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만족
열여섯 소녀가 학교를 마치고
꽃다발을 안고 집으로 왔습니다.
예쁜 꽃이어서 물었더니
꽃들의 이름과 가격을 얘기해 주면서
한 달 용돈의 삼분의 일을 들여
‘자기만족’을 위해
자신에게 꽃을 선물했다며
꽃다발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아온 날들 속에 인색했던 나에게 미안하고
장미꽃 한 송이 선물해 주지 못한 내가
왠지 짠해 보였습니다.
채 피기도 전에
잘려나간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미안하다는 인사도 없이
누군가를 위해 향기를 품고
원했던 자리가 아닌 곳에서
피어오르다 무너져갈 꽃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꽃을 보며
자기만족의 시간을 걷겠지요.
‘자기만족’이라는 말과 함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위해 꽃집에 들러 꽃을 샀다는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뜻밖의 기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향한 마음과 귀를 열어놓을 수 있었기에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끔은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자신에게
‘내 곁에 머물러줘서 고맙다’는
때에 맞는 아름다운 말과 함께
향기 가득 먹음은 꽃을 선물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안고
자신 뿐만이 아니라 타인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맑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잠언 15장 23절의 말씀입니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