통해 '다음세대' 신앙훈련과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교회
지역사회와 여행객들을 위한 '섬김 사역'에 앞장서는 교회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초중고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4개의 국제학교와 주거 및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은 국내 학생의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 수요를 대체하고 아시아 지역 해외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2012년 제주성안교회(위임목사 류정길)는 노스런던컬리지스쿨(이하 ‘NLCS’)이 학내 예배를 요청하자 학생들을 위한 예배와 양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 사역을 감당할 목회자를 찾았다. 다음세대 사역에 비전을 두었던 이석재 목사는 2012년 NLCS 캠퍼스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낯선 땅 제주로 부임해 왔다. 이때부터 시작된 캠퍼스 예배는 한국국제학교(이하 ‘KIS’)와 브랭섬홀아시아(이하 ‘BHA’) 학교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다음세대들을 위한 캠퍼스 선교로 사역을 시작한 이 목사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로 제주로 내려와 살던 학부모들과 2012년 가을, 사택에서 식탁 교제를 하며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수요예배와 새벽기도를 드리기 시작했고, ‘영어마을교회’ 설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다음세대 사역이 중심인 영어마을교회는 특별한 것 하나가 또 있다. 주일 대예배를 오후에 드린다는 것이다. 오전엔 담임목사가 '다음세대들을 위한 캠퍼스 예배'를 인도하기 때문이다. 일선 교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이 된다.

조금 특별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영어마을교회와 이석재 목사의 사역이 궁금해졌다. 교회를 섬기는 순간이 늘 행복하다 고백하는 이석재 목사를 만나봤다.

"다음세대와 호흡하며 교회를 섬기는 순간이 늘 행복하다" 말하는 영어마을교회 이석재 목사.

ㅣ삶의 시선

교회를 섬기는 순간이 늘 행복하다

Q.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은 어떠했는가?

제대 후 유학을 결정하면서 한국에서 들고 간 것은 책과 테이프 몇 개와 여벌의 옷이 전부였다. 이전 것은 다 버릴 작정이였다. 토론토대학에 진학하여, 대학과정을 다시 시작했다. 7살 어린 후배들과 같이 다녔는데, 1998년 토론토 코스타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캠퍼스에서 한인 기독학생 모임인 ‘에벤에셀’을 만들게 되었고, 매주 목요일 예배를 드렸다.

이석재 목사는 토론토대학 한인 기독학생모임 '에벤에셀'을 섬기며 목회의 길의 부르심에 대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출처=영어마을교회
이석재 목사는 토론토대학 한인 기독학생모임 '에벤에셀'을 섬기며 목회의 길의 부르심에 대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출처=영어마을교회

목회의 길로 부르신 것은 에벤에셀을 열심히 섬기면서부터였다. 1999년 가을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힘쓰라’(롬12:13)는 부르심의 말씀을 받았다. 그 시절 경제적 독립을 위해 정신없이 살아야 했고 경제적으로 가장 궁핍했던 시기였지만 공부와 에벤에셀 활동으로 더없이 행복했었다. 그 뒤로 경험했던 날들은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여주시는 광야 같은 생활이었다. 학부를 마치고 목회로의 부르심을 주님께 묻고 응답으로 2002년 토론토대학교의 장로교 신학교인 낙스 칼리지(Knox College)로 진학했다. 목회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9년 캐나다 장로교(The Presbyterian Church in Canada) 목사로 안수를 받게 되었다.

2009년 캐나다 장로교(The Presbyterian Church in Canada) 목사로 안수 받고 있는 이석재 목사. @출처=영어마을교회
2009년 캐나다 장로교(The Presbyterian Church in Canada) 목사로 안수 받고 있는 이석재 목사. @출처=영어마을교회

Q. 목사님께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섬기던 교회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쫓겨날 수는 있으나(웃음), 가정에서만큼은 절대 쫓겨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웃음) 목회뿐만 아니라 가정사역도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족(김미경 사모, 이서정, 이호정)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고백하는 이석재 목사. @출처=영어마을교회
가족(김미경 사모, 이서정, 이호정)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고백하는 이석재 목사. @출처=영어마을교회

Q. 목회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였는가?

목사 2년 차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교회로 사역지를 옮길 기회를 가졌었다. 당시 처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모든 조건이 토론토 생활보다는 나아 보였다. 토론토 삶을 정리할 무렵, 1년간 섬겼던 백인 교회의 창립 175주년 기념 식사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헤드 테이블에 함께 앉았던 신대원 학장님께서 "어딜 가든지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 말씀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부임하기로 했던 밴쿠버의 교회 담임목사님께 가지 못하게 되었노라고 이메일을 드렸다. 저에게 사랑받음이 무엇인지 알려준 '현지인' 교회를 더 섬기고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교회를 섬기는 동안 늘 행복하다. 주님께서 나를 사랑해주신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백인 현지인 교회 '세인트 앤드류 장로교회(St.Andrew's Preabyterian Church in Bowmanville)'에서 사역하던 이석재 목사(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 @출처=영어마을교회
백인 현지인 교회 '세인트 앤드류 장로교회(St.Andrew's Preabyterian Church in Bowmanville)'에서 사역하던 이석재 목사(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 @출처=영어마을교회

ㅣ사역의 시선

‘훈련소’와 같은 교회를 표방하고, ‘다음세대’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회를 꿈꾼다.

영어마을교회는 훈련소와 같은 교회를 표방한다.(코로나 확산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영어마을교회는 훈련소와 같은 교회를 표방한다.(코로나 확산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Q. 영어마을교회가 표방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이 궁금하다.

영어마을교회는 '훈련소'와 같은 교회를 표방한다. 우리 교회는 제주국제영어도시 내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성도들이 제주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닌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에 함께 내려온 ‘기러기 엄마’들이 많다. 또 제주에 일정 기간 살아보고자 제주살이를 위해 내려온 '문화 이민자'들도 있다. 그래서 초신자들도 있지만, 이미 육지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온 성도들도 있다.

훈련소가 신병 훈련과 재교육을 제공하듯, 교회에서도 성도들을 기초 훈련부터 다시 시작하게 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이 이곳에서 신앙의 최고점을 찍기를 바라지 않는다. 성도들의 가장 멋진 날이 제주를 떠나 육지와 세계 열방으로 나아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역하고 있다.

영어마을교회는 NLCS, KIS, BHA 총 3개 학교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예배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영어마을교회는 NLCS, KIS, BHA 총 3개 학교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예배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Q. 영어마을교회가 주변 국제학교에 다니는 다음세대들을 위한 캠퍼스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역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리 교회는 먼저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예배를 드리다가 교회가 세워졌다. 2012년 제주성안교회의 초청으로 3월 NLCS 학교 내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다. 이내 학생들을 위한 예배는 KIS와 BHA 학교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각각 오전 10시, 오후 2시 · 4시에 학교 안에서 기숙사 학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캠퍼스 예배를 드렸다.

이석재 목사는 아이들의 진학 문제로 제주에 내려온 엄마들과 함께 2012년 가을부터 금요성경공부를 사택에서 가지게 된 것이 영어마을교회의 시작이 되었다.(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이석재 목사는 아이들의 진학 문제로 제주에 내려온 엄마들과 함께 2012년 가을부터 금요성경공부를 사택에서 가지게 된 것이 영어마을교회의 시작이 되었다.(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캠퍼스 예배에 자녀들과 함께 참여하던 엄마들과 함께 2012년 가을부터 금요성경공부를 사택에서 가지게 되었다. 이후 수요예배, 새벽기도를 드리며 지금의 영어마을교회가 되었다. 교회를 시작하려고 모인 모임이 아니어서 교회는 창립기념일이 없다.

코로나로 캠퍼스 예배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NLCS는 다행히 코로나에도 예배를 허락해 오전 10시에 드리고 있다. KIS는 2019년 가을학기 시작과 함께 예배의 문이 닫혔다. 그래서 소수의 학생들과 교회에서 온·오프라인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BHA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외부인들의 학교 출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그래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다가 올해 3월부터 학교 앞으로 예배당을 이전하게 되면서, BHA 학생들만을 위한 예배를 오후 4시에 신설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어마을교회는 여행자를 위한 열린 예배를 2016년 부터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영어마을교회는 여행자를 위한 열린 예배를 2016년 부터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Q. 영어마을교회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함이 있나 모르겠지만(웃음), 성인예배를 오후 1시에 드리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담임목사가 오전에 ‘다음세대’들을 위해 캠퍼스예배를 인도하기에 ‘어른’들을 위한 성인예배가 학생들에게 밀린 셈이 되었다. 이런 부분을 기꺼이 이해해주고 협력해준 성도들이 참 고맙고 특별하다. 또 우리도 개척교회이지만, 중국인 교회를 개척(제주화인교회)하여, 지난 6년간 연세(제주는 월세를 1년에 한번 한꺼번에 내는 경우가 많다) 지원을 후원해 오고 있다.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인 '애서원' 사역을 설명하고 있는 이석재 목사. 이 목사는 컬러링 기법(사진 속 그림)을 통한 내적치유와 교제를 나누고 있다.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인 '애서원' 사역을 설명하고 있는 이석재 목사. 이 목사는 컬러링 기법(사진 속 그림)을 통한 내적치유와 교제를 나누고 있다.

Q. 다음세대와 교회사역 외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먼저 한라병원 신우회 예배 인도를 2013년부터 해오고 있고, 사회복지 시설인 ‘애서원’에서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미혼모들과 2015년부터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또 제주가 여행지이다 보니 여행자들을 위한 열린 예배를 2016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고, 제주국제학교 기숙사에 아이들만 보내놓은 어머니들을 위해 매월 1회 서울로 올라가 어머니들과 함께 자녀들을 위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자예배는 중단되었지만 다른 사역들은 온라인을 통해 지금도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있다.

영어마을교회는 아이들을 제주에 보내고 육지에 남아있는 어머니들을 위한 예배도 진행하고 있다.
영어마을교회는 아이들을 제주에 보내고 육지에 남아있는 어머니들을 위한 예배도 진행하고 있다.

ㅣ생각의 시선

교회가 항상 즐거운 곳이면 좋겠다

Q. 목회 사역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

나에게 교회는 항상 즐거운 곳이었다. 교회가 즐겁다는 생각과 감정이 지금까지도 목회 사역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목회를 하고 있는 영어마을교회도 성도들에게 즐거운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린아이들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뤄가는 따뜻한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전교인 야유회에 참여한 영어마을교회 성도들.(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전교인 야유회에 참여한 영어마을교회 성도들.(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Q. 요즘 읽고 계시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통해 목사님께서 얻으셨던 마음도 함께 나눠주시면 좋겠다.

켄 일구나스의 이야기를 다룬 ‘봉고차 월든’이라는 책이다.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학교 주차장에 밴을 세워두고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며 대학원 공부를 했던 이야기다. 감당할만한 고생과 그 고생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물론 모든 고생이 달콤한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학과 대학원 시절 나의 삶이 떠올라 뭉클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걸으며 비워내면서 다음세대 사역을 위해 재충전을 하는 이석재 목사.
걸으며 비워내면서 다음세대 사역을 위해 재충전을 하는 이석재 목사.

Q. 다음세대 사역이 육체와 정신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고 들었다. 재충전하시는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얼마 전까지는 꽤 잘하고 있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재충전을 못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거나, 자거나 멍 때리며 머릿속을 비우거나, 걸으면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편이다.

ㅣ세상의 시선

“한국교회 코로나 시대를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예배를 통해 다음세대 신앙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이석재 목사.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예배를 통해 다음세대 신앙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이석재 목사.

Q.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인위적인 ‘운동’을 통한 변화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기독교인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한국교회는 사회에서 비주류(Minority)가 아니다. 교회가 사회와 국민을 향해서도 여전히 큰 목소리를 내는 편이다. 그래서 저는 역설적이게도 바닥을 확실히 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다시금 건강함을 회복할 마음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교회 첫 나들이를 축복하고 있는 이석재 목사.(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교회 첫 나들이를 축복하고 있는 이석재 목사.(코로나 확산 전 사진) 출처=영어마을교회

Q.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들에게 이것만은 관심 갖고 투자해야 할 것이 있다면?

교회가 다음세대들에게 일찍부터 ‘신앙의 공공성’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본인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좋은 결과를 얻는 순간이 왔을 때, 신앙의 공공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내가 기도를 많이 해서 주님께서 축복을 주셨구나"하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나에게 주신 주님의 복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하는 마음과 함께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나는 주님의 핏 값으로 세워진 이 땅의 보편 교회의 성도로서 현재 출석하는 교회는 ___이다"를 가르치는 교육을 이른 나이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석재 목사가 목회비전과 영어마을교회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석재 목사가 목회비전과 영어마을교회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

제주에서 신앙생활 할 때는 몰라도 시간이 훌쩍 지나서 "그 때 꽤 괜찮은 교회의 일원이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교회를 성도들과 같이 가꾸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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