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날 새벽에 그들이 일찍이 일어나서 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 성을 일곱 번 도니 그 성을 일곱 번 돌기는 그 날뿐이었더라 일곱 번째에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 때에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이르되 외치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 성을 주셨느니라 (여호수아6:15-16)

어느 주일학교에서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누가 여리고성을 무너 뜨렸지?” 그러자 한 학생이 손을 들더니 “(겁을 먹고 긴장한 표정으로)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여리고 정복 이야기를 피터슨(Eugene H. Peterson)의 메시지(The Message)로 읽어봅시다. “성을 한 바퀴씩 돌되, 육 일 동안 반복해서 돌아라. 칠 일째 되는 날에는 제사장들이 나팔을 부는 동안 성을 일곱 바퀴 돌아라. 육 일 동안 그렇게 했다. 일곱째 날,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었다. 백성이 나팔소리를 듣고 우레처럼 큰소리를 외치자, 성벽이 곧바로 무너져 내렸다.”(수 6.3-4,14b)
그런데 만일 첫 날 여리고를 돌자마자 성벽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고, 또한 둘째, 섯째 날에는 성벽에서 돌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아마 여리고 정복을 위한 행진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7일째 날 7바퀴를 다 돌 때까지 여리고는 견고했습니다. 이 거대한 성이 무너지리라는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지막 7바퀴를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순종으로 행진했습니다.
이것을 적용해 보자면, 등록 후 세례를 받았더니 성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훈련을 받았더니 돌덩어리가 떨어지고, 말씀과 기도와 전도에 힘썼더니 성이 흔들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누구든 자신이 정복해야 할 여리고를 거침없이 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이나 지금이나 7일째 7바퀴를 다 돌기까지 견고한 진은 옴짝달싹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리고 앞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가? 그럼에도 행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그대로 순종하며 믿음의 행진을 계속 수행하는 중인가? 우리가 정복해야 할 현대의 여리고 역시 사람의 힘과 능력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모습으로 견고하게 닫혀있다. 돌고 돌아도 그 어떤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씀을 따라 살아도 여리고는 당당하기만 하다. 이럴 때 보통 우리 쪽에서의 열심과 확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종교적 행위들의 반복, ‘지성이면 감천’이라는식의 자기 열심과 열정, 이렇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여리고를 돌파하려고 애씁니다. 이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여리고가 무너지지 않고 더 견고한 이유입니다. 오히려 세상은 그런 우리를 비웃는것입니다.
그렇다. 여리고는 여리고를 돌고 있는 사람의 열심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리고를 돌고 있는 인간의 열망이 원인이 되어, 여리고 정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복음(福音)이 아니다. 지금 여리고를 돌고 있어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일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지금, 왜, 무엇 때문에 여리고를 돌고 있을까요? 지금 이 시대라는 여리고 앞에서, COVID-19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며 따라가야만 여리고는 정복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바로 그 믿음이 필요하다. 현대의 여리고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입니다. 2021년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저 여리고, 이것을 정복하는 비밀병기는 바로 믿음입니다.
글 | 김충만 목사 (양무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