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요한일서 1장 1절)

제주도 구좌읍 행원리 하면 알아주는 것이 ‘당근’입니다. 이전에 저는 당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근은 김밥에 들어가는 정도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주 행원 땅에 와서 당근을 먹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당근은 그 자체로 음식입니다. 당근은 제가 이곳에 오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최고의 선물인데요. 당근 주스를 드셔본 분들은 ‘이건 내가 아는 당근주스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행원 땅의 당근이 맛있는 비결은 행원은 모래땅이기 때문입니다. 모래땅은 수분이 부족해서 당근은 수분을 더 담고자 온 땅의 수분을 끌어모은 것이죠. 그래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모래땅에서 최고의 수분을 지닌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당근이 된 것입니다.
제주에는 또 수국이 있습니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 피는 수국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저는 이 수국을 더 가까이 보려고 교회 마당에 핀 수국을 잘라 목양실에 갖다 둡니다. 수국의 아름다움을 묵상하면서 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겁니다. 그래서 여행 오신 분들, 교회 방문하신 손님들에게 수국을 꺾어서 한 송이씩 선물해 드립니다. 여행하는 기간 내내 더 자세히 보고, 느껴보고, 만져보라고 말이죠. 내 옆에 둔 수국을 ‘행원교회 하면 수국이 이쁜 교회’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들어서 아는 것이 있고 보아서 아는 것이 있습니다. 나아가 온몸으로 경험하고 내 손으로 쥐어보고 만져봐서 아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유통기한이 길까요? 어느 것이 더 호소력 있고 남에게 더 잘 전달될까요?
손으로 만지고 내 온몸의 감각으로 느낀 것은 오래 남고 남에게도 전달될 때도 호소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온몸으로 경험한 자 그리고 그 은혜의 복음을 온몸으로 마주한 자가 다른 누구도 초대할 수 있습니다. 사도요한은 그의 공동체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면서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요한은 자신이 경험하고, 맛보고, 만진 것으로서 예수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통과한 그 진리를, 그 진리와의 사귐을 교회 공동체에게 전수해 주고 싶었던 것이죠.
들어서 전한 복음. 보아서 전한 복음. 그것을 넘어 각자가 손으로 만진바 되고, 온몸으로 통과한 그 진리를 나눌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글 l 김요한 목사(제주행원교회)