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해져 오는 옛이야기가 가운데 이런 것이 있습니다. 하루는 구천상제(九天上帝)가 이 세상에 거짓말 보따리 세 개를 떨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는 이원(梨園)의 늙은 기녀가 차지했고, 다른 하나는 푸른 도포를 입은 나리가 차지했고, 마지막 하나는 저잣거리에서 흥정을 붙이는 거간꾼이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이 세상에는 기방(妓房)의 여인이 흘리는 웃음과 정치인의 공약, 그리고 장사꾼의 밑진다는 말은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보궐선거 내내 이슈가 되었던 것이 거짓말 논란이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도 이 거짓말 논란은 이곳저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 또한 거짓말에 관한 한 자유롭지 못한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문수학하던 학동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서당에 가다가 길거리에서 동전 한 닢을 줍게 되었습니다. 같이 길을 가다가 줍게 된 돈이라 누구의 것이라 말하기가 어려워 내기에서 이기는 사람이 그 돈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기라는 것이 누가 더 거짓말을 잘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말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곧 태풍이 오면 지리산이 쓰러질지 모른다고 지게 작대기를 받치러 가셨어.” 그러자 다른 아이가 바로 말을 받아서 “우리 아버지는 날이 가물다고 열 마지기 논에 소변보러 가셨어.”라고 응수를 합니다. 마지막 한 녀석도 질세라 “우리 어머니는 지난해 장마 때 바늘과 실을 갖고 찢어진 하늘을 꿰매러 가셨어.”라고 능청을 떨었습니다.

세 아이 모두 자기 거짓말이 제일 세다고 우기는 바람에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이에 세 아이는 서당 훈장님을 찾아가 공정한 판결을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훈장님께서 세 아이에게 호통을 치십니다.

“이놈들, 명색이 글을 배운다는 놈들이 거짓말 잘하기 내기나 하고 다니다니 이런 한심한 노릇이 있나? 너희를 가르치는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러자 훈장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아이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일제히 일어나 훈장님에게 넙죽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역시 훈장님에게는 그 무엇으로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 한 푼은 훈장님의 것입니다.” 하고 훈장님께 동전을 드렸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것이 오히려 거짓말인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이 난무하고, 진실이 호도되고, 파렴치한 자기 합리화가 판을 치는 이런 세상에서 진정 우리는 진실에 목말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정직한 세상은 아무리 목마르게 기다린다고 해서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직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두 가지입니다. 그 첫 번째는 그 누구를 탓하고 지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일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을 향해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자신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나 불편함이 싫어서 침묵해 버릴 경우, 우리 원치 않게도 그 거짓말을 비호하거나 동조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 중에 정말 값지고 귀한 것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별 노력이나 희생 없이도 거둘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삶에 그렇게 요긴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직은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초석과도 같은 것입니다. 정직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도 더없이 향긋한 방향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요 8:32) 사도 요한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읊조리다가 진리 대신 정직을 대입해 봅니다. 무리 없이 그 뜻이 통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리 되신 주님을 따라 사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정직하지 못하다 여겨지는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이전에 먼저 내가 정직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정직해지면 그만큼만이라도 우리 사회는 정직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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