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날 만난 선교사.
동남아시아 산지에서 32년을 사역하다 코로나19와 미얀마 사태로 잠시 국내에 체류 중인 그는 메콩강의 소년, 정도연 선교사이다. 인도차이나반도를 아우르는 메콩강 일대,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열정을 다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교 현장에서의 자신이 가장 자신답다 말하는 정도연 선교사 @출처=정도연 선교사
선교 현장에서의 자신이 가장 자신답다 말하는 정도연 선교사 @출처=정도연 선교사

| 삶의 시선

내 꿈 아닌 누군가의 꿈을 위해 살 때 내 꿈도 이루어진다
선교사는 사람이라는 보석을 찾는 광부
함께 하는 이의 형통을 통해 신앙의 간증되길

Q. 당신의 삶을 한 편의 영화로 표현한다면 어떤 장르인가?

사상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혹은 로드무비)로 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신앙고백이 중심이 된 교육관, 경제관, 문화관, 사회관 등을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의 교육관은 창 37장을 중심으로 한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 교육이다. 요셉은 인류 최초의 ‘Home school’ 출신이다. 요셉은 채색 가정 학교(Colorful Home school)에서 가정학을 배우며 부모 형제를 사랑해야 하는 당위성과 사랑의 법을 배운다. 자신의 수고와 땀 속에 부모 형제의 일용할 양식을 책임지되, 그 과정이 공의가 되는 삶을 그의 꿈으로 꾸었다. 
형제들은 그런 요셉의 꿈을 왕의 꿈이라고 명명했다. 요셉은 아버지의 샬롬을 형제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순종의 낯선 길을 떠난다. 세겜에서 양을 치는 형제들의 안부를 묻고 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해, 살고 있던 헤브론에서 세겜으로 떠난다. 이것이 요셉의 홀로서기이다. 이 홀로서기의 길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돈. 요셉은 ‘이스마엘 상업학교’에서 사람의 생명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돈의 힘을 배운다. 요셉은 다시 보디발의 집으로 팔려간다.
‘보디발의 사회학교’에서는 맡겨진 물건을 잘 관리해야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맡겨진다는 ‘경영학’을 배운다. 그 결과 요셉은 애굽의 7년 풍년의 소득 20%를 정직하고 공의롭게 관리해, 7년 동안 세상에 임한 흉년에서 세상의 생명을 구한다. 

이처럼 내 꿈이 아닌 누군가의 꿈을 위해 살 때 내 꿈도 이루어진다는 삶의 철학이 영화로 제작되면 좋겠다. 시청자가 그런 삶을 꿈꾸고, 순종의 길에서 만나는 낯선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는 힘과 지혜를 얻는 영화가 된다면 좋겠다. 

Q. 삶 속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를 떠올린다면?

선교사는 '보석을 찾는 광부'이다. 사람이라는 보석을 찾는 광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사람을 만날 때이고, 가장 힘든 것 역시 사람을 만날 때이다. 무슨 말이냐면 보석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던 사람과의 사이에 오해와 갈등이 일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다. 

선교사와 목사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사람을 돕고 가르치며, 사람을 양육하는 사람이다. 돈을 많이 벌고 힘을 가진 신분의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의 욕망을 절제하면서도 그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라는 것이다. 나의 수고와 땀 속에 나의 부귀영화가 아닌 이웃의 생명을 품고 책임지며 사는 사람으로 양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기르고 양육하는 길에는 많은 상처가 있다. 오해와 배신, 무관심과 버림을 받는 상처 속에 살아가야 하고, 이를 극복해야만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오해와 갈등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포기하게 되는 일이 선교사의 길이기도 하다. 

빠마이 공동체에서 안식하고 있는 고 김상렬 형제 순교비. 2001년 선교여행을 떠났던 그는 가족의 품이 아닌 천국으로 향했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빠마이 공동체에서 안식하고 있는 고 김상렬 형제 순교비. 2001년 선교여행을 떠났던 그는 가족의 품이 아닌 천국으로 향했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Q.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순간은?

사실 이런 유형의 질문이나 간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하나님의 증거는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의 형통을 통해 그들의 간증으로 언급되길 바란다. 

보디발의 집으로 팔려간 요셉은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종의 신분이었지만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심으로 그가 주인의 집을 형통하게 했다. 그의 주인 보디발이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심과 그의 범사에 형통하게 하심을 보고,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고 자기의 소유를 다 그의 손에 위탁한다. 요셉이 보디발의 모든 소유물을 주관하게 했을 때부터 여호와께서 요셉을 위하여 그의 집과 밭에 있는 모든 소유에 복을 내리신다. 창세기 39장 1-5절을 통해 이 사실을 보디발이 간증한다. 

나는 내가 믿음을 따라 사는 삶이 내 이웃들의 형통이 되길 바란다. 형통은 내가 잘 되기보다, 나를 품고 있는 자가 내가 믿는 하나님의 복을 먼저 받는 것이다. 간증은 내가 받은 은혜를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이웃이 보고 나의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요셉은 ‘너는 복의 근원의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라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해 주신 약속을 선명하게 성취한 자이다. 
한국교회에 내 입으로 내가 만난 인격적인 하나님을 말하기보다, 내 믿음과 순종을 보고 나의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는 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Q. 최근 삶에 변화를 이끄는 것은?

나의 삶에 변화를 이끄는 것도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하면서 그의 수고의 결과를 넘치게 드리는 둘째 아들의 믿음과 순종이 나에게 위로와 감사를 주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 돌보고 있는 몽족(중국, 태국, 미얀마, 라오스 지역에 국경 없이 거주하는 소수민족) 공동체 아이들이 더욱 분발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현지 리더십을 중심으로 경제적 자립을 향해 애쓰는 모습을 볼 때 지나온 삶이 감사했다.
또 최근에 용기를 내어 나의 소심한 처세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오해를 풀고 관계 회복을 이루게 된 것이 감사하다. 고독해서 써 왔던 글들이 책으로 편집돼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공감을 형성해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결정했던 갑상선 수술의 결과로 목소리가 좀 더 편안해졌고 동시에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코로나로 미국 대학을 스스로 포기하고 한국 대학에 입학한 막내아들, 한국어와 싸우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ㅣ 사역의 시선

코로나19 역시 나에게는 새로운 기회
사회를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 믿으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

하나님의 선하시고 놀라우신 기적을 경험하며 사역에 임해

Q. 지금 맡고 있는 일/사역을 소개한다면? 책으로도 출판했다고 하던데

나는 거시적 계획을 세우고 사역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선교는 남의 터가 아닌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전하고, 이를 믿고 영접한 자들과 예배 공간(교회당)을 만들어 예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전도자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을 찾아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해 가면서 감사하고 기뻐했다. 그런데 저들이 문맹이다 보니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나누기에는 어려운 무지의 벽이 있었다.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어 교육 공동체를 몇 곳에 세웠다. 젊은 사람들을 선별하여 성경 공부를 시키고 학교를 보내며 삶의 훈련을 함께했다. 그런데 교육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또 다른 벽을 만났다. 경제적인 문제였다. 한국교회의 후원을 받아 교육하고 정착 시킨다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고, 그것은 곧 절름발이 선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스스로 땀 흘려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또 다른 사람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숙시켜 가기 위해 여러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을 했다.

수박 농사 3만 평, 각종 채소 농사, 양계와 양돈, 고기소 기르기, 보석 커팅 공장, 한국 식당, 미용실과 떡 공장 등 이것들 중에서 미용실과 떡 공장이 나름대로 성공을 했다. 그런데 경제적 자립을 이룬 현지인들을 보며 깨달은 벽이 또 하나 있었다. 문화의 벽이었다. 문화의 벽이 생기는 근원적 이유는 산업과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짧은 시간 일하고도 더 많은 소득을 얻게 되면서, 시간이 남게 되고 육체의 힘이 넘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그들을 향해 남은 시간과 에너지에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섬기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실천하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세운 것이 문화센터였다. 이곳에 음악학교와 태권도 도장을 열고 건강한 여가를 가르쳤다. 
동시에 갑자기 많아진 한인 2세들을 위한 한글학교를 설립했고, 한국인을 위한 사역도 병행하게 되었다. 30년 동안 백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선교부의 비자를 빌려 사용하면서, 이제 그 선교부의 책임자가 되어 섬기는 일도 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 개척과 교육 공동체 사역, 경제 자립 사역, 문화 사역을 하면서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을 메모해 왔는데, 이번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웠을 때 그 글들을 주제별로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먼저 한국교회의 관점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선교에 대한 생각을 ‘선교란’(드림북) 책으로 펴냈고, 현지 아이들과 세 아들과 딸을 기르며 그들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모아, 큰아들 결혼식 날을 기념해 ‘아빠 물려줄 유산 없는 거죠?’(드림북)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2010년 ‘시와 문화’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을 했지만 시집을 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1집 ‘내 사랑 빠마이’, 2집 ‘내 사랑 메콩강’ 두 권의 시집을 냈다. 그리고 그동안 써 놓은 기도문 들을 모아 ‘누군가를 위한 기도’(드림북), 이렇게 총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지난 30년 동안 약 3천 꼭지, 약 5천 페이지의 글을 써 두었는데 이 책들은 그중 일부이다.

정도연 선교사의 저서. 왼쪽부터 선교란, 아빠 물려줄 유산 없는 거죠?, 내사랑 빠마이, 누군가를 위한 간구, 내 사랑 메콩강
정도연 선교사의 저서. 왼쪽부터 선교란, 아빠 물려줄 유산 없는 거죠?, 내사랑 빠마이, 누군가를 위한 간구, 내 사랑 메콩강

Q. 코로나로 맡으신 선교사역에 영향이 있을 텐데. 

내게 코로나는 새로운 기회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내 생각과 의지로 쉽게 결단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이룰 기회가 마련되었다. 태국 현지 리더들이 내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역 현장을 이끌어 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아직 내 눈에는 연약하게 보이는 저들의 리더십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진일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 세계가 어려워진 상황을 보면서 스스로 절약하고 노력해 경제적 자립을 시도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직접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며 자기 변화를 위한 용기를 주고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 사람을 의지하던 것에서 나아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돼 가는 것을 보는 기쁨이 있다. 재정적 어려움은 모든 세계가 다 겪는 일이라 생각하고 잘 인내하고 이겨내려고 한다.

소수민족인 몽족 공동체 가운데 복음의 씨앗이 심어져 열매 맺었다. 팔복교회 헌당예배 중 @출처=정도연 선교사
소수민족인 몽족 공동체 가운데 복음의 씨앗이 심어져 열매 맺었다. 팔복교회 헌당예배 중 @출처=정도연 선교사

Q. 일/사역 가운데 감동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32년의 사역 가운데는 깊은 감동을 주는 사연들이 많다. 그중 약 4년 전에 시작해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되기 전에 마무리된 사연을 소개하고 싶다. 

한 노회에서 선교 현장에 교회당을 짓고 노회 선교대회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노회 소속 교회 중 한 교회가 우리 공동체를 방문하고 받은 은혜가 있어서, 노회에 속한 다른 교회들도 그 은혜를 함께 누리면 좋겠다는 한 목사님의 생각이 동기가 되었다. 나는 우리 사역지보다 더 필요한 곳이 선택되어 이 일이 진행되기를 바랐는데, 우리 몽족 공동체가 선정되었다. 환경과 여건이 앞으로 지역의 중심 교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노회가 결정한 일이고 한국교회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순종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벽에 부딪혔다. 120여 개 교회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교회가 나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 때문에 우리 사역지에 교회당 세우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어떻게든 이 일이 잘 되기를 바랐던 집행부로서도 더 일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심지어 대표자로 일하던 목사님은 이 일로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잘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그 교회 목사님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나가기로 했다. 그 목사님에게는 미리 메일을 통해 만나 뵙기 바란다고 연락을 해놓았다. 약 한 달 뒤 인천공항에 도착 후 바로 그 교회를 찾아갔으나 아직 메일을 읽지 않아 담임 목사님을 만나는 것이 어려웠다. 저를 막아선 부목사님들과 작은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허락을 받고 담임목사님을 만나, 이유를 막론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오해된 부분은 설명도 하고 함께 기도하고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나는 노회 목사님들에게 여기서 멈추자고 했다. 그때 한 분이 이 소식을 듣고, 노회와 상관없이 자기 혼자서 이 일에 쓰임 받고 싶다고 했다. 간경화로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받은 분이었는데, 새 생명을 주신 주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120여 개 교회가 준비한 금액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헌금을 해 주셔서 ‘팔복 교회당’을 아주 예쁘게 건축하게 되었다. 동시에 그동안 닭장을 개조해 사용하던 여학생 기숙사도 어느 효녀의 헌신이 기초가 되어 새로 건축하는 은혜도 있었다.

1년여의 공사 기간을 마치고 지난 2020년 2월 마지막 주에, 한국 성도와 5백여 몽족 성도들이 모여서 헌당 예배를 은혜 중에 마쳤다. 그리고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이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바로 그 주에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되었다. 전혀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꼭 필요한 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얽힌 문제까지 해결하는 감사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이 일이 더욱더 은혜로 와닿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포 바로 전 팔복 교회가 헌당되었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코로나19 팬데믹 선포 바로 전 팔복 교회가 헌당되었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Q. 일/사역하면서 지쳤을 때 나만의 충전 방법이 있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액션 영화를 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새벽이슬 예배에서 조용히 기도하며 주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 이상의 다른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메짠 공동체 십자가 아래서. 정도연 선교사는
메짠 공동체 십자가 아래서. 정도연 선교사는 "선교사의 쉼은 역시 말씀과 기도로 엎드리는 삶"이라 고백한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ㅣ생각의 시선

사역에 대한 마무리와 은퇴 후에 대한 고민
공동체 분열 통해 배운 삶의 지혜
주연 아닌 조연으로 살기

Q.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남은 사역을 어떻게 성숙하게 마무리할까 하는 것과 은퇴 후에 대한 생각이다. 둘 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결론이다. 남은 시간 동안 좀 더 많이 사랑하고 용서하고 참고 인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훈련과 누군가의 설교를 들으며 예배하는 훈련, 예배 인도자 훈련보다는 예배 인도자를 응원하는 자세를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노후의 삶에 대해서는 자녀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건강관리에 힘쓰고, 생계를 위해 작은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어떠한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가 해야 할 일인가” 하고 싶은 일은 자연스럽게 시작이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꼭 해야 할 일이라 해도 누군가 원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자 한다. 하지만 능력 있고 실현 가능한 사람들이 모두 거절했는데도 꼭 해야 할 일이라면 결단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해가는 과정이 공의로워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Q.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은? 그 가치관에 영향을 준 것은? (책이나 사람 등)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살기, 남이 하지 않는 일과 가지 않는 곳에 도전하기,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땀 흘려 일하는 환경 만들어 주기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섬기는 공동체가 네 번째 분열되면서였다. 우리의 갈등과 분열에 우리가 주연이 되려는 욕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였다.

Q. 나의 자서전을 쓴다면 머리말에 어떤 글을 남기고 싶은가?

‘나는 누군가의 꿈을 위해 배경이 되고 싶습니다’ 또는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이다.

문화공동체 머릿돌에는 주연 아닌 조연의 삶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문화공동체 머릿돌에는 주연 아닌 조연의 삶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Q. 평소 시를 쓰신다 들었다. 선교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시로 표현한다면? 시 한 수 부탁한다.

우상, 나

                 -메콩강소년

하나님께 예배하려 사흘 길 가겠다 했더니
게으르다 게으르다 세상이 조롱하며
지푸라기 안 줄 테니
알아서 벽돌 만들어 오라 한다 

사흘 길은 무슨, 그냥 이곳이면 어때
가족은 왜 다 끌고 가려 하니? 
가정별로 대표자만 가면 되지!
아니, 그렇게 가고 싶다면 
소, 양은 두고 너희 몸만 갔다 오거라
세상의 신, 경제권을 두고 가야 되돌아오기도 쉽잖니?

우리 믿음에는 예배의 지정석이 없어진 지 오래고
우리 삶에는 예배의 지정시간이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어
쉼 없는 삶이 자랑이고
거룩한 복 대신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 복이 되었다
우리의 믿음에는 지정역할이 없어
영적 실업자들의 원망과 불평이 바글거리고
과거 범죄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금송아지를 만들어 구원자라 한다
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신다

사역 초창기 빠마이 공동체와 함께. 정도연 선교사는
사역 초창기 빠마이 공동체와 함께. 정도연 선교사는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주님을 따르다 보니 더없이 많은 열매로 보상하셨다"라고 고백한다. @출처=정도연 선교사

ㅣ 세상의 시선

사람이 차선이 돼버린 세상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교회는 세상과 비교 대상 아냐

Q.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점점 더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며 독선적으로 되어 가는 것 같다. 너무 빠른 기술의 변화에 따라 생활방식도 맞추려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사람은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는 사람을 통치하고 사람은 사람 대신 동물을 선택해 섬기며 살아간다. 사람이 차선이 돼버린 세상이다. 

Q. 변화했으면 하는 세상의 방향은? 

진정한 행복은 생명을 품고 사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사회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 스스로 땀 흘려 얻은 물질이 아니면 사용할 때 더욱 조심했으면 한다. 특히 수고하고 땀 흘리며 그날그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절망감을 주지 않도록 사용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가 하는 일을 세상과 비교하지도, 자랑하지도, 절망하지도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오른 편에 속한 교회가 하는 일을, 그 반대편인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구별된 일을 하기 바란다. 

Q. 끝으로 투데이N 독자들에게 한 마디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하나님의 사람들과 성도들이 고독하지 않도록 그들과 함께해 주길 바란다. 관계 속에서 서로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보충해 주고 시원케 하는 사람이 돼라. 그것이 어려우면 그들을 알아주기라도 하라. 여러분의 소유에 생명을 품고 살길 바란다. 생명 없는 소유와 사물 대신에 생명을 위해 여러분의 소유가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하라.

2020년 건축, 헌당한 팔복 교회에 앞에 선 정도연 선교사 @출처=정도연 선교사
2020년 건축, 헌당한 팔복 교회에 앞에 선 정도연 선교사 @출처=정도연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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