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제주연동서부교회 이상성 목사(lee-sangsung@hanmail.net)의 작품

이용규 선교사가 쓴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다. 무려 50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인데, 큰 인기 때문인지 <더 내려놓음>이라는 후속책도 나았다. 이런 질문이 생긴다. “왜 사람들은 이 책에 열광하는 것일까?” 책의 내용이 주는 강력한 도전도 있겠지만, 오늘 현대인들이 자신의 것을 내려놓지 않고 움켜쥐는 인생을 한 선교사의 삶을 통해 돌아보려는 마음이지 않을까?

사무엘상 9장의 사무엘의 모습을 묵상하며 이러한 내려놓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였다. 사람들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대로 사는 시대 가운데 엘리의 뒤를 잇는 이스라엘의 지도자였다. 그러나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사사였던 그의 두 아들이 뇌물을 받고 공평한 판결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삼상 8:5).

백성들은 이를 기회로 우리에게도 모든 나라들처럼 왕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하나님이 그들의 왕이신 나라, 그리고 사사로 백성들에게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무엘과 그의 두 아들의 통치가 아닌 다른 이방의 나라와 같은 왕을 달라고 한 것이다.

사무엘은 이런 그들의 요구에 기뻐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왕을 주어 우리를 다스리게 하라 했을 때에 사무엘이 그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여”(삼상 8:6상). 그러나 이어지는 말씀은 “여호와께 기도하여”(삼상 8:6하)라는 반응으로 나갔다. 사무엘은 개인적으로 이스라엘이 왕정 체제로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지만 하나님께 묻는 기도로 나갔다. 그리고 하나님은 왕정 제도에 대한 경고와 함께 허락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오기 전날에 사무엘에게 사울이 오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주셨다. 하나님은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라고 하셨다. 사무엘은 군소리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한다. 자신의 생각은 왕을 세우는 것을 반대했음에도 말이다.

사울을 왕으로 세운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 지금까지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사사로 왕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이런 그의 시대가 저물고 사울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말이지 않는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존경을 받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는 것이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이 사울을 찾고 자신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억에서 멀어진다는 말이지 않은가?

이런 때면 사람들은 저항한다. 자신이 누려왔던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때로는 해서는 안 될 무리수까지 쓰기도 한다. 그렇게 존경 받던 지도자들이 평생 쌓아왔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고 추한 마지막을 보여주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자신이 누렸던 그 직위를 더 유지하고자 무리수를 쓰고,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밀고 당기기를 한다. 하나님이 주인 되는 교회를 거부하고 목회세습이라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사무엘은 이런 면에서 참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 그는 왕정 체제를 거부했다. 아마도 그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님이 왕으로 다스리는 이스라엘을 사람 왕이 다스리는 세상 나라와 같은 길을 가려는 것에 저항하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깊은 구석에 자신이 누려왔던 그 힘을 더 유지하고픈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는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자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였다.

또한 사무엘은 이런 그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 속으로 생각은 하고, 말은 많이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무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30여 명이 모인 모임에서 가장 귀한 상석을 사울에게 주어 앉게 했다(삼상 9:22). 그리고 그가 요리인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준비한 넓적다리와 그것에 붙은 귀한 음식을 사울에게 제공했다(삼상 9:23-24절). 더 나아가 식사 후에는 사울을 데리고 한 성읍의 지붕에서 ‘담화’를 했다(삼상 9:25).

그날 밤 사무엘과 사울이 무슨 대화를 했을까? 성경이 구체적으로 말씀하지 않아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무엘이 사울을 왕으로 세우려 했다는 점에서 그 시대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왕으로 어떻게 섬겨야 할지를 권면해주지 않았을까? 자신의 성공담과 두 아들들로 인한 실패담을 나누며 겸손하게 왕으로 섬겨야 할 것을 말씀하지 않았을까?

사랑은 마음과 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하면 사무엘처럼 행동하게 된다. 나의 귀한 자리를 제공하고, 귀한 것을 나누며, 자신의 성공과 실패담을 나누는 모습 말이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생각으로 채우는 순종의 모습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내려놓음과 채움의 콜라보로 무장된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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