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 5장 8절)

제가 아주 어릴 적 어머니가 라면을 끓여주셨습니다. 저는 밥보다 면이 좋았습니다. 라면이라는 말에 밖에서 놀다가 얼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밥상에 라면이 놓여있지 않자 저는 실망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앉은 그 자리에 뜨거운 양은 냄비에 팔팔 끓여진 라면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 뜨거워 큰 소리를 냈고, 그다음 일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마 순간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다만 수술대에서 켜졌던 밝은 불빛만은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수술이 끝나고 저의 왼쪽 엉덩이를 보았을 때 화상의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뜨거움이 남긴 자국이었습니다. 뜨거운 라면과 닿았던 저의 피부는 아직도 화상의 흔적을 갖고 있습니다.
뜨거움은 몸에만 흔적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주 만장굴 근처에 삽니다. 그래서 만장굴에 갈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만장굴을 거닐 때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뜨거움은 땅에도 흔적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수만 년 전에 이 땅에 흘렀던 마그마가, 뜨거운 용암이 땅속에 흘려들었을 때 이런 거대한 동굴이 만들어졌습니다. 뜨거움이 땅에 흘러갈 때 만장굴이란 용암동굴을 만들었던 것이죠.
로마서 5장 8절은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이 우리의 인격과 전 존재를 통과할 때 남기는 흔적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그 죽으심은 우리에게 대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확증입니다. 확증해 주셨다는 것은 그냥 보여주셨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자국으로 남겨졌다는 말이죠.
하나님이 이런 사랑을 확증해 주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와 하나 되기 위해서입니다. ‘확증’이란 헬라어 단어는 “내가 너와 연합한다”, “너와 하나가 된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다함 없는 사랑, 뜨거운 사랑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딸아 내가 너와 하나가 되고 싶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너와 연합하고 싶다” 라는 말이죠. 너는 내 안에 살고, 내 안에 네가 사는 그런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하나님의 초대이자, 하나님의 진심입니다.
십자가의 뜨거운 사랑에 맞닿은 때는 언제이신지요? 그 사랑은 여러분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요. 그 사랑은 다만 흔적으로 남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랑은 오늘도 우리를 세우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불러주신 그 예수님을 흠모하게, 그분과 하나 되게 합니다. 이 사랑에 매여, 주안에 여러분이, 여러분 안에 주님이 사는 그 은혜가 있길 기도합니다.
글 l 김요한 목사(제주행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