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는가, 봄비
- 부활절즈음
오시는가
또닥 또닥
창문을 여니 봄비
우유빛 하늘 아래 아득한 세상
젖줄을 물리시는가
빗방울 자리마다
움이 돋는 초목들
꼼지락거리는 것들의 이름
그는 다 아시는 듯
민들레야 부르니 민들레꽃 고개를 들고
파랭이야 호명하시니 파랭이꽃 피어나고
벚꽃은 벙글어 천지를 밝히는 구나
봄비 그치고 춘분을 지나
보름달 떠오른 날
애벌레는 허울을 벗고
노랑나비 흰나비 날아오르는데
친구야. 이즈음 우리들도
허접한 남누 벗어버리고
꽃동네 새 동네 그리던 본향
날아가지 않을 텐가
꽃 이름 부르며 강림하는 봄비처럼
그 날 새봄이 다시 와서
너와 내 이름을 호명할 때
너는 너의 꽃으로 깨어나고
나는 나의 붉은 향기로
예… 하며 피어나야지 않겠는가
춤 추며 노래하며 꽃구름 너머로
날아오르지 않겠는가.
글 | 이창희 시인
투데이N 박혜선
phs0162@ct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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