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봉사, 계몽’
직접 관계를 맺고, 추억을 쌓다 보면 인식이 바뀔 것.
장애인은 ‘구제의 대상’이 아닌 ‘선교의 대상’
4월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했다. 시대는 변모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다양성을 갖지만, 장애인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스도인은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울산밀알선교단 단장 최성은 목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사단법인 울산밀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장애인 전문 선교단체이다. 먼저, ‘한국 밀알선교단’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 ‘한국밀알’은 1979년, 서울에 있는 총신대학교의 ‘장애인 선교동아리 운동’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는 한국의 30여 개의 도시에 밀알 선교단이 설립되어 있고, ‘울산밀알’은 2002년에 ‘한국 밀알선교단 울산지부’로 설립되었다. 1년 정도 사역을 하다가 어려움으로 인해 잠깐의 휴식기를 가졌고, 2005년에 내가 다시 개척하여 지금까지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울산 밀알선교단’은 울산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기독교 정신으로 도우며, 이들을 교회와 사회에 올바르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Q. ‘울산밀알’의 구체적인 사역은?
전체 인구 중 10%가 장애인이다. 이 중 25% 이상을 복음화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고, 이들을 예배자로 부르신 하나님의 꿈이다. 이를 위해 울산밀알은 ‘전도, 봉사, 계몽’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워 다양한 사역을 하고 있다.
첫 번째로, ‘전도’ 부분에서는 ‘장애인을 예수께로!’ 라는 모토로 사역을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재가 장애인(집에만 머무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정기 화요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집에만 머무는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예배 장소에 데려와 정기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을 지역 교회에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정기모임을 1년째 가지지 못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함께 사역하는 간사들과 함께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심방을 하고 있다.

두 번째, ‘봉사’ 부분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장애인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돕고자 목표를 세웠다. 장애인들을 낮 시간 동안 돌봐주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24시간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밀알의 집’이라는 사회 복지시설을 만들었다. 현재는 동구 방어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매년 여름에는 ‘사랑의 캠프’를 개최해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 자조 모임을 가지기도 하며, 이들을 위해 체험활동 및 여가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 목표인 ‘계몽’은 교회와 사회에 장애인을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진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밀알의 밤’이라는 것이다. 이는 음악회, 일일찻집 등 다양한 테마로 진행하며, 간증과 찬양을 통해 장애인은 ‘선교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어 교실’과 ‘수어 찬양단’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 교회에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휠체어 나누기 사업’, ‘장애인 부서 지원’,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돕고 있다.
Q. 장애인 사역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3대가 크리스천이었던 나는 아주 어릴 때, 할머니 등에 업혀서 새벽예배를 다녔다. 그 당시, 주변 어르신들이 “크면 뭐가 되고 싶니?”라고 내게 물어보실 때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목사가 될 거예요.”라고 대답을 했다. 자연스럽게 ‘목사’가 되는 것이 내 꿈이 된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전에 있는 ‘침례신학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때부터 일반적인 목회보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역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애인 선교동아리’에 가입했다. 학생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던 이 동아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지적장애인 학교에 방문해 학생들과 1시간 동안 찬양도 하고, 성경 말씀을 전하는 활동을 했다. 열심히 활동하던 어느 순간, ‘전문성의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 위해 ‘대전밀알선교단‘ 을 찾아갔고, 이곳의 활동에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Q. 앞으로의 사역 계획은 무엇인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온라인으로 사역을 할 것이다. 올해 초에는 보호 센터에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을 걸어서 온라인 전시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5월에는 장애인에게 사연 접수를 받아 감사의 꽃다발을 대신 전해주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들이 감사한 사람에게 선물을 전달할 기회가 잘 없기 때문이다. 또, 6월에는 온라인 ‘밀알의 밤’을 진행할 예정이다.

Q.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분들이 아직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대학시절 장애인 선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했던 일 중 하나는, ‘그룹홈(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에 찾아가 뇌병변을 앓고 있는 장애인에게 검정고시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처음엔 공부만 하고 돌아왔지만, 서로가 점점 편해지니 공부를 가르치러 가는 일보다 놀러 가는 일에 가깝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자취를 했고, 집에 세탁기가 없었다. 일주일치 빨랫감을 들고 가서 함께 빨래도 하고, 밥도 해 먹으며 함께 추억을 쌓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해 보는 것 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장애인 사역을 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보고 싶은 분이 있다. 처음으로 풀타임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던 곳이 ‘금산 밀알의 집’이었는데, 장애인 5명이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곳이었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을 위해 금산 지역의 한 장로님이 가지고 있었던 땅을 기증해 주셨고, 또 다른 장로님은 목조주택을 지어 주셨다. 인적이 없는 깊은 산골에 위치한 그곳에서 장애인 5명과 백일이 조금 안 된 딸, 우리 부부가 함께 생활하며 지냈다.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거나, 집안 살림을 하면 항상 우리 딸을 업어주며 돌봐주셨던 50대의 정신장애인 분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우리 가족끼리 옛날이야기를 할 때마다 딸에게 “너는 장애인 할머니가 업어 키웠다.”라고 말하곤 한다. 장애인과 함께 지내봤던 딸은 이들에 대한 편견 없이 잘 지낸다. 이처럼 직접 만나보고, 함께 활동을 하며 관계를 경험하면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Q. 장애인들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교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마다 전도 대상과 방법을 고민하지만, 장애인들에 대해선 ‘수혜자’ 혹은 ‘구제자’로 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큰 충격을 받았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대전 밀알의 집’이라는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할 때의 일인데, 성탄절이 다가오던 시기에 한 교회에서 우리를 초대했다.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장애인들과 함께 교회를 방문했는데, 교회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 큰 현수막으로 ‘불우이웃 초청 잔치’라고 쓰여 있었다. 한순간에 나와 함께 머무는 장애인들이 ‘불우이웃’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아직도 ‘장애인은 구제의 대상’이라고 오해를 종종 하신다. 이들을 ‘구제’의 대상이 아닌, ‘선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이들을 위한 사역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을 때 하셨던 사역 중 대부분은 ‘소외된 사람들’, ‘장애인’을 만나는 일이었다. 이에 관한 내용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어보면, ‘민망히 여기셨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주석을 찾아보니 ‘간이 저리도록’, ‘절절하게’ 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예수님은 수많은 사람들의 병과 장애를 낫게 해 주셨지만, 고쳐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기에 더욱 더 간절한 마음으로 사역을 하셨던 것이다.
나 또한 ‘장애인에게 복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사역에 임한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와 상담할 때, 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를 해결해 줄 수 없을 때가 많아 힘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이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이가 갈 곳이 없어요. 내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면, 아이는 누가 돌봐주죠?”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밀알 센터’를 만들었으나 공간 문제, 재정 문제, 인력 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는 장애인의 모든 생을 함께 할 공간을 멋지게 건축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 일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