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떠나면서 그동안 즐기던 자전거 라이딩에 대해서 어떻게 경기도 고양에서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서 막연했습니다. 울산에서는 네 사람의 환상적인 팀이 있었기에, 시간만 정해지면 약속 장소에 나가서, 한나절이든 하루든 즐기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거처에서는 누구와 어떻게 라이딩이 펼쳐질 지 몰랐기에 다만 좋은 길을 열어달라고 하늘 아버지께 기도하면서 올라왔습니다. 물론 울산에 있을 때도 사실 자전거 라이딩은 취미 활동이고,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걷는 산책이 중요했습니다. 하루는 산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아내에게 전날 거기를 자전거로 내려오면서 노면이 너무 험해서 넘어지지 않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더니 “나 같으면 그런 기도는 안 들어주었겠다”고 하길래 제가 바로 응수했습니다. “그래, 나는 하나님이 당신 같지 않아서 너무 좋아” 

자전거로 새로운 거처 고양을 처음 벗어난 것은  3주간 전입니다. 서울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 한 분이, 좌우를 구별 못하여 갇힌 것같은,  제 딱한 처지를 전해듣고, 자전거 길라잡이를 자청해서  나섰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 주변에는 고양향교, 중남미문화원이 의좋은 3형제처럼 담을 맞대고 있습니다. 거기서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1km도 못가서 바로 자전거 전용도로로 연결된다는 것을 그날 알았으니, 이제, 다만 문제는 시간일뿐입니다. 그날도 길을 나서서 처음에는 김포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서 양주화훼단지 부근으로 올라 갔다가, 뒤에는 파주도서단지가는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 아직 기억납니다.

오늘은 드디어 한강으로 진출했습니다. 자전거 타기에는 최상의 날씨였습니다. 공기도 깨끗하고 시야도 멀리 열린 날이었습니다. 비바람에 벚꽃은 좀 떨어졌지만 깨끗하게 피어난 조팝나무 꽃이 곳곳에서 환영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오늘 라이딩의 길라잡이는 20대에 중국, 인도, 미국,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3년간 자전거로 16개국 27,000km를 달린 <자전거희망여행가>로 알려진 박정규 님입니다. <희망여행> <자전거 타는 남자, 버스타는 여자>란 책의 저자이기도 하니 분에 넘치는 분을 길라잡이로 모신 셈입니다. 지난 24년간 섬겼던 교회의 청년부 출신이기도 하고, 그동안도 지속적인 교제를 가져왔기에 오늘 특별한 호사를 누린 셈입니다.

오늘 서로 만나는 곳은 행주나루터 주차장이었습니다. 자전거 앞바퀴만 빼어내면 승용차에도  실려지기에 자전거를 싣고 거기까지는, 도로사정에 따라 25분~ 45분 정도 걸립니다. 세상에, 열심히 달려갔는데 행정구역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우리 동네와 같아서 놀랐습니다. 어쨌거나 오늘은 거기 행주나루터에서 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양화대교까지 달려내려 갔다가, 양화대교를 건너서, 그 다음에는 한강을 왼편으로 끼고 질주하다가 행주대교를 건너서 다시 행주나루에 오니  총 길이는 27km, 순수하게 달린 길은 1시간 20분이었습니다! 시간이나 거리에 비해서 크게 감격하는 것은, 한강변 자전거 길까지 진출하므로, 앞으로 한쪽으로는 아라뱃길을 지나 인천까지도 갈 수 있고, 다른 편으로 달리면 팔당, 양평, 춘천까지 갈 수 있는 전략적인 포인트에 도달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같은 날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