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에 개강한 학교는 가정의 달을 맞이한 5월 첫 주간 봄방학을 맞이했습니다. 봄 방학을 이용해서 지난 25년을 살았던 울산으로 내려가 보니, 봄은 온누리에 가득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팝, 아카시아, 찔레꽃, 덜꿩, 때죽나무, 샤스타데이지, 붓꽃 등 하얀 봄꽃들이 흔하게 눈에 들어오고, 5월의 여왕이라 불리는 빨간 장미, 넝쿨 장미, 목단, 작약, 철쭉 등 빨강 꽃들도 우리의 눈을 잡아끌고, 애기똥풀, 쓴냉이, 금난초, 황매화 등 노란 꽃들도 질세라 그들의 자태를 드러냅니다. 물론 연한 초록, 좀 짙은 초록색갈이 봄 동산을 가득 채우고,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봄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게다가 들판에는 고추,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 작물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울산으로 돌아온 우리를 자연이 먼저 반깁니다.

4일 화요일 오후는 고향인 하동으로 달려가서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펜션에서 3 가정이 모여서 오랫만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하동을 가면 우린 마치 고향집을 찾는 것처럼 <물꽃펜션>에 숙소를 정하는 것은, 아직 현역으로 남아있는 목사님이 5년 전 대장암 3기 치료를 받으며 휴양을 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은퇴를 한 지 1년 반이 지났고, 강진에서 오신 목사님은 정식 절차를 거치진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은퇴 모드로 들어갔고, 현역은 한 가정만 남았지만, 서로 어울릴만한 관계라서  만나면 반가울뿐입니다.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은퇴를 결심한  목사님께  절차를 밟아서 후임도 선정하고 아름답게 은퇴하도록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는, 하동에 가면 순례자의 코스처럼, <양탕국커피마을>을 들렸습니다. 거기에는 커피라는 문화를 통해서 복음 전하기를 원하는 대표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일 오후에 울산으로 돌아와서도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좋아한다고 소문난 카페에서, 목사님 부부와 커피를 마시고, 저녁은 어떤 장로님 부부와, 제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이태리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 다음 목요일 오전에는 신앙상담이 필요한 집사님을, 울산에 계신 믿을만한 목사님께 소개하고, 오후에는 <헤세드헤어>에서 우리 두 사람이 좀 더 이뻐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잠깐 두 사람만의 오후커피 타임을 갖고, 그날이 돌인 셋째 손녀 유은이를 위해서, 아니 언니들도 함께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녁에 또 근거없는 소문이 난, 어제 저녁에 갔던 그 곳에서, 지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지만, 그것이 그날 일과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5월의 신부를 맞이하는 부교역자 한 분을 위해서, 그 깊은 밤 9시에 우리 집에서 만나 커피를 대접하며, 결혼에 이르게 된 요셉과 마리아의 스토리를 듣고,  예비신부를 부산으로 데려다 주라고 쫓아보내다시피 급히 돌려보내고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나마 금요일은 겨우 숨을 돌리며, 주일 대구에 가서 전할 설교문을 손질하고  묵상했습니다. 1년 여, 악의적 험담에 시달린 후배 한 분 목사님이 5월 첫 주일에 첫 예배를 드렸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는가 하면, 멀리 미국에서 4월 말로 사임하고 6월말로 사택을 비워야 하는 목사님을 위해서 추천서를 써야 하는 업무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지난 24년간 목회하는 가운데 동역했던 목사님들의 소식이 때로는 우리를 기쁘게 때로는 우리를 무릎꿇게 만듭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울산으로 내려왔다는 소문을 접한 권사님들이 번개팅을 하자고 방금 연락을 해왔으니, 이번 주말이 어떻게 될지는 오직 위엣 분만 아십니다. 오랜만에 내려왔더니, 보고 싶어하고, 만나면 기뻐하는 성도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보라 형제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 . .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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