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총장으로 목회자를 길러 온 광신대학교 정규남 목사
'교수'보다 '목사'라 불리고파

광주광역시 북구의 야트막한 언덕배기에는 1954년부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인물을 길러내는 광신대학교가 세워져 있다. 24년간 오랜시간 광신대학교 총장직을 맡아 온 정규남 총장. 올해 8월이면 그 임기를 다 한다는 정 총장을 만나 그의 삶과 학교를 통해 일하신 하나님을 들어보고자 한다.

광신대학교 총장 정규남 목사는 교수보다는 '목사'라 불리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긴다.
광신대학교 총장 정규남 목사는 교수보다는 '목사'라 불리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긴다.

| 삶의 시선

폐결핵의 원망으로 신학자의 길을 선택
미국의 유학과 가족에 미안한 마음
어머니의 바람과는 다른 모습의 목회자로 부르심에 감사

Q. 신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

고등학교 2학년 폐결핵에 걸려 약 4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때 '날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삶일까'라는 생각하며 기도했다. 내가 건강하게 되면 하나님의 종이 되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 때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때는 하나님의 종 되는 것이 목사나 신학자가 되는 것이라고는 아직 분명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병원에서 퇴원하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대학에 진학을 고민하면서, 하나님의 종이 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목사나 신학자가 되어야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뜻을 깊이 생각하며, 그 뜻을 따라 살고, 그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Q.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1969년 1월에 미국에 유학길을 떠나며 아내를 데리고 가지 못했다. 유학생들이 아내를 데리고 가도록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약 1년이 지나 정부에서 허락이 내려져 아내가 1969년 말에 미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내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항공사를 통해 나에게 출발한다는 연락을 보내고 내가 있던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그런데 나에게 그 연락이 닿지 않아 공항으로 마중 나가지 못했다. 하여 아내는 홀로 캄캄한 밤을 맞도록 공항에서 기다리다 그때에야 나에게 전화를 했고, 내가 공항에 가서 아내를 집에 데려오니, 늦은 밤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또 다음 날 학교에서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씻고 먼저 자라고 하고, 나는 늦게까지 시험 준비를 하느라 1년 만에 만난 아내와 함께 반가운 식사 자리도,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물으며 대화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내가 미국에 온 첫날을 보냈다.

나중에서야 아내에게 직접 들었지만 그때 매우 슬펐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생각해도 못된 짓이었다. 1년 동안 남편 만나기를 고대했는데 그런 남편에게서 야속함을 느낄 정도였으니 지금도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

정규남 총장은 미국에서의 첫날을 홀로 보내게 한 아내에게 매일매일 미안함과 감사함으로 살아간다. 왼쪽 정규남 총장, 오른쪽 정지나 사모
정규남 총장은 미국에서의 첫날을 홀로 보내게 한 아내에게 매일매일 미안함과 감사함으로 살아간다. 왼쪽 정규남 총장, 오른쪽 정지나 사모

Q.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10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시절을 보냈다. 그 기간 중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미국 거주한 지 10년 되던 해, 1979년 2월 말에 한국에 돌아와서 어머님에게 귀국인사로 큰 절을 했을 때 어머님이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천국에 가셨다. 그래서 이 땅에 살 때 부모님에게 효도 한 번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후회스럽다. 좋은 옷 한 벌도 못 입혀 드리고 맛있는 음식 한번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큰 가시로 남아 있다.

Q. 목사님으로 불리는 것과 교수님으로 불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목사님으로 불리는 것이 더 좋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종으로 섬기는 일을 더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전하고 기도하는 삶의 스케줄이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처음 "목회자의 길을 걷겠다"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을 때 "가르치는 목사보다 목회하는 목사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비록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목회는 못 했으나 그 길 대신 목회자를 길러내는 목사로 세워진 것에 감사하다.

24년간 총장직을 맡으며 매일매일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게 된다는 정규남 총장
24년간 총장직을 맡으며 매일매일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게 된다는 정규남 총장

| 사역의 시선

광신대학교 총장 24년, 올해 8월 퇴임
신학생들에게 목회자의 길이 복된 길임을 인식시키고 삶을 통해 보여주는 목사들 되길
구원받고 영생을 얻게 되는 진리 가르쳐야
나의 우선순위는 항상 '하나님'

Q. 지금 맡고 있는 사역

광신대학교 총장으로서 섬기는 일을 하고 있다. 24년 동안 이 자리에서 섬겨왔다. 올해 8월이면 이제 총장직을 내려놓게 되지만 매일매일이 하나님께서 지켜보시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한다. "하나님께 1만 원을 헌금한다면 하나님은 2만원을 주신다. 하나님 앞에 인색하지 마라"고 말이다. 하나님은 믿는 자들을 지켜보시기 때문이다.

Q. 요즘 신학대학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갈수록 신학생들이 줄어드는 이유

크게 세 가지 이유다. '학령인구 감소',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교회', 그리고 '목회지(교회)가 많이 줄어들어 졸업 후 섬길 교회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하고 신학대학들의 학생들이 넘쳐나고 재정적인 풍성함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학생들의 장래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신학대학들과 교회들이 노력해야 될 것이다.

신학생들이 갈수록 줄어가는데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교회에서 신앙 좋은 학생들이 목사의 소명을 받도록 기도하며 도와야 한다. 그리고 교회에서 신학생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가는 '목회자의 길이 가장 이 땅에서 복된 길'임을 인식시키고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목사님들의 삶을 통해 증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신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교회 목사님들에게 좋은 학생들을 보내주시도록 계속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한편 신학대학 내에 장학금 제도를 잘 만들어 신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재정적인 어려움 없이 공부와 경건운동에 심혈을 기울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정규남 총장은 그 말씀으로 학교를 섬겨왔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정규남 총장은 그 말씀으로 학교를 섬겨왔다.

Q. 광신대학교 예배당 안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는 성경구절의 의미

진리에 대한 말씀은 요한복음 8장 31-32절에서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진리는 일반적인 혹은 철학적인 진리(참된 이치나 참된 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요한복음 8장의 문맥에서 나오는 유대인들처럼 율법을 행해야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수님이 구원의 주님이심을 믿을 때' 죄로부터 구원을 받고 영생을 얻게 되는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Q. 학생들에게 또는 교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나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고 주님과 의논하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자녀가 아프면 약국이나 병원 먼저 찾아간다. 그것이 우선이 되기보다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것이 먼저가 되길 바란다. 우선순위의 우위가 바뀐 현실 가운데 하나님 앞에 먼저 기도하고 그의 선하신 뜻을 먼저 구하라.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기쁘게 간구할 때 어긋남 없이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

정규남 총장은 어떤 일이든 하나님께 먼저 기도하고 선택하라 전한다.
정규남 총장은 어떤 일이든 하나님께 먼저 기도하고 선택하라 전한다.

| 생각의 시선

자족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자
코로나로 어려운 지금 교회는 '화평케 하는 곳' 되어야
신학자와 목회자로 온전히 하나님 앞에 서야 할 것

Q. 나의 인생의 가치관

'자족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자.' 요즘은 믿는 사람도 자족하는 마음이 약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의 조금만이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공격하기까지 한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시는 하나님이시다. 안 되는 것 자체로 실망하지 말고 주의 선하심을 바라보며 감사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한다.

폐결핵으로 아파하며 하나님 앞에 원망만 늘어놓았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원망이 더 해갔다. 그러나 아팠던 4개월의 시간이 내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목회자의 길이 아니라 사업가 또는 정치가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종으로 살게 된 것은 하나님의 지키심으로 인생에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허락하셨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형편에 있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을 보지 말고 자족하자.

Q. 가치관의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

디모데전서 6장 6절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유익이 된다'는 말씀과 빌립보서 4장 12절에서 사도바울은 '자기 자신이 자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며 빌립보서 4장 13절에서 '내게 능력 주시는 자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성경 구절들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지 않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며 만족할 수 있었다.

Q. 요즘 교회들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방역기관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통제하기 때문에 교회와 방역기관들이 마찰이 자주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 교회가 하나님께 예배드리면 되지 이것을 강제적으로 방역기관이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며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경우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방역기관과 다투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9절에서 “화평케 하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면서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라고 말씀한다. 우리 믿는 사람들이 믿지 않는 사람들과 다투고 그들에게 고통이나 아픔을 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툼을 피하고 화평한 가운데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도록 힘쓰는 것이 우리 성도들이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Q. 신학자와 목회자의 차이점?

신학자와 목회자는 둘 다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연구하는 것에서는 같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여 그것을 직접 성도들을 가르치고 설교하며 상담하는 데에 적용하며 목회를 하는 것이다. 한편 신학자는 하나님 말씀을 연구하여 그 말씀의 의미를 밝히고 그것을 글로써 표현하고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한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에 힘쓰는 사람들이다. 

정규남 총장은 자족하며 감사하는 삶, 그리고 매일 매순간이 하나님의 시선아래 있음을 인식하는 삶을 강조한다.
정규남 총장은 자족하며 감사하는 삶, 그리고 매일 매순간이 하나님의 시선아래 있음을 인식하는 삶을 강조한다.

| 세상의 시선

사탄의 지배 가운데 놓인 세상
죄악의 세상에는 빛과 소금이 필요
하나님과 정말 함께 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시도록

Q. 내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은?

세상은 '죄악의 세상'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창세기 6장 5-6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후, 사람의 죄악과 그 마음에 생각하는 계획이 항상 악하기만 한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사람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고 마음으로 슬퍼하셨다고 말씀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탄이 지배하지만 그러나 사탄은 하나님께서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그의 권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며 살자. 

Q. 세상에서 단 한 가지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바꾸고 싶은가?

미가 선지자는 미가서 7장 8절에서 여호와께서 우리 사람에게 행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으로 세 가지를 말하고 계신다. 하나는 '공의를 행하는 것', 두 번째는 '인자를 사랑하는 것', 세 번째는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님께서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행하기를 정말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도록 해 주시는 세상으로 바꾸어졌으면 좋겠다.    

Q.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족한 사람이 여러 가지로 말씀들을 드렸는데 잘못된 것들이 있으면 용서해 주시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더 선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으시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바란다. 하나님께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주시는 좋은 생각으로 신실한 삶을 살아내며 주님께 칭찬받는 사람들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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